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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유명무실’ 스크린쿼터제,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다

 

지난 71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 한미 FTA) 개정을 위한 협상 절차를 시작했다. 이에 문화 예술계 부분에서는 '스크린쿼터제' 개정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스크린쿼터제를 축소 혹은 폐지하자는 방향이다. 그와 함께 스크린쿼터제의 실효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스크린쿼터제'의 정확한 명칭은 '한국영화 의무상영제'(이하 스크린쿼터제)이다. 스크린쿼터제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191법 제40조에 따라 영화상영관 경영자는 해마다 11일부터 1231일까지 연간 상영일 수의 5분의 1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한다에 따라 보장돼 있다. 이 제도는 자국의 영화시장을 외국 영화가 독점하는 것을 막고, 국내 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스크린쿼터제의 발자취>

이러한 스크린쿼터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내용과 효력에 있어 많은 변화를 거쳤다.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여론 또한 시시각각 달라졌다.

 

<스크린쿼터제-과거>

스크린쿼터제가 최초로 법제화된 것은 1966년이다. 당시 한국영화는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해외 영화보다 훨씬 뒤쳐져있었다. 극장에서는 영화법 시행령 제 25조에 따라 연간 6, 2개월마다 1편 이상, 연간 총 상영일수 90일 이상 한국 영화를 상영해야 했다. 또한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사는 의무적으로 1년에 한 편 이상 한국영화를 제작해야 했다. 대신 정부는 제작에 따른 손실보상 차원으로 한국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사에 외국영화 수입권을 독점 배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보다 해외영화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얻던 극장계와 영화사는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극장들은 간판에 한국영화를 걸어놓고 외국영화를 상영하는 등 편법운영이 자행됐다. 좀처럼 정착되지 않던 스크린쿼터제는 이후 몇 차례 상영 제한의 축소와 확대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스크린쿼터제는 사문화나 다름없었다.

죽은 제도인 것 같던 스크린쿼터제는 1986년 영화법 개정을 계기로 부활한다. 외국 영화 수입, 배급, 상영이 자유로워지는 수입자유화조치를 통해 영화 시장의 개방이 이루어진 것이다. 외국의 메이저급 영화사들은 자신들의 영화를 국내에 직접 배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외국영화를 독점 배급하며 수입을 얻었던 국내 영화사들이, 이제는 외국영화 배급으로 수익을 낼 길이 좁아졌으며 질 높은 외국영화와 직접 경쟁해야 함을 의미했다.

생존문제와 직면하게 된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제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3년 한국영화인협회는 스크린쿼터 감시단을 결성했다. 그들은 스크린쿼터제는 문화주권을 지키는 행동이라고 주장했고, 극장의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감시를 확대해 위반 사례를 줄여나갔다. 이때서야 이름에 걸맞게 시행되었던 스크린쿼터제는, 2006년 한미 FTA 협상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반절로 축소된다.

 

이에 영화계는 FTA 반대 투쟁을 하며 격렬히 반대했다. 이준익 감독, 배우 이병헌, 장동건 등 많은 영화인들이 1인 시위에 나섰다. 또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스크린쿼터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75.6%로 스크린쿼터제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됐다. 스크린쿼터제의 유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할리우드 영화가 국내 영화시장을 독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과 한국의 영화 산업 규모를 비교했을 때, 할리우드 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약 400~2천억 원대인데 반해, 한국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약 50억 원이었다. 품질 면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미국의 7대 메이저 영화사(디즈니, 20세기 폭스, MGM,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유니버설 스튜디오, 워너 브러더스)가 막대한 자본을 들여 내놓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연간 2편 이상이기 때문에, 한국 영화의 상영은 이들 영화가 상영을 하지 않는 비수기에만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존재했다. 국내 영화계는 스크린쿼터제의 축소로 인해 한국 영화가 성장하지 못 할 것이라며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스크린쿼터제-현재>

2006년의 한미 FTA체결 이후, 여전히 스크린쿼터제는 반절로 축소된 상태이다. 그러나 이제 대중들은 제도의 존재를 전혀 체감하지 못 한다. 스크린쿼터제가 더 축소될 수 있다는 예상에도, 예전처럼 시위를 하며 반대하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에서 더 나아가 폐지돼야 한다는 여론이 전반적이다. 스크린쿼터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영화 산업 구조에서 더 이상 스크린쿼터제가 실효성이 없다고 말한다.

한국의 영화산업구조는 제작·배급·상영이 수직적으로 이루어져있다. 예를 들어 문화 사업 담당 계열사를 소유한 기업 CJ의 경우 CJ E&M에서는 영화의 제작, 배급을, CGV에서는 영화의 상영을 맡아 한 기업 내에서 총괄적인 영화산업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구조는 1986년 외화 수입독점권의 폐지를 계기로 생겼다. 외국 영화사들이 자신들의 영화를 직접 배급하게 되었기 때문에, 한국 영화는 더욱 질 높은 작품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그때 할리우드 영화만큼 거액의 제작비를 투자할 수 있던 것이 바로 대기업이었다. 대기업은 막대한 자본과 철저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영화를 직접 제작, 투자하기 시작했다. 또한 상영관, 쇼핑센터, 식당 등이 한 건물에 밀집한 멀티플렉스를 도입해, 직접 제작, 투자한 영화를 배급해 수익을 냈다.

충분한 제작비를 기반으로 한국영화들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졌다. 국내외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설국열차의 제작비는 450억 원으로, CJ E&M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최근 천만영화를 달성한 택시운전사100억 원대를 넘는 제작비가 들었으며, 앞으로 개봉할 신과 함께는 약 35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고 해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에 비하면 훨씬 적은 비용이지만, 관객들은 한국 영화에서도 외국영화만큼 다양한 볼거리와 기술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63대 멀티플렉스(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상영관 점유율은 92%, 대형 영화사의 계열이 아닌 상영관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당연하게도 한국의 대형영화사들은 직접 제작, 투자한 영화에 더 많은 상영 기회를 주고 있다. 오히려 몇몇 한국 영화는 해외 영화를 밀어낼 정도로 너무 많은 스크린이 할애돼 문제이다. 최근 군함도논란은 그러한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군함도는 개봉일을 기준으로 전국 2758개의 스크린 중 2027개의 스크린에서 개봉했는데, 이에 투자사 CJ E&M의 영향으로 스크린을 독점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처럼 한국영화는 이미 스크린쿼터제의 기준을 월등히 상회하는 스크린을 보장받고 있다. 한국영화가 외국영화에 밀려 상영 기회조차 갖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까마득한 옛말이 되었다. 한국영화가 성장하면서 스크린 점유는 한국영화와 해외영화간의 경쟁보다는 국적을 불문하고 대형자본을 투자받지 못한 영화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점이 지적되는 현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스크린쿼터제는 현재의 상영기술에도 맞지 않다. 최근 덩케르크와 같이 아이맥스 영화관의 장점을 이용한 영화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런데 굳이 전용 스크린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반 2D 영화들이 아이맥스 관에서 상영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이는 스크린쿼터제가 아이맥스관과 같은 특별관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아이맥스 영화는 촬영 단계부터 전용 필름과 카메라가 사용되는 특수 영화이다. 국내에는 2011년에 개봉한 ‘7광구를 이후로, 아이맥스 영화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이맥스관은 연간 상영일수 5분의 1이상 국내 영화를 상영해야 했고, ‘7광구이후 제작되는 국내 아이맥스 영화가 없으니 결국 일반 2D 국내 영화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아이맥스 관에 관한 관객들의 아우성은 끊이지 않는다. 2014인터스텔라의 아이맥스 객석 점유율은 88%, 아이맥스 관 암표가 거래 될 만큼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정작 아이맥스관에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같이 상영됐다. 작년에 개봉한 인기작 라라랜드도 아이맥스 영화였으나, ‘마스터에 아이맥스 관을 일부 양보해야 했다. 어이없는 상황에 관객들은 항의를 하지만, 상영관은 스크린쿼터제를 지키지 않으면 영업정지를 당하기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문제는 아이맥스뿐만 아니라 3D, 4Dx 상영관 등 특수상영관이라면 간혹 발생하는 일이다. 시대의 흐름을 맞추지 못한 스크린쿼터제가 결국 상영관을 낭비시켜가며, 관객들에게 민폐만 끼친 셈이다.

 

<잔존과 폐지의 갈림길>

영화진흥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이후 한국영화의 스크린점유율은 50% 이상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스크린쿼터제가 보장하는 약 20%의 스크린 점유율은 계속해 성장하고 있는 한국영화의 몸집에 비해 너무 작아 의미가 없다. 현재의 스크린쿼터제는 한국영화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전혀 미치지 못 한 채, 다만 제자리에서 잔존하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모두가 의문을 던지는 지금이야말로 스크린쿼터제가 영화계 역사의 뒤편에 남겨져야 하는, 가장 적절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한국영화는 이미 특히 양적으로 큰 성장을 이뤘다. 스크린쿼터제에 드는 노력을 소자본 영화, 독립영화 등 다양한 영화 지원에 힘쓰는 것이 한국영화의 질적인 발전에 더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배주경 기자  skwnru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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