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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_책] 양의 미래

 

혹자는 현재를 ‘고독과 소외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살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심함’을 체화하게 된 사람들이 많고, 이로 인해 고독함을 느끼면서도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타인을 소외시킨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무심함은 내 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그다지 크게 반응하지 않게 하며, 기준을 정해 옳고 그른 것을 나누려는 수고 또한 덜게 만든다. 때로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지친 어깨나 그들이 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무심함은 그러한 것들을 목격하는 순간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어긋난 마음으로 이어진다.

<양의 미래>에는 고독과 소외의 시대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을 대표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세상의 손길로부터 단절된 유년시절을 보냈던 주인공은 저절로 무심함을 체화하며 세상이 자신에게 그랬듯이 자신도 세상을 무심하게 대하게 된다.

<양의 미래>는 한 소녀의 실종 사건을 통해, 주인공과 같이 이곳저곳에 치이며 사는 이들에게 타인에 대한 윤리나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한 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한 소녀가 실종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본 것이 주인공이라는 이유 하나로, 주인공은 온갖 비난의 시선과 질문에 맞닥뜨린다. 특히 소녀의 어머니는 매일 주인공을 찾아와 책임을 묻는다. 어느 날 주인공은 마음속으로 소녀의 어머니에게 항변한다. 그 항변은 어린 시절부터 온갖 허드렛일만 해온 한 인간에게, 햇빛 한 번 볼 수 없는 지하에서 하루 종일 삶을 견뎌내야 하는 한 인간에게, 삶이 아닌 생존만이 유일한 과제인 한 인간에게 타인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지를 묻고 있다.

이 책은 무관심이 어느새 삶의 지혜로 자리 잡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준다. 타인이 지닌 상흔을 못 본 척 하고, 위태로운 길 가운데 서있는 타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고 묵묵히 발걸음을 재촉하는 무관심한 현대인들을 조명한다. 주인공은 살기에 바쁘다는 이유로, 원래 세상은 그런 것이라는 이유로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버린다. 나에게 할당된 짐을 해결하는 것조차도 힘이 들며, 혼자가 아닌 우리의 무게는 더욱이 너무나 버겁다고 말한다.

각자도생이 대세가 된 사회에는 고독과 소외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소설은 우리에게 어두운 질문을 남긴다.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는 타인과 함께 하는 삶이 삶의 무게를 더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각자의 삶을 이어나가는 것만으로도 바쁜 사회에서 삶이라는 게 곧 생존과 직결돼있다고 느끼는 우리에게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우리는 어디까지 무심해질 수 있으며, 이를 비판해도 되는 것일까?

임현지 기자  ㅣ.hyeong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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