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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공화국 한국사회 갑질의 실태는?

 

신지은 일러스트 기자 goe005@naver.com

성심병원에서 발생한 간호사 갑질이 보도되면서 사회에 뜨거운 파장이 번지고 있다. 성심병원은재단 체육대회 장기자랑에 강제로 간호사를 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선정적인 춤과 노출된 의상을 강요했다. 병원의 임금체불이나 수간호사의 다단계 가입 요구, 정치후원금 강요 등에 대한 갑질 폭로가 잇따라 나오면서 도 넘은 넘은 갑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태가 커지면서 사회 여러 직장 갑질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5년 직장인 604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갑질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갑질을 당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88.6%였다. 직장인이 당한 갑질의 종류로는 ▲관계사 직원의 무리한 요구 ▲고객사의 불가능한 요구 ▲자신의 인맥을 이용한 갑질 등이 상위 항목으로 꼽혔다.

 2015년 언론진흥재단이 20~60세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95%가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갑질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갑질을 하는 대상으로는 ▲고용주 67% ▲직장상사 67% ▲거래처나 상급기관 57% ▲고객 51% ▲전문직 종사자 45% ▲공무원이나 정치인 43% 순이었다.

 2013년 4월 ‘라면 상무’ 사건부터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까지, 갑질은 한국사회에서 어느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내 임신 순번제부터 면벽근무까지

 기업 갑질은 크게 조직 내와 조직 외로 나눌 수 있다. 조직 내 갑질은 고용관계에서 이뤄지는 갑질이나 상급자가 자신의 지위를 가지고 업무상 갑질을 행하는 경우다. 조직 외에서는 거래처와 관련된 갑질 등이 존재한다.

 성심병원 사건 이후 간호사들은 병원 내 갑질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간호사들이 겪는 갑질로는 ‘임신 순번제’와 ‘태움’ 문화가 있다. 임신 순번제는 간호사들이 2명 이상 같은 기간에 임신하지 않도록 순번을 정하는 것이다. 이는 인력부족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이유에서 행해지고 있다. 순서를 어기고 임신한 사람은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퇴사를 종용받기도 한다.

태움 문화는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괴롭히면서 가르치는 방식을 말한다. 갑인 선배 간호사는 욕설을 포함한 폭언은 물론 폭행까지 행하면서 후배 간호사를 괴롭힌다. 이들은 과거부터 내려온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갑질을 하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을 조성한다. 신입 간호사는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를 겪기도 하고 심각한 경우 사표를 쓰기도 한다. 결국 간호사의 병원 이탈 현상으로 이어져 일손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복직자에 대한 ‘보복성 인사관리’를 한 기업들도 있다. 이미 갑질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중견기업 휴스틸은 지난해 부당해고가 인정돼 복직한 직원의 자리를 화장실 앞으로 배정했다. 이 사실이 발각된 이후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았음에도 갑질은 계속됐다. 올해 SBS는 휴스틸이 직원들을 상대로 일명 ‘해고 매뉴얼’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퇴사를 압박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과거 갑질에 대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또다시 직원을 대상으로 갑질을 한 것이다. 휴스틸은 이에 대해 공식 문건이 아니라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이 사건으로 대중의 공분을 샀다. 퇴직을 강요하는 것은 휴스틸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아제약도 부당해고 판정 이후 복직한 직원에게 책상에 앉아 벽을 바라보게 하는 일명 ‘면벽근무’를 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도 보고하라는 지시를 했다.

작년 두산모트롤도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면벽근무를 강요했다. 해당 직원은 인터넷사용과 통화도 할 수 없었다. 과거 두산인프라코어는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을 대기발령 시켰다. 그리고 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자기 회고록을 쓰게 하고, 명상 시간을 갖게 했다. 직원의 인격은 무시하면서 ‘사람이 미래다’라고 외치고 있는 셈이다. 기업 내 갑질은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등 기업의 갑질

 ‘물량 밀어내기’는 2013년 남양유업 사태를 시작으로 논란이 됐다. 물량 밀어내기는 본사가 대리점주에게 강매를 요구하는 것이다. 과거 남양유업 영업사원은 본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을관계에 놓인 대리점주에게 억지로 물품을 떠맡겼다. 이 과정에서 폭언을 한 녹취록과 대리점주에게 떡값을 요구한 녹취록이 공개되며, 갑의 횡포가 드러났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통해 본사 차원에서 전체 대리점을 상대로 밀어내기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일부 대리점주들에게 대리점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으며, 대리점주들을 고소했다. 대리점주들은 본사가 피해자에게 보복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남양유업은 2013년 5월 9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또다시 물량 밀어내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17년 10월 건국유업의 물량 밀어내기 갑질이 보도됐다. 건국유업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약 8년간 대리점주를 상대로 밀어내기 갑질을 했다. 대리점주에게 강제 구매를 하도록 주문량을 수정해 비용을 청구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건국유업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올해 미스터피자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보복 영업’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가맹점을 탈퇴한 옛 점주의 가게 인근에 ‘보복성 직영매장’을 연 것이다. 이 직영 매장은 옛 점주의 가게보다 3분의 1 가격으로 피자를 판매했고, 저렴한 치킨 판매 등 의도적으로 옛 점주에게 주려 했다. 또한 미스터피자는 치즈를 가맹점에 공급하면서 비싼 가격으로 부풀렸다는 의혹과 고액 간판 교체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기업 대표도 가맹점주에게 금품 상납을 요구하고 욕설, 폭행을 일삼으며 ‘귀싸대기 교육’을 시켜 물의를 빚었다. 이렇듯 갑질은 잊을 만하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갑질이 끊이지 않는 원인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갑질의 원인은 무엇일까. 하나로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서열문화와 권위주의 의식을 큰 원인으로 뽑고 있다. 서로를 존중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수직적 상하관계로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갑질을 만들어내고 있다.

 힘을 가졌다는 생각으로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도 문제다. 2016년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갑질을 ‘억압의 낙수 효과’로 설명했다.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갑질을 많이 할수록 사회 전체에 갑질이 만연해진다. 억눌린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조그만 권력과 자산을 통해 위에서 받은 억압과 설움을 자기보다 더 아랫사람에게 풀어버린다”고 설명했다.

경직된 조직문화도 문제다. 조직 내 불합리한 조직문화 및 관행을 개선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신고 수단 및 신고자 보호 등이 미흡해 조직 내 갑질에 대처할 수 없는 을의 수단 또한 부족한 상태다.

 

갑질을 대하는 사회의 모습은

 기업의 갑질에 대처하는 사회의 모습은 어떠할까. 가장 보편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갑질 횡포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는 소비자들의 모습이다. 소비자들은 기업의 갑질 사례를 접하곤 그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다. 갑질을 당한 ‘을’ 또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고, 이에 대해 사람들은 공감하고 분노한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그 기업에 부정적인 인상을 남겨 기업 매출에도 큰 타격을 준다.

고생하는 가맹점주들에게 갑질이 아닌 ‘상생’을 추구하는 사례도 있다. 올해 8월 이디야커피 회장은 가맹점주들에게 자필 서명이 담긴 공문을 보낸 사실이 화제가 됐다. 최저임금 인상 등 가맹점주 부담에 공감하며, 상생을 위해 본사에서 제공하는 원재료값을 낮추겠다는 내용을 ‘상생레터’에 담았다. 이를 통해 가맹점주를 본사의 돈벌이 수단만으로 보지 않고, 상생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성심병원 사태 이후 지난 1일, 노무사, 변호사, 노동전문가 등 241명으로 구성된 직장갑질119가 출범했다. 직장갑질119는 노동건강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노동법률단체가 모여 만들었으며, 이곳에 갑질 피해에 대한 익명 제보를 할 수 있다. 직장갑질119는 갑질을 당한 직장인을 구제하기 위한 활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하도급 ㆍ유통 ㆍ가맹 분야에서의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해 익명 제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갑질을 막기 위한 사회적 제도 또한 개선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부터 대형유통업체들의 갑질 과징금을 두 배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를 개정하면서 과징금 최고 부과기준율이 70%에서 140%까지로 올랐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 한도를 최대 1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상향했다. 하도급 및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행위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 한도도 최대 1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인상했다.

사회의 변화를 바라며

 일부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이 입은 티셔츠에 ‘남의 집 귀한자식’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갑질 손님에 대처하기 위한 ‘알바 전용 티셔츠’인 것이다. 이 티셔츠는 손님에게 갑질을 당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한 사장님의 배려인 셈이다. 갑을관계는 사회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갑이 을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진다면 사회 모습은 변화할 것이다.

 갑질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이 갑질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갑을관계를 대함에 있어서 시민들의 의식이 더 성숙해져 갑질이라는 말이 사라지는 날을 기다려본다.

모다영 기자  1216352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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