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하대가 터를 잡고 있는 남구는 인천에 있는 대학은 거의 모두 모여 있는 곳이다. 특히 우리 학교 후문가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대학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대학가의 모습이 이래도 좋은 것인지 의문스럽다.
　각종 음식점들이 모여 있고 주점들이 문을 열고 있다. 물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모이는 사람들의 배를 채우는 것을 수단으로 삼아 삶의 터전을 여는 것이야 당연하다. 그러나 대학가라고 한다면 서울 강남의 여느 뒷골목과는 다른, 대학 특유의 것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 대학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바람직한 것이다. 신촌에 있는 홍익대학교 주변은 그러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물론 그러한 모습을 갖추는 데에는 모든 구성원들의 꾸준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장소는 그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이익이 있어야 움직인다. 즉 그들의 이익이 우리의 요구들과 가능하면 일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의 요구가 그들에게 이익을 갖다 주어야 한다. 현재 우리는 그들에게 단순히 식욕이나 눈요기나 시간 때움 등의 요구만을 하는 셈이고 그것들만이 그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주변의 가게들이 죄다 그러한 것들로 채워져 있고 새로 생기는 가게들도 대부분이 그러한 목적의 영업을 하고 있다. 우리의 요구는 보다 대학인다워야 한다. 보다 다양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인하대의 고유한 것이 있어야 한다.
　유럽에서는 대학 주변의 건물들이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대개는 그 대학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대학은 그 대학 자체의 건물과 시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변의 거리와 건물들이 그 대학 구성원들의 영역이 되므로 구성원들은 주변에 다양한 요구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주변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스스로 참여하기도 한다. 건물을 새로 올린다면 그 대학의 건축과 교수와 학생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고 직접 드로잉을 해서 전해 주기도 하며 벽을 새로이 장식한다면 미술계열의 교수와 학생들이 마치 자기 일인 양 참여하기도 한다. 물론 건물주와 점포주인은 제법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기도 한다. 또는 5회 무료 시식권을 준다거나 할인쿠폰을 준다거나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대학은 캠퍼스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대학 구성원들의 시간과 생활은 대학 안에서만 채워지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지나간 시간들이 그 구성원들의 추억으로 재생될 때 그 공간은 대학 안과 밖이 모두 포함된다. 이제 우리의 영역이 보다 더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나타내도록 해야 하며 그 모습은 우리 대학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많은 기다림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꾸준한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
　한두 번의 지나가는 말과 행동으로 우리의 영역이 우리의 요구대로 될 수는 없다. 대학 당국과 학생회와 교수협의회가 나서서 우리의 영역을 함께 가꾸어 나갈 때 우리 대학의 고유한 성격이 그 영역에 드러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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