상단여백
HOME 기획
[기획]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올림픽의 민낯
신지은 일러스트 기자 12173930@inha.edu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막을 내렸다. 국가 차원의 메가 스포츠 이벤트는 거대한 환상을 만들어 내곤 한다. 올림픽 개최지의 국민들은 국가 경제 성장을 꿈꾸고, 국가의 위신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다.

그러나 그러한 희망 사항과는 달리 올림픽은 개최 국가에 어두운 현실을 몰고 온다. 천문학적 자본이 투입된 스포츠 이벤트는 재정 위기와 환경파괴 그리고 이주민 문제를 남기곤 한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올림픽에 반대하는 운동이 수차례 일어나기도 했다. 실제로 2013년 독일은 2022 동계 올림픽 유치 신청을 앞두고 주민 투표를 실시했다. 뮌헨,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 트라운슈타인 등 4개 시 주민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후, 반대표가 찬성표를 앞지르며 독일 중앙 정부의 올림픽 유치 계획은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그뿐만 아니라, 스위스 그라우뷘덴 주에서도 2026년 동계 올림픽 유치를 두고 국민 투표를 진행했으나 60%가 반대하면서 유치 계획이 불가능해졌다. 더하여 프랑스 파리에서도 2024년 하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 유치 계획에 난항을 겪었다.

 1. 올림픽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

반면, 한국은 국가 차원의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주민투표를 실시한 전례가 없다. 더불어 올림픽 반대 운동이 크게 일어난 적도 없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역사를 국민들에게 ‘신화’로 주입해 온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1988 서울 올림픽 신화와 2002 월드컵 신화는 지금까지도 엄청난 국가적 성공으로 통용된다. 1988 서울 올림픽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경제 신화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그 때문에 우리 사회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국내에 유치했을 때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선전도 이와 비슷했다. 정부는 평창에 올림픽을 유치하기만 하면 한국은 하계 및 동계 올림픽, 월드컵, 그리고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모두 유치한 ‘그랜드 슬램’ 국가 반열에 오르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올림픽을 유치해 경기장을 짓고, 주변에 호텔 사업을 진행함에 따라 지역 부동산 붐이 일어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논리를 전면에 내걸고 선전했다. 국가가 직접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경제 환상을 만들어 내며 올림픽 신화 이미지를 생산한 것이다.

 2. 올림픽 = 국가 발전 보증 수표 ?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올림픽 개최국 중 상당수는 극심한 후폭풍을 겪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을 개최한 그리스는 이후 심각한 경제난을 겪다 2012년 이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럽연합(EU) 탈퇴) 위기로 지금까지 심한 홍역을 앓고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치르며 선방하던 중국 역시 2011년부터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경제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더하여 2015년에는 증시폭락까지 겪으며 경제난에 봉착했다. 2012 런던 올림픽을 개최한 영국은 2016년 국민투표에서 부결될 줄 알았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통과된 이후 국가적·경제적 혼란을 겪고 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러시아는 2015년 유가 급락으로 모라토리엄 직전까지 가는 경제난에 시달린 데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개입으로 미국과 EU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가히 ‘올림픽의 저주’라 부를 만하다. 

3. 올림픽은 정말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까?

1988 서울 올림픽 신화는 부동산 거품을 동반했다. 정부는 올림픽 운영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신도시 사업과 대단지 아파트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는 당시 70% 미만에 그쳤던 주택 보급률 상승효과까지 노리는 일거양득 정책이었다. 그러나 경제 개혁을 위한 정부의 아파트 난개발로 인해 판잣집, 노숙자, 노점상 등 72만 명이 강제 이주를 당했다. 부동산 경기는 날이 갈수록 팽창했다. 1987년 7.1%였던 주택가격 상승률은 1990년 21%로 정점을 찍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가 나서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을 펼칠 정도였다.

정부는 서울 올림픽을 3천억 원의 ‘흑자 올림픽’으로 기록했다. 그러나 3천억 원이라는 명목적인 결과에는 정부 출연금, 아파트 기부금, 국민 성금, 조직위 파견 공무원 및 민간인 인건비 등 최소 20억 달러(당시 한화 약 1.3조 원)에 달하는 직간접적인 투자비가 빠져 있다. 전문가는 모든 실질적 투자비를 합산해 봤을 때 서울 올림픽이 사실상 적자 올림픽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올림픽 이후 한국은 국민들이 기대하던 경제효과 대신 GDP 성장률 대폭 하락이라는 결과를 맞이했다. 1986년부터 1988년까지 10%가 넘었던 경제 성장률은 1989년 6.7%로 곤두박질쳤다.

올림픽은 아니지만. 또 다른 신화로 여겨지는 2002 한•일 월드컵도 마찬가지였다. 월드컵 당시 무려 1조 9503억 원의 사업비로 건설된 10개의 경기장은 각 지자체에 연 20~40억 원의 재정 부담을 안기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후 활용 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았던 탓에, 당시 이용됐던 경기장 안에는 영화관, 웨딩홀, 대형마트. 골프장, 사우나 등 대체 시설이 들어섰다. 현재 월드컵 경기장은 대체시설의 수익을 통해 운영 적자를 겨우 메우며 허덕이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4. 2018 평창 올림픽

2018 평창 올림픽의 상황은 어떠할까. 평창 올림픽의 경우, 시작에 앞서 국가가 책정한 예산이 문제가 됐다. 국가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고, 올림픽에 요구되는 비용은 상당했다. 결국, 국가에서는 추가로 예산 지원을 했다. 또한 이른바 ‘바가지’ 문제도 있었다.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올림픽 경기 관람과 더불어 관광을 위해 평창으로 모여드는 가운데 하루 숙박비가 100만 원에 육박하는 상황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숙박업소뿐만 아니라 식당의 음식값도 오르기 시작했다. 또한, 몇몇 식당은 내국인 메뉴판보다 더 비싼 가격을 기재한 외국인 전용 메뉴판을 사용하는 것이 밝혀져 국내외 여론의 불만과 우려가 상당했다. 이에 정부가 간접적으로 규제를 하기 시작했지만, 이로 인한 국가 이미지 실추를 걱정하는 시선이 공존했다.

이처럼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었지만, 평창 올림픽은 예상보다 흥행했다. 올림픽 예산 예비비로 책정됐던 300억 원의 절반도 사용하지 않았음은 물론, 기대 이상의 후원금이 모금됐다. 또한, 열흘 만에 300억 원이라는 상당한 기념품 판매 수익의 성과를 거두었다. 많은 우려의 대상이 됐던 티켓 판매율도 올림픽의 열기가 고조되며 뒤늦게 올림픽 경기 입장권을 구매하는 관람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90%라는 판매 목표율을 달성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토마스 바흐는 “선수촌과 경기장 시설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평창 올림픽에 크게 만족한다.”는 말과 함께 평창 올림픽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외에 외신기자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5. 평창 올림픽 이후 남겨진 과제

그럼에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남아 있다. "올림픽 유산 보존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달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평창 겨울올림픽의 준비 상황에 만족해하면서도 단 한 가지 부문에서 인상을 찌푸렸다. 올림픽 개막 전까지 확정되지 않은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 때문이다. 바흐 위원장은 "개막 전에 사후 활용 계획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지만 정부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강원도 등에선 아직도 뚜렷한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 기간 수많은 관중의 함성과 선수들의 영광이 새겨졌던 경기장은 올림픽 이후에 남겨지는 중요한 유산이다. 그만큼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의 완성은 경기장 시설 사후 활용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렸다.

한국은 올림픽을 통해 더욱 높아진 동계 스포츠 종목에 대한 관심을 올림픽 이후에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올림픽 기간 동안 ‘사상 최고의 빙질’이라며 극찬을 받았던 뛰어난 시설을 잘 활용해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평창이 이번 동계 올림픽을 통해 ‘아시아의 겨울 스포츠 메카’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만큼, 당분간 많은 국제 대회를 유치해 경기장이 꾸준히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진다.

부수적인 수익 창출에 대한 고민 또한 필요하다. 올림픽 개최로 가치가 높아진 만큼 경기장 명명권(Naming rights) 판매를 통한 재원 마련도 생각해 볼 만 하다. 독일 뮌헨의 축구장인 알리안츠 아레나와 서울 올림픽공원의 SK 핸드볼경기장처럼 기업에 명명권을 주고 관리와 운영을 맡기는 방식이다. 더불어, 스포츠를 넘어 관광이나 레저 등을 연계한 상품 개발로 수익을 창출하자는 주장도 있다. 평창올림픽 유산과 관광을 연계한 '스포츠 관광'이 대표적인 예다. 경기장이 가진 올림픽 역사를 관광 상품과 연계해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창출해 내는 움직임 또한 요구된다.

올림픽을 통한 경제 발전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경기장을 관리할 운영 주체를 정하고, 관련 법을 제정하는 등의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올림픽의 열기가 남아있는 지금, 올림픽 특수가 국가 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보다 면밀한 관심이 요구된다.

 

임현지 기자  ㅣ.hyeongee@gmail.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현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