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추억팔이] 어린이 드라마

 

영국 아이들에게 해리포터가 있었다면, 6살의 필자에게는 마수리가 있었다. 머리에 금색 브리지를 넣고 동그란 안경을 썼던 평범한 남자아이가 그때는 그렇게나 부러울 수가 없었다. 집안 어딘가에는 비밀의 방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옷장을 열어보기도 하고, 우리 아빠도 알고 보면 300살이 넘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날들이 있었다.

‘매직키드 마수리’, ‘울라불라블루짱’, ‘마법전사 미르가온’. 말하기 낯 부끄러울 만큼 유치한 이름들은 무려 십오년 전에 방영됐던 어린이 드라마들의 제목이다. 드라마를 본 다음 날의 학교에서는 모두들 모여 각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의 역할을 맡아 드라마 속 장면을 따라 하기 바빴다. 그때 당시 어린이 드라마는 꼬마들에게 최대의 화젯거리였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의상들과 소품들은 우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드라마 속 또래 연기자들은 언제나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의상을 입고 나왔다. 지금 보면 우스울 만큼 화려하고 치렁치렁하게 달린 장식들이 그때는 마냥 예쁘기만 했다. 그 당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생일선물은 마수리가 쓰는 마법 목걸이였다. 목걸이는 비쌀수록 더 화려하고 컸는데, 내 목걸이는 너무 작아서 부끄러운 마음에 옷 속에 감추고 다니기도 했다. 그때의 우리에게 있어 그러한 소품들은 지금으로 치면 아마수지가 입었던 그 드레스쯤 되지 않을까.

어린 필자의 눈에는 뭐든 좋아 보였다. 배우들의 몸짓 위로 어색하게 덧입힌 CG마저도 우리들에게는 블록버스터 영화와도 같은 느낌을 줬다. 당시의 필자에게 드라마 속 모든 장면들은 절대적인 사실과도 같았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우리 주변 어딘가 살고 있는 마법사들을 찾아가 찍은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순진한 눈으로 바라봤던 세상은 그렇게도 넓었다.

드라마가 방영되던 5시면 신나게 뛰어놀다가도 집으로 급히 뛰어 들어가던 친구들의 모습이 생생하다. 흙먼지도 털지 않은 채 TV 앞에 앉아 정신없이 드라마를 볼 때쯤, 엄마는 저녁을 준비했다. 그래서인지 동심의 세계를 선물했던 어린이 드라마를 생각하면, 서서히 퍼지던 밥 냄새가 어렴풋이 풍겨오는 것 같다.

배주경 기자  skwnrud@naver.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주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