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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경제의 희생양,‘망 중립성 원칙’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네트워크로 전송되는 모든 트래픽은 내용과 유형, 서비스나 단말 종류, 수/발신자와 관계없이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니 우리나라에 빗대어 표현하겠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개인이나 기업이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등이 있다. 이들은 모든 사용자에게 같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이를 ‘망 중립성 원칙’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망 중립성 원칙’이 폐기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업자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이용자들을 대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의 접속량이나 내용 등에 따라 이용자들의 서비스 속도를 차별하거나, 우선권을 주거나, 접근을 금지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기로 한 곳이 미국이라 우리나라와는 관련이 없어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망 중립성 원칙’이 존재함에도 우리나라에서 이를 위반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그 시작은 2012년 2월에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에서 앱을 차단한 사건이다. KT는 스마트TV의 핵심 기능인 앱이 사용자로 하여금 과도한 트래픽을 유도하고 있다고 판단해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KT는 스마트TV가 아무런 사용 대가 없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데, 이에 대한 비용을 삼성이 지급하지 않아 차단했다고 밝힌 사례가 있다.

이보다 유명한 ‘망 중립성 원칙’ 위반 사례는 과거 카카오톡의 서비스인 보이스톡이 차단된 것이다. 당시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보이스톡 서비스를 요금제에 따라 부분적으로만 허용했다. 이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사가 망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트래픽 관리를 할 수 있다며 이동통신사의 방침을 인정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모든 사용자에게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망 중립성 원칙’의 위반 사례다.

이는 우리나라 또한 ‘망 중립성 원칙’의 폐기에 대한 움직임이 있었고, 미국의 사례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망 중립성 원칙’이 폐기된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망 중립성 원칙’이 폐기되면 네트워크 시장은 약육강식의 논리에 지배를 받게 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인터넷 속도에 제한을 걸어 중소기업의 고객이 떠나도록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쉽게 사라지게하거나 혹은 삼킬 수 있게 된다.

또한, 무료 와이파이가 사라질 수도 있다. 모든 데이터가 돈으로 환산되니,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소규모 트래픽보다 대규모 트래픽을 선호하게 된다. 커피숍,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와이파이의 위기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일반 사용자들 특히 개인의 트래픽에 대한 우선권이 최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망 중립성 원칙’이 사라지게 되면 정부의 트래픽 우선권은 정부의 필요성에 따라 최우선으로 쉽게 올라갈 수 있다. 그 뒤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게 돈이 되는 후원자 혹은 기업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일반 사용자들의 우선권은 최하로 밀리게 된다. 이는 인터넷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이론상으로는 특정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를 막을 수도 있게 된다.

물론 ‘망 중립성 원칙’이 폐기돼야 하는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5세대(5G) 시대가 열리면 사물인터넷, 가상ㆍ증강현실, 초고화질 콘텐츠의 확산으로 인해 폭발적인 트래픽과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려면 망 중립성 원칙을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한 이유 또한 ‘망 중립성 원칙’이 네트워크 시장으로의 신규투자 및 일자리 창출 기회를 줄였다는 것이다.

두 이유 모두 이해가 된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논리를 앞세운 ‘망 중립성 원칙’의 폐지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망 중립성 원칙’의 유지가 필자의 눈에는 옳게 보인다. 필자의 짧은 생각일 수도 있으나, 빈부격차가 정보격차를 만들 수도 있는 ‘망 중립성 원칙’의 폐지는 무서울 뿐이다.

강성대 편집국장  1213315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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