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어 마시면 취하게 되는 음료의 총칭

1.

한국 맥주는 술 마니아들 사이에서 맛이 없다는 평가를 숱하게 받아왔다. 비단 한국사람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한국 맥주는 밍밍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왜 한국 맥주는 환영 받지 못할까.

한국은 ‘맥주에 물을 탄다’는 말이 있다. 이는 놀랍게도 사실이라고 한다. 한국 맥주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라거 스타일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4~5도 정도 되는데, 한국에서는 맥주를 8~9도에 달하는 고알코올로 발효시킨 뒤 탄산수를 섞는 ‘하이 그래비티 브루잉’ 방법을 쓴다. 국내 맥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하이트와 오비 모두 이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외국에서는 이 공법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맥주의 본고장이라는 독일에서는 ‘맥주는 물, 맥아, 홉, 효모로만 만든다’는 원칙을 지켜야할 정도다. 일본에서도 맥아 함유량은 최소 3분의 2는 돼야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10%만 넘어도 맥주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일부 소비자는 밍밍한 맥주 맛에 질려 생맥주를 선호하기도 하지만, 병이나 캔에 담긴 맥주와 생맥주 간에 차이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본디 생맥주는 멸균 처리를 하지 않아 효모가 살아있는 맥주를 뜻하는 말이지만 현재 유통되는 생맥주도 일반 맥주와 같이 멸균 처리가 돼있다. 심지어 한국에서 생맥주 유통과정에서 맥주가 상온에 노출돼 변질된 상태로 공급되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최근에는 크림 생맥주도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일반적인 생맥주에 질소를 주입해 쓴맛을 중화시키고 거품을 더 많이 발생시켜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했을 뿐 본질적인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맛 외에도 해외 맥주 브랜드는 전용 병과 전용 잔을 특색에 맞게 디자인해 눈과 입 모두 즐겁게 하는 경우가 많으나 국내 맥주는 그런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벨기에의 호가든과 같은 경우 체온이 맥주의 온도를 변화시키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잔을 각지게 디자인해 손과 잔 사이의 접촉면적을 줄이거나 체코의 필스너 같은 경우 와인잔과 비슷하게 하는 등 심미성과 기능성을 모두 잡기도 한다.
 

2.

지난 한 해 동안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살인이나 폭력, 강간 및 추행 등의 강력 범죄로 검거된 범죄자가 정상인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범죄자 수에 못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6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검거된 살인 범죄자 995명 가운데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범죄자가 390명 (39.2%)으로 정상이었던 397명 (39.9%)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반면 살인 검거 인원 가운데 ‘정신이상’은 31명 (3.1%), ‘정신박약’ 1명 (0.1%), ‘기타 정신장애’는 41명 (4.1%)이었다. 즉, 최근 들어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돼왔던 정신질환자의 범행 비중은 주취자의 비중과 비교하면 오히려 미미한 수준인 것이다. 성폭행 범죄나 강제추행, 폭력 범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정상과 주취자의 비율 격차가 크지 않았다.

최근 들어 더욱 흉포해진 주취자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술 때문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로 인해 사회적 비용과 치안력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 치안의 관점에서 봤을 때에도 음주로 인한 폐해가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주취자 범죄 처벌 수위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혹자는 “술 마셨다고 하면 되레 용서가 되는 신기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 ‘헬조선’”이라고 꼬집는 등 현행법에 대한 모순을 제기했다. 이처럼, 술을 마시고 저지른 범죄라는 이유에서 범죄자의 사정을 봐주거나 감형해주는 판결이 오히려 독이 돼 범죄율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이에 더불어 앞으로는 음주를 가중 처벌함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주취자 범죄의 가파른 상승세는 주취자에게 적용되는 처벌이 적절한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하나의 방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처벌이 더 이상 처벌로써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현재, 주취 범죄자에게 관대한 사법 관행이 개선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술에 너그러운 대한민국의 법은 범죄를 키운다.

3.

오랜만에 만났으니 반가워서 한 잔, 일을 마치고 피곤하니 힘들어서 한 잔, 이별이 다가오니 아쉬워서 한 잔. 무엇을 한 잔 마시는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다들 ‘무엇’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우리 사회를 살아가면서 너무나도 흔하게 경험하는 상황들이기 때문이다.

20살, 정시 합격자가 전부 발표되기도 전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라는 이름의 술자리가 시작된다. 심지어 예비 오리엔테이션이라는 행사는 고등학교 졸업식 전에 진행되기도 한다. 본격적인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는 온갖 행사를 앞세워 술자리를 가진다.

사회에서는 이보다 더 심한 양상을 보인다. 사회에서의 모임은 대부분 암묵적으로 음주를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행사 뒤풀이에 술이 동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을 넘어 당연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술을 마시면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려 어색한 분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니 서로 더 친해지기 위해서는 술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적당한’ 수준에서나 인정될 수 있는 의견이다. 뉴스에서는 물론이고 우리 주변에서도 술로 인한 사건·사고를 흔히 볼 수 있다. 잦은 술자리로 인한 성인병은 이제 예삿일이다 보니 더 이상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무리하게 술을 마시다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망에까지 이르는 일도 연례행사처럼 거의 매년 뉴스에 보도되기도 한다.

‘문화의 거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몇몇 거리에 가보면 음식점이나 술집이 절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가까이에 있는 인하 문화의 거리(일명 인후)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문화의 ‘사회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 될 것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몇몇 문화의 거리는 편향된 문화만을 담고 있다.

우리는 꼭 술을 마셔야만 친해질 수 있는 것일까? 술을 마시는 게 정말 그동안 쌓인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이 될까? 그 대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의 술의 비중은 좀 지나치지 않나 싶다.

4.

‘팔도 소주’를 들어본 적 있는가. 국내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한 소주들을 일컬어 팔도 소주라 한다. 전국의 대표 소주들을 정리한 ‘소주지도’도 나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팔도 소주에는 ▲경기도 진로 참이슬 ▲강원도 롯데주류 처음처럼 ▲충청남도 선양 오투린 ▲충청북도 충북소주 시원한청풍 ▲전라북도 보배 하이트 ▲경상북도 금복주 참소주 ▲경상남도 무학 좋은데이 ▲전라남도 보해양조 잎새주 ▲제주도 한라산소주 한라산이 자리잡고 있다.

 지역별로 팔도 소주가 자리잡은 데는 ‘자도주 의무구입제도(이하 자도주법)’가 큰 역할을 했다. 1973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1도 1사’ 원칙에 따라 한 개 도에 하나의 소주업체만을 허용했고, 해당 지역의 주류도매업자에게 자도주를 50% 이상 구입하게 했다. 이 제도는 소주시장의 과다경쟁과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시행됐다. 자도주법은 영세한 지역 주류업체가 중견업체로 성장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자도주법은 1992년 폐지됐다가 1995년 다시 부활했다. 하지만 199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자도주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당시에는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소주업체들이 생존위기를 겪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20년 이상 지역에서 자도주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한 덕에 아직까지도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도주법 폐지로 지역간 소주 장벽이 허물어지기도 했다. 소주의 전국 진출이 활발해진 것이다. 한때 부산에서 99%라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해 자도주로 꼽혔던 대선주조 시원소주가 경영권 분쟁으로 혼란에 놓여있을 때, 무학은 좋은데이를 출시해 부산지역의 점유율을 높였다.

 주류업계의 양대산맥,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방 소주업체들은 시장을 넓히기 위해 수도권 소주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지방 소주업체들이 경쟁에 활발히 뛰어들면서 전국소주시장은 이른바 ‘소주전쟁’으로 불리고 있다. 주류업계는 다양한 종류의 소주를 출시하며 현재 소주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인하대학신문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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