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사는 위기를 넘어 폐간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보사가 없어져야 한다고 비판하는 자도 있고, 폐간 위기를 겪은 학보사도 있다. 학보사, 교지, 영자신문 등 하나 둘 사라지는 타대학 언론사들을 보면서 언젠가 인하대학신문도 과거로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슬며시 필자에게 다가올 때가 있다.

 인하대학신문사에 몸을 담고 있는 필자에게도 대학언론의 위기는 지겹게 들은, 너무나도 진부한 소재가 됐다. 그럼에도 이번 기자담론에서 학보사의 위기를 다루게 된 것은 올해 본교 교지의 폐간 과정을 옆에서 지켜 보며 대학언론의 위기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3학기, 짧다면 짧은 시간을 학보사에서 보내며 학우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학보가 어디에 비치돼 있냐’는 것이었다. 필자 역시 본지에 대한 언급보다 본교 커뮤니티 인하광장과 본교 관련 SNS 등을 더 많이 언급하고 있으니, 타 학우들의 저조한 관심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본교 구성원 모두에게 관심을 강요할 수 없고, 인하대학신문 기자들도 학보사를 대하는 애정이 저마다 다르니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번 언론정보학과 사태 같은 내부고발 역시 SNS를 통해 이뤄졌다. 학교 관련 커뮤니티들이 공론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본지가 취재하기도 전에 학우들은 SNS를 통해 제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학보사는 신속성에서 밀려나고 있으며,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으로만 소리치고 있다. 더불어 수년째 이어지는 인력난까지 위기의 바람 속에서 한정된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언론사는 더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학보의 역할은 학교에 대한 사실 전달과 문제 제기, 여론 형성 등에 있다. 하지만 이를 대신할 다른 매체들이 생겨나고 있으니, 설 곳을 점차 잃어가는 것도 마땅하다. 학보사라는 취지에 맞게 학교를 중점적으로 취재한다는 점 외엔 독자들이 교내 언론 매체를 접해야 할 요소를 찾기도 힘들다. 다른 학교 언론사들처럼 본지의 사정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본지는 작년 프라임 사업 관련 사건 때 호외까지 발행해가며 본교의 상황을 학우들에게 신속하게 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필자가 수습기자였을 때보다 발행 횟수는 줄었다. 학보사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나 비정기적인 발행일로 주보, 월간지라고도 부를 수 없는 어정쩡한 상태에 놓여 있다.

필자는 대학 언론사의 핵심이 학교, 학생자치기구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 측에서 비판을 환영하지 않지만, 이는 마땅히 학보사가 해야할 일이다. 본지는 학우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들을 전달하려 애쓰고 있고, 언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발로 뛰고, 밤샘을 하며 동이 트는 것을 보는 게 다반사가 됐다. 하지만 기자들의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신문사는 위태롭다. 학보는 더 이상 대학생들에게 주류 관심사가 아니다. 학보사 기자 생활은 대학생들의 취업 경쟁, 스펙 쌓기에 밀려 그저 교내 활동을 고집하고 있는, 어리석은 자로 보일 뿐이다. 우리가 애정을 담아 노력한 시간들이 그저 취업 경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시간일 뿐이라는 사회의 평가로 절하되는 것이 무상함을 안겨 준다.

인하교지편집위원회는 11월 종간호를 발행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현재 학교는 본교 언론4사를 3사로 줄인 상태다. 수요는 점차 줄고 있고 필자에게는 대학 언론사의 전망이 긍정적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동아리가 아닌 언론사라고 누누이 외치고 다니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아주는 이가 없으니 서글프다. 백아는 자신의 소리를 알아주는 종자기가 죽자 거문고 줄을 끊어버리지 않았는가.

열악한 상황 속에 설 곳을 잃은 학보사 기자들은 아직 펜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기자들에게 펜의 한계를 절감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니, 끝이 존재한다면 그 끝에 부끄럽지 않은 인하대학신문으로 남을 수 있도록 기자들이 최선을 다하면 좋겠다. 

모다영 기자  1216352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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