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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두 거대 IT 공룡은 무엇을 잊었는가, ‘기업윤리’
신지은 일러스트 기자 12173930@inha.edu

거대 IT 공룡으로 불리는 두 기업 ‘애플’과 ‘인텔’ 때문에 전 세계의 IT 시장이 떠들썩하다. 두 기업이 자사 제품의 문제점을 고의로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두 기업의 사건은 각각 ‘배터리게이트’와 ‘CPU 보안이슈’로 불리며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배터리게이트]

작년 12월, 애플의 배터리게이트가 발생했다. 이 논란은 구형 아이폰 기기에서 자체적으로 업데이트가 진행될 때마다 성능이 낮아진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애플 측은 기기가 갑자기 꺼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진행한 업데이트였다고 해명했으나, 소비자들은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일부러 낮춰 신형 아이폰의 판매량을 늘리려던 것이 아니냐며 반발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배터리게이트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고, 작년 12월 애플은 성명서를 통해 구형 아이폰 성능을 인위적으로 낮춘 사실을 인정했다.

 

[CPU 보안이슈]

배터리게이트에 대한 여파가 가시기도 전, 올해 1월 인텔의 CPU 보안이슈가 발생했다. 인텔이 만든 CPU에 치명적인 보안결함이 발견된 사건이었다. CPU란 컴퓨터를 가동하는데 필요한 많은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다. 인텔은 이러한 CPU를 만들어 전 세계 기업들의 서버에 판매해왔다. 그런데 이 CPU가 일종의 버그인 ‘멜트다운’과 ‘스펙터’에 취약한 것이 밝혀졌다. 이 버그들은 CPU의 보안 결함을 이용해 컴퓨터 사용자의 중요한 정보, 예컨대 비밀번호와 개인정보 등을 암호 여부와 관계없이 훔쳐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컴퓨터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되는 가운데, 인텔의 CPU 보안결함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컴퓨터 취약점으로 거론됐다.

두 사건이 소비자들에게 더욱 충격을 주는 것은 두 기업이 자사 제품의 문제점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의 배터리 문제를 지난 2016년 가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또한, 업데이트를 한 후 소비자들에게 한 달간 이를 공개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텔은 지난해 6월, 구글 연구원으로부터 멜트다운과 스펙터 보안성 결함을 통보받았지만 6개월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인텔의 CEO가 보안 결함이 알려지기 한 달 전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판 사실은 충격을 더했다. 많은 소비자들은 비단 제품의 결함뿐 아니라, 두 기업의 실망스러운 경영에 대해 비난을 보내고 있다. 세계 최대 IT 기업들의 두 사건은 우리로 하여금 기업들이 지켜야 하는 ‘기업윤리’에 대해 돌아보게 했다.

 

기업윤리란

기업윤리는 사업가들이 기업, 종업원들과 관련된 도덕적 규범이나 규칙을 지키고, 경영자들은 대중과의 관계에서 정직한 행동과 정당한 실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기업의 본질적인 목적은 이윤추구다. 그러나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윤리적 갈등이 발생하는데, 이때 기업들은 기업윤리를 기준 삼아 윤리경영을 펼친다. 과거에 윤리경영은 기업의 양심적인 부분에 맡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윤리경영이 기업의 이미지를 향상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지면서,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활발하게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기업들의 윤리경영은 비록 전시용이라는 비판도 있으나 대체로 긍정적인 현상으로 여겨지는 추세다. 이는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주최한 ‘착한 소비’ 관련 설문조사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9%는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가까운 사례로는 식품기업 ‘오뚜기’가 있다. 오뚜기는 기업 윤리에 따라 1%가 안 되는 비정규직 고용, 1500억 원 가량의 상속세 분납, 다양한 사회적 공헌활동 등 윤리경영을 실천했다. 오뚜기의 행보는 SNS 등에서 화제가 됐고, 이에 소비자들은 ‘갓(God)’과 ‘오뚜기’를 합쳐 ‘갓뚜기’라는 별명을 붙여 주기도 했다. 윤리경영을 통해 오뚜기는 대중들에게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얻은 셈이다.

‘오뚜기’ 제품의 모습.

비윤리적 경영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그러나 착한 기업과 대비되는 ‘나쁜 경영’으로 논란이 된 기업들도 있다. 윤리보다 이익을 중요시 한 기업들의 경영은 사회에 수많은 논란과 피해를 가져왔다. 이때 피해의 대상은 수와 범주를 막론하고 다양했다.

[소비자]먼저 기업의 제품을 사는 소비자들이다. 이번에 발생한 애플의 배터리게이트는 기업의 정직하지 않은 경영으로 소비자들의 권리가 침해된 사건이었다. 소비자들은 아이폰 기기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된 업데이트에 대해 사전 고지를 전혀 받지 못했다. 또한, 애플의 배터리는 일체형이라 교환이 어려워, 기기의 성능이 떨어지면 기기 자체를 변경하느라 일정한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많은 소비자들은 애플이 기본적인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침해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기업]피해를 받는 소비자의 범주는 개인 뿐 아니라 기업도 포함된다. 인텔의 ‘CPU보안이슈’는 개개인의 차원을 넘어 기업에까지 피해를 준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가 된 인텔의 CPU는 노트북, 스마트폰 등의 개인용 기기에 쓰일 뿐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하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 등 대기업의 서버에도 쓰여왔다. 만약 대기업의 서버에 보안 결함이 발생한다면 그에 가입한 많은 소비자들의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 결국, 인텔의 CPU 장치를 사용하는 대기업에 대해 소비자의 신뢰가 하락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비윤리적 경영으로 인한 피해는 기업을 구성하는 직원에까지 이어진다. 이는 지난 2013년, 화제가 됐던 ‘남양유업’의 ‘갑질 사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남양유업 본사의 영업사원들은 지역 대리점을 상대로 팔리지 않은 제품이나, 주문 물량보다 많은 물량의 제품들을 보내는 등 일명 ‘밀어내기 영업’을 강행했다. 이로 인해 지역 대리점들은 억지로 떠안은 물건을 소매점에 어떤 형태로든 판매해야 했고, 판매하지 못한 제품의 손실은 고스란히 대리점주가 부담해야 했다. 이러한 기업의 무리한 요구에도 직원들은 불이익을 받게 될까봐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직원들에게 있어 기업의 윤리적 경영은 절실한 문제다.

[환경]기업은 제품 생산을 위해 자원을 사용하는 만큼 환경에 대한 책임도 가진다. 그러나 어떤 기업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환경에 대한 윤리 경영을 배제한다. 지난 2007년 태안 기름유출사고를 일으킨 삼성중공업 크레인 선단은 폭풍주의보가 발효됨에도 불구, 사익을 위해 무리한 항해를 하다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 시 발생할 환경오염의 위험을 신중히 고려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태안반도와 태안반도의 주민들은 오랫동안 괴로움에 시달려야 했다. 유명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은 지난 2015년 디젤 차의 배출가스 배출량을 조작해 논란이 됐다.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검사를 받을 때만 매연을 줄이는 저감장치를 정상 작동하게 하고, 실제 도로 주행 시에는 꺼지도록 하는 장치를 장착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조사에 따르면, 폭스바겐 차량 48만 2000여대는 기준치의 최대 40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을 뿜어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디젤 게이트’ 사건으로 폭스바겐이 홍역을 치렀음에도 불구, 작년에는 일본의 닛산 자동차도 이러한 배출가스 조작이 드러났다.  

비윤리 경영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

과거에는 비윤리적 경영을 하는 기업들에 대중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기업의 행태를 알리거나 의견을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이를 이용해 기업은 막강한 힘으로 여론을 조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SNS 등을 통해 원활한 의견 논의가 가능하다. 소통의 창구를 통해 대중은 단순히 의견을 나누는 것을 넘어, 이를 구체적인 행위로 이어간다.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은 대중들이 기업의 비윤리적 경영에 영향력을 발휘한 대표적인 사례다.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관행이 밝혀진 후, 소비자와 네티즌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퍼지기 시작했다. 여론은 더욱 거세어져, 남양유업 제품을 납품하던 편의점과 마트까지도 불매에 참여했다. 이 결과 남양유업은 불매운동이 전개된 다음 해인 2014년 26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 남양유업은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으나, 국내 유가공업계 1위라는 자리를 라이벌이었던 매일유업에 빼앗긴 후였다.

그러나 대중들의 비판이 언제나 적극적인 행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몇몇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으로 인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거나, 혹은 제품에 대한 기존의 선호를 따르느라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를 묵인하기도 한다. 치명적인 매출 결함이 예상됐던 애플은 여전히 국내에서 20%대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애플의 ‘아이폰 X’은 배터리게이트의 여파가 남아있던 작년 11월에 출시됐는데도 불구, 출시 후 일주일 만에 13만 대 이상이 팔리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패턴은 마치 들끓었다가 빠르게 식어버리는 ‘냄비’와도 같은 모양새다. 몇몇 기업들은 이러한 냄비가 식기만을 기다리며 여론을 잠재우려고 한다. 결국, 비윤리적인 경영에 대한 사과와 개선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업윤리가 이루어지려면

기업은 우리의 일상과 경제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영향력은 기업이 윤리 경영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야 하는 이유가 됐다. 그러나 완벽한 기업 윤리는 기업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소비자는 기업의 경영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를 펼쳐야 한다. 또 기업의 비윤리적 경영을 적절히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기업과 소비자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졌을 때 완전한 기업윤리가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배주경 기자  skwnru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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