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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팔이] 봉숭아 물들이기

매니큐어가 익숙지 않던 초등학생 시절, 당시 아이들에겐 손톱을 색으로 물들이는 봉숭아 물들이기가 하나의 유행처럼 퍼졌었다. 어른들은 우리가 손톱을 물들인다는 것을 신기해 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그 뒤에 있던 ‘첫눈이 올 때까지 손톱에 봉숭아 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라는 속설이 우리의 설렘을 더 자극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속설은 어리기만 한 우리들을 순정만화 주인공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친구들은 저마다의 설렘을 담아 봉숭아물을 들였고 손톱에는 어여쁜 주황빛이 차올랐다.

요즘 문구점에서 파는 봉숭아 물들이는 가루를 물에 타서 손톱에 펴 바르면 그만이다. 그런 간단한 제품을 뒤로 한 채 필자는 실제 봉숭아 꽃잎으로 손톱을 물들였던 추억이 있다. 친척들과 함께 외할아버지가 계신 시골집으로 내려갔던 그날, 당시 또래의 친척들과 다같이 봉숭아 물을 들였다. 엄마는 시골집 정원에 있던 봉숭아 꽃을 돌로 찧고 손톱 위에 올려 주셨다. 비닐봉지로 손톱을 꽁꽁 싸매 실로 묶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물을 들였다.

문구점에서 파는 제품은 30분이면 물이 들지만 필자는 손가락에 비닐을 씌운 채 하룻밤 내내 기다려야 했다. 아쉽게도 긴 기다림만큼 아름답게 봉숭아 물이 들지는 않았다. 주황빛은 손톱만이 아니라 손톱 주위의 살들까지도 약간 물들여 버렸다.

 반 모든 여자아이들이 사모하던, 해맑은 웃음을 지닌 남자아이를 생각하며 봉숭아 물이 빠지지 않도록 손 닦는 것도 조심했던 시간이 있었다. 결국 첫눈이 올 때까지 손톱에 봉숭아 물이 남아있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순수한 설렘은 여전히 남아있는 듯 하다.

 요즘 손톱을 꾸미는 도구로는 매니큐어부터 해서 인조손톱까지 형형색색의 제품들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다양한 색들이 나오고 있지만 달콤한 설렘에 기대 물들였던 그 시절 주황빛은 어디 있을까.

 

모다영 기자  1216352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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