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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갈 곳 잃은 대학교 기숙사, 머물 곳 없는 대학생

 

인하대 제1생활관 전경

대학교 기숙사가 님비현상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학생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숙사를 필요로 하지만,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대학생 주거 빈곤 문제가 심화됨에 따라 정부와 학교가 기숙사를 짓겠다고 나섰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기숙사 건립이 사실상 백지화되고 있는 곳이 많다. 또한, 기숙사가 들어서더라도 민자 기숙사 제도가 도입되는 탓에 고가 기숙사비 논란이 일기도 한다. 대학생에게 기숙사는 ‘살고 싶어도 들어갈 방이 없고, 방이 있어도 비싸서 못 사는’ 높은 장벽이 된 것이다.

님비 논란에 휩싸인 대학 기숙사

매번 기숙사 신축 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갈등을 겪는 이유는 주거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과 지역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들이 대치하기 때문이다.

한양대와 고려대는 대표적인 기숙사 갈등 사례로 꼽힌다. 한양대는 지난 2015년 1,99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 6,7 기숙사를 신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아직까지 사업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 기숙사라는 대규모 시설이 들어오면 원룸 공실률이 크게 높아져 주민들의 영세 사업장이 타격을 받는다는 이유로 주민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2013년 말 학교 부지 내 개운산에 기숙사 신축을 추진하면서 성북구청에 근린공원으로 묶여 있던 해당 부지에 대한 토지용도 변경 신청을 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의 잇따른 반대로 발목이 잡혀 여전히 보류상태에 머물러 있다. ‘주민들이 근린시설로 이용하고 있는 공원을 주민 동의 없이 없애서는 안 된다’는 표면적인 이유에 더해, 기숙사로 학생들을 뺏기면 원룸 수요가 떨어져 지역 경제가 무너진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민원이 구청에 끊임없이 접수된 탓이다.

건축허가를 받았음에도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지난 2월, ‘연합행복기숙사’를 짓기 위해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일대에 건축허가를 받았다. 재단 측은 오는 2018년 1학기에 맞춰 수도권 최대인 7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연합 기숙사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진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공사용 대형차량이 들어오면 인근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 받게 되며, 소음과 분진 피해가 심각해져 공사를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중론이다. 이에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인한 갈등비용을 염려한 시공사가 몸을 사리면서 기숙사 건립이 또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준 4년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21%로, 재학생 5명 중 불과 1명만이 기숙사에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대학은 기숙사 수용률이 16.1%로 비수도권에 비해 더욱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숙사 건립을 둘러싼 갈등 이유는 대학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돈’문제가 걸린 지역이기주의로 귀결된다.

대학 인근에서 원룸이나 고시텔 등 임대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주민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논리를 한 마디로 말하면 ‘재산권 침해’다. 기숙사가 들어설 경우 자신들이 운영하는 원룸과 고시텔 등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게 돼 결국 사업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기숙사의 경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로 분류된다. 도시계획시설을 지으려면 시의원과 공무원,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시의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고 관할구청에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 주민의 반발이 심하면 인가를 내기가 어렵다.

지역 주민들은 투표권 소지자지만, 해당 지역으로 주소지를 등록하지 않은 학생들은 정치적 영향력이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주민들의 반발 여론에 더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것이 지역사회의 현주소다.

기숙사가 지어져도 해결되지 못하는 청년 주거난

외부자본을 유치해 짓는 민자기숙사가 늘어나면서 원룸 월세보다 비싼 기숙사 비를 받는 곳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005년부터 대학이 아닌 민간 사업자가 기숙사를 건립하고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민자 기숙사 제도가 도입돼 고가의 기숙사비가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이 자체 부지를 마련하고 짓게 되면 학생들의 비용 부담이 적지만 민간 사업자에게 기숙사 설립을 맡길 경우 투자비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대학생들이 부담해야 할 고가의 기숙사비로 이어진다.

지난해 기준 25개 사립대학에서 민자기숙사 41동이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월 평균 기숙사비가 50만 원 이상인 기숙사는 8곳, 40만 원 이상인 곳은 16곳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 주요 대학가 월세 평균은 49만원이었다. ‘기숙사’라는 이름을 갖고는 있지만, 결국 대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기숙사의 요건과는 어긋난 높은 장벽인 것이다.

 

청년주거대책 효과마저 감소

이리저리 채인 대학생들이 결국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정부뿐이다. 대학생 주거 빈곤 문제가 심화됨에 따라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학 등록금 및 주거비 부담 경감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내걸었던 ‘대학생 기숙사 수용인원 5만 명 확충’ 공약 이행을 위해 정부는 ‘대학생 공공기숙사 건립’을 추진했다. 이는 기존의 사립대 민자 기숙사와 비교해 월 평균 22만 원 이하의 저렴하고 질 좋은 기숙사 제공에 초점을 둔 정부 주관 사업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실질적인 공사에 들어가기도 전에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밀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측에서는 학생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기숙사 신설을 추진하는 반면, 인근 주민들은 생존권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기숙사 확충을 둘러싼 대학과 지역 주민과의 갈등의 골만 깊어지며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 거듭되고 있다. 결국, 주거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효과마저 줄어들고 있어 주거 불안에 대한 우려만 커지는 상황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주요 대학 인근 원룸의 경우 평균적으로 보증금 1,378만 원에 월세가 49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50만 원에 달하는 집값은 사실상 일반 직장인에게도 버거운 수준이다. 하물며 주요 수요자인 대학생이 대부분 거주하는 대학가에서 이 같은 원룸 시세는 과도하게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전국의 대학생 총 1,0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알바를 하는 이유에 대해 ‘생활비 마련’이라는 답변이 57.9%로 절반을 넘기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대학생들에게 생활비를 마련하는 문제가 매우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로 볼 수 있다.

1,000만 원이 넘는 보증금에 50만 원에 달하는 월세. 등록금에 쫓기는 대학생들은 또다시 월세에 쫓기며 이른바 ‘월세 알바’에 목숨을 건다.

 

 

 

 

 

임현지 기자  ㅣ.hyeong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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