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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청춘이지만 청춘의 삶을 살지 못하는 청춘들

 

지난 23일 전국에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됐다.

청춘이란 ‘만물이 푸르른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 시절을 뜻한다. 흔히 청춘이라고 하면 도전, 열정, 패기, 활기, 경험 등의 단어를 떠올린다. 지금 우리는 청춘이지만, 우리의 삶은 청춘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인 지금, 우리의 삶은 만물이 푸르른 봄철과 같을까.

십대 후반에는 입시라는 산을 만나 해가 뜨기 전에 집에서 나와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또 다른 학원으로 발을 옮기며 해가 지고 난 후에 다시 집에 들어간다. 수백 수천여 가지의 입시 전형 중에서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전형은 무엇인지, 어느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지 매일 골머리를 앓는다.

지난 15일, 경상북도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1주일 연기됐다. 수능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에도 여러 피해사례가 발견돼 수능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었다.

교육부의 수능 연기 발표 직후, 전국의 수험생들은 그야말로 대혼란상태에 빠졌다. 수능을 하루 앞두고 그동안 공부했던 책과 자료들을 모두 버리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와중에 일주일이라는 공백이 생긴 것이다. 수년 동안 수능만을 바라보며 공부해왔을 수험생들에게 갑작스러운 수능 연기 소식은 청천벽력 그 이상의 소리였다. 포항 지역 수험생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당연한 처사이지만, 혼란에 빠진 다른 지역 학생들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수십만의 청춘이 하나의 시험에 이토록 목숨을 걸게 만든 우리 사회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마치 대학이 인생의 전부를 결정짓는 듯한 기성세대의 가르침은 수많은 청춘을 하나의 길로 몰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매년 N수생(수능을 수차례 보는 학생)이 점점 늘어 지난해 수능 응시자 중 N수생의 비율은 24.2%에 달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좀 나아졌을까? 물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청춘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산을 만나게 된다. 학점, 대외활동, 어학 등 일명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한 경쟁 속으로 떠밀린다. 매번 뉴스에는 청년 실업에 대한 기사가 끊이지 않으며, 점점 더 많은 청춘이 노량진으로, 고시텔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행복한 미래를 위해 기꺼이 우리의 청춘을 투자하는 것일까 사회의 흐름과 요구에 따라 청춘을 헌납한 것일까. 우리 주변에서 청춘답지 못한 청춘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임용 절벽에 가로막힌 청춘>

사범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휴학을 연장할지 고민하고 있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며 이번 학기까지 1년을 휴학했는데, 아직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중학생 시절부터 선생님이라는 꿈을 키워왔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명절에도 혼자 집에 남아 공부에 매진했던 A씨는 사범대학에 진학하며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학교에 다닐수록 임용고시 앞에 좌절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현실의 벽을 체감했고, 결국 선생님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다.

현재 A씨는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고시생 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생활비를 마련했지만, 휴학한 뒤로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고 있어 친구를 만나거나 쇼핑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일주일에 한 번, 도서관 휴무일에 카페에 가서 공부하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을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지금까지는 꿈 하나만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왔지만, 점점 발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넘어가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학과 게시판에 수십여 개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청춘>

식품공학을 전공하는 B씨는 며칠 전 대학원 원서접수를 마쳤다. B씨가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은 3학년 2학기가 끝난 직후였다. B씨가 희망하는 분야는 식품 관련 연구직으로, 기업에서 석사 이상의 학력을 더 많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B씨는 지난해 겨울방학 때부터 연구실에 나가 실험, 연구, 관찰 등의 업무 보조 역할을 해왔다. 방학임에도 학기와 다름없이 매일 학교에 나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한 이후 B씨의 일정은 지도교수의 일정에 맞춰졌다. 지방에서 학회나 세미나 같은 행사가 개최될 경우 지도교수를 따라 행사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기가 시작된 이후 낮에는 강의실로 밤에는 연구실로, 그리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학교 근처 음식점으로 향한다. 본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B씨는 올해 들어서 본가에 간 날이 손에 꼽힐 만큼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B씨는 부모님께 학부 생활이 끝날 때까지만 학비와 자취방 월세를 지원받기로 약속했다. 그 외의 생활비와 앞으로 있을 대학원 학비, 그리고 월세까지 B씨가 직접 마련해야 한다. 학비는 학자금 대출을 이용해 해결할 수 있다 하더라도, 월세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쉴 틈 없이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

<제도에 발목 잡힌 청춘>

체육특기자(운동선수)로 대학에 진학한 C씨는 변경된 학사제도로 인해 힘든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전국을 발칵 뒤집은 일명 ‘정유라 사건’ 이후, 체육특기자의 출결 및 성적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학사제도가 변경되면서 대회 일정이 주말로 옮겨져 평일에는 학업과 운동을, 주말에는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한 학기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학기가 시작되면 선수마다 시간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자 수업이 없는 시간에 짬을 내서 개인 운동을 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C씨는 단체 종목의 선수이기 때문에 같은 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예전보다 운동량이 상당히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학생으로서 공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선수들에게는 운동이 곧 공부이자 취업을 위한 준비나 다름없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보니 걱정이 자꾸 늘어날 수밖에 없다. C씨는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제도가 너무 갑작스레 도입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SNS를 보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꽃보다 청춘’을 즐기는 청춘들이 많은 것 같지만, 정작 대다수 청춘에게 여행은 남의 얘기처럼 느껴질 뿐이다. 방학 내내 혹은 휴학까지 하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겨우 마련한 돈으로 청춘을 사기도 한다. 방송인 유병재는 본인의 SNS에 ‘젊음은 돈 주고 살 수 없어도 젊은이는 헐값에 살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라며 청춘이 느끼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청춘을 바친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노력한다면 해낼 수 있다는 과거의 믿음을 처참히 깨부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우리리서치가 지난 16일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4%가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말에 더는 공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부격차는 날로 늘어만 가고, 용이 날 개천에는 물조차 흐르지 않고 있다.

최근 일명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 금융권에서 대규모 채용 비리가 밝혀져 많은 청춘의 노력을 비웃는 현실이 드러났다. 해당 기업으로의 취업을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청춘은 그저 채용 과정의 구색을 갖추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다. 청춘은 분노했지만, 우리의 힘으로 사회를 바꾸기에는 당장 눈앞의 산조차 버거울 뿐이다. 

이현지 기자  gvgusw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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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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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배 2018-01-11 09:53:18

    인하인들에게 힘을 내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물론 현실의 세계는 녹록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도전하는 젊은이에게 길은 열리기 마련이지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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