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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솜방망이와 철퇴 사이에 선 법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엄벌주의 필요성 대두

 

 

지난 1일, 일명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대중은 온몸에 피멍이든 학생의 사진을 보면서 재판 전부터 가해자들의 처벌 수위에 대해 많은 의견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러한 의견의 대부분은 미성년자의 처벌을 경감하는 ‘소년법’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는 비단 이번 사건에 국한된 논란이 아니다. 몇 달 전 인천여아 살인사건 당시에도 미성년자였던 범인이 심신미약, 미성년 등의 이유로 형을 낮추려는 듯한 언행을 보여 많은 사람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문제는 실제로 대중이 보기에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로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가벼운 처벌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이 명확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처벌을 내리지 않고 약하게 처벌을 하는 것을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솜방망이 처벌은 앞서 언급한 소년법에 그치지 않고 작게는 흔히들 말하는 ‘주폭’부터 크게는 재벌이나 정치인들의 범죄에까지 이뤄지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법은 범죄에 관대한 것일까.

 

먼저 솜방망이 처벌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어떤 사건에 대해 인터넷에서 공감을 제일 많이 받은 댓글이 솜방망이 처벌에 관한 댓글이었다고 그 사건에 내려진 판결을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치부할 순 없을 것이다. 우선 해당 의견이 국민 대다수의 뜻이라고 판단하기에도 무리가 있을뿐더러, 혹여 그것이 과반수의 의견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정서법’이라는 논란을 낳게 된다. 그렇기에 솜방망이 처벌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민정서법이란? - 어떠한 사건에 대해 내려진 판결이 대다수 국민의 정서와 맞지 않는 경우 법은 국민의 정서와 맞아야 한다는 의견. 애초에 법은 국민의 뜻에 부합해야한다는 옹호론과, 과반의 뜻이라고 언제나 옳지는 않다는 비판론으로 나뉜다

 

여기서 외국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법은 어떠한 상황인지 알아보자. 예상외로 우리나라는 법이 엄한 편에 속한다. 사소한 범죄에도 태형을 집행하는 싱가폴과 같은 나라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평균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최고형이 높은 축에 속한다. 그러나 평균보다 높다뿐이지 처벌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미국이나 캐나다 등과 비교하면 한국의 처벌은 가벼운 수준이다.

 

 

아동 성범죄 처벌

한국

미국

아동섬범죄 두차례 유죄판결시 무기징역

성폭행범 평균형량

13세 미만 대상 : 5년 2개월

성인 대상 : 3년 2개월

 

성폭행 불기소 처분비율 : 49.4%

캐나다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

대만

16세미만과 성관계시 징역 20년

중국

14세 이하 어린이와 원조교제, 성폭력 시 사형

 

이에 대해 한국성폭력상담소 객원연구원 추지현씨는 “우리나라가 민주화된 이후에 검찰이나 경찰은 성폭력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고 이에 따라 엄벌주의 법이 많이 생겼는데, 사법부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국회에서 엄벌주의 법을 새로 도입해도 사법부가 이를 쫓아오지 않으니 국민들이 생각하는 만큼의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벌범죄에도 솜방망이처벌

국내 10대 그룹 유죄비율50%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쳐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은 성폭력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법은 돈에게도 눈을 감는 경향이 있다. 지난 2014년 서기호 전 의원이 발간한 ‘재벌범죄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0대 그룹 중 유죄가 선고된 그룹 5곳, 처벌받은 총수일가 9명, 범죄는 11건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통해 상당수 사면, 복권됐다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최한수 부연구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재벌 피고인의 경우 비재벌 피고인보다 집행유예를 받을 확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과거 IMF외환위기라는 특수한 비상상황에서의 시스템리스크를 고려한 사법적 자제라는 고려가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민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사건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다. 대통령 탄핵과 고발이라는 역사적인 사건과 관련된 이 부회장의 재판은 어떤 식으로 결론지어지든 앞으로의 재벌범죄와 처벌에 많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또 한 가지 솜방망이 처벌과 관련돼 많은 얘기가 오가는 것이 술이다. 유독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음주상태에서의 범죄에 너그럽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로 인해 몇 년전 화제가 된 단어가 주폭이다. 주폭이란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인데, 음주상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심신미약 상태로 인식돼 같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비음주상태보다 처벌 수위가 낮은 것이 문제가 됐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A씨는 24살 대학생이다. 그는 평소부터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가끔 조금씩 모은 돈으로 기부도 하며, 주변으로부터 성실하고 착하다는 평을 듣는 순한 청년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친구와 술을 마시다 옆 자리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 상대방에게 소주병을 내리쳐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히고 재판으로 넘겨져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한 순간의 실수가 그를 전과자로 만든 것이다.

 

위 사건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자신이 가해자 당사자였을 경우 ‘약간 억울할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했다면 아직 음주 범죄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것이다. 2010년 이전까진 위와 같은 사건에 대해 감형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10년 이후로 음주상태의 범죄에 대해 감경을 해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이러한 판결이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음주상태 자체가 범죄발생의 주요원인이 됨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감경 적용은 절대 행해져서는 안 되며, 오히려 유럽에서와 같이 가중 처벌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법이 더욱 엄격해 져야 한다는 주장에 찬반의견이 활발하게 오가고 있다. 엄벌주의에 대해 찬성하는 측은 범죄예방, 피해자나 제3자에 대한 역차별 등을 근거로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생 최씨는 “범죄자들이 애초에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강한 처벌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가중처벌 반대 측은 범죄예방 효과가 확실하지 않고 자칫 창살 없는 감옥 같은 사회에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한 법률 전문가는 “단순히 자극적인 사건들만을 가지고 가볍게 법을 바꿀 순 없다”며 “충분한 사회적 협의를 통해 이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법정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는 신이 아니다. 어리석고 감정적이며 실수를 되풀이하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재판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인간을 대신하여 법이 심판하는 것이다. 아무리 수상쩍고 미워도 일체의 감정을 배제해 법과 증거에 의해서만 사람을 심판한다. 이것이 우리 인류가 인 역사 속에서 손에 넣은 법치국가라는 귀중한 재산이다’

이 대사처럼 누구나 납득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법이 되길 바래본다.

 

박태주 기자  baragi1216@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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