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에 의하면 2008년 이후 10년 동안 과로사를 당한 유족이 산업재해 급여를 신청한 건은 6,381건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매년 640명 정도가 과로사로 사망한다고 관련 유족들은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과로사는 직접적인 업무이외에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산업재해 급여를 받지는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실제로 산재 신청에 대한 승인율은 주당 50-60시간 근무자는 24.7%,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자의 경우는 66.6%(이상 2016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 보면 과로와 관련된 사망률은 훨씬 더 높다. 일례로 2016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 4,292명(행정안전부) 가운데, 한 운전자의 과로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사망자 수는 과로사 수치에서 빠져 있다. 또 수많은 산업재해가 근로자의 과로와 연관된 경우도 적지 않으며, 그로 인해 발생한 산업재해의 피해자들 역시 과로사 사망자 수에서 빠져 있다. 뿐만 아니라 사망자가 아니라도 과로에 의한 중증 환자들을 고려하면 과로는 우리 사회의 얼굴 없는 중대한 살인자인 셈이다.

결국 과로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이외에, 그로인해 피해를 당한 사망자(제2차 피해자), 또 과로에 의한 질병과 유관 가족들이 받는 정신적, 물질적 고통, 또 그로 인한 사회적 손실 등을 고려하면 우리 사회의 과로로 인한 손실은 막대한 수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필자로서는 그 수치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 주변에서 그러한 사고와 관련하여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과로는 모든 사회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의 경우는 타 국가에 비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2016년 35개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노동시간은 멕시코와 코스타리카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고 한다.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이다. 그 나마 이 기나긴 평균 노동시간도 하루 1,000여건의 우편물을 전해 줘야 하는 우체국 직원이나 택배기사, 장거리 버스나 화물트럭 기사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한국사회의 문제점은 단순히 이러한 과로관련 높은 수치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만성적인 과로 상태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 전체가 과로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이제는 이것이 정상태처럼 보이는 것이다. 과로는 기업이나 개인이나 모두 불가결한 필요 활동으로 간주하는 듯 하다. 그래서 과로의 문제를 제기해도 사회에서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학생들이 저녁 9시가 넘어서도 학원가를 떠돌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밤 문화를 서비스 하기 위해 저녁 늦게 심지어 새벽까지 소중한 삶을 소모시키고 있어도, 인력자원의 경쟁력과 소비의 진작을 위한, 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으로 간주되는 듯 하다.

이러한 과로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고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로 즉 노동시간의 양적인 확대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노동의 효율성, 노동의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경제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014년 OECD 국가 중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 순위는 28위로 역시 하위권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과로 즉 장시간의 노동시간 때문이다. 하루의 연장근무는 그 시간의 노동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날의 전체 노동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며, 결국 지속적인 연장근무, 초과근무는 상시적으로 전체 노동의 생산성을 약화시킨다.

또 단순히 과로를 막는다는 소극적인 차원이 아니라 휴식이 가지는 사회적인 가치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휴식문화의 변화, 휴식의 사회성에 대해서도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휴식은 소비를 위한 활동이 아니라 인간의 유대감과 정신적, 심리적 충전의 시간이며, 노동과 활동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이러한 휴식을 위해서는 노동시간의 단축만이 아니라 휴식권리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와 휴식이 노동의 한 부분이자, 인간의 생존권의 한 부분이라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러할 때, 정부 정책처럼 통신·의료·광고·운수 등 26개 업종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을 해도 된다는 식의, 누구에게는 황금 휴식이 타인에게는 지옥의 시간이 되지 않을 수 있고, 가족애와 가족주의로 널리 알려진 한국이 미국인들처럼 일주일에 5회 이상 가족과 저녁을 같이 하는 것이 가능해 질 것이다. 휴가를 쓰는 것이 ‘떳떳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 되고, 술보다는 휴식을 권하는 사회, 나만의 휴식이 아니라 타인의 휴식을 함께 고려하는 문화가 있는 한국을 상상하는 것은 너무 과분한 것일까?

차태근 (인하대학교 중국학과 부교수)

인하대학신문  inha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