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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팔이] 슬라이드 폰

생각해보면 아이폰에서 처음 나왔던 ‘밀어서 잠금해제’라는 기능은 누군가에게는 훨씬 오래전부터 익숙한 기능일지도 모르겠다. 10여 년 전 사람들이 사용했던 ‘슬라이드 폰’도 엄밀히 말하면 밀어서 잠금해제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5학년 아이는 엄마를 조르고 졸라 슬라이드 폰을 손에 쥐었고, 이후 틈만 나면 아무 일 없어도 화면을 밀어댔더랜다. 딸각거리며 슬라이드 폰이 열리는 소리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았는지는 아직도 모를 일이다. 가끔 휴대폰을 놀이터의 모래사장에 떨어뜨리면 핸드폰이 열리는 소리가 묘하게 탁하게 느껴졌다. 그런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어둔 채 나중에 꺼내보면 주머니 안은 온통 모래투성이였다.  

이제 우리는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면 인터넷 검색, 동영상 시청 등 많은 것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예전에 슬라이드 폰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전화와 문자 밖에 없었다. 심지어 전화와 문자를 할 수 있는 양이 한정돼 있어, 아이들은 문자 한 통에도 ‘내가 보내네, 네가 보내네’ 실랑이를 벌이곤 했다. 그러나 그토록 제한된 기능에도 우리는 충분히 만족했다. 집 문을 두드리지 않아도 서로를 부를 수 있었고, 학교가 끝나도 계속해서 소곤댈 수 있었던 게 기뻤던 탓이다. 혹여나 요금을 다 써버릴까 두려워, 우리는 하고 싶은 말을 고르고 고른 후에야 문자를 보냈다. 그때 그 시절, 조그만 폰 화면 속에는 어린 손으로 꾹꾹 누른 정성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서태지 폰, 스카이톡톡 폰, 초콜릿 폰 등 이름처럼 모양도 색색이었던 수많은 슬라이드 폰들은 필자의 기억 속에서 영영 잊혀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슬라이드 폰의 화면을 밀어보자 들려오는 딸각거림은 고스란히 살아있는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배주경 기자  skwnru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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