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딱충(틀니+딱딱+벌레)’, ‘노슬아치(노인+벼슬아치)’, ‘꼰대(기성세대, 선생을 뜻함)’ 등의 단어는 노인집단을 혐오하는 표현이다. 인터넷에는 ‘노인은 선거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 ‘경로석 무임승차를 없애야 한다’ 등의 노인을 혐오하는 주장들이 넘쳐난다. 과거에는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릴 만큼 예를 중시했던 한국이 이제는 노인 혐오가 만연한 사회가 되었다. 한국은 노인 인구가 전체 총인구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노인의 수는 계속 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누가 그들을 늙었다고 규정하는가

대한민국은 고령화 비율을 측정할 때 만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잡는다. 이 기준은 UN이 도입하면서부터 전 세계의 공통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았고 한국에는 1964년에 도입되어 52년째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100세 시대인 것을 고려하면 65세는 고작 인생의 5분의 3 정도밖에 살지 않은 나이다. 의료기술과 각종 시스템의 발달로 기대수명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을 규정짓는 기준이 바뀌지 않는 것은 노인이 계속 늘어나는 것처럼 인식하게 한다.

노인으로 분류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부담을 안겨준다. 생산계층이었던 사람이 부양받아야 하는 인구로 분류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기 시작하면서 사회는 전체 인구의 약 14%나 되는 인구를 부양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대한민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처음 대한민국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2015년 대한노인회에서 4년마다 1세씩 기준을 점차 올려서 20년 뒤에는 노인 기준을 70세로 조정하자는 안건을 통과시키면서부터였다. 일본도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독일은 2029년까지 67세로 높일 예정이다. 기대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노인의 기준 또한 상향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생산능력이 있는 사람을 부양인구에 속하게 해서 재정의 낭비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70세로 기준이 올라가면 연간 2조5천억에서 3조 원 정도의 재정이 확보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이 기준의 변화에 발맞춰 제도적으로 노인 인구를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해있으며 아무런 보호정책 없이 노인 기준 연령만 상향시킨다면 보호의 사각지대를 넓히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사회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차별적인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들은 아직 일하고 즐길 수 있다. 노인이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소외계층인 것은 맞지만 아직 생산력이 있는 사람조차 노인으로 분류해 제약하는 것은 그들에게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프레임을 씌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노인들에게도 욕망할 권리가 있다

노인혐오는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부터 시작한다. 젊음이 지나고 나이가 먹으면 그만큼 삶에 대한 욕망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젊은이의 행동 동기는 욕망에 기초한 것이지만, 노인이 무언가를 욕망한다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점잖지 못하게 느껴진다. 늙음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젊은이들과 노인 세대를 더더욱 이질적이게 만든다.

욕망하는 노인이 어색한 것은 노인을 다루는 콘텐츠 부족 때문이기도 하다. 노인들은 여러 매체에서 배제되어 있다. 노인 캐릭터가 전면적으로 드러나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적인 노인 콘텐츠인 '꽃보다 할배(tvN)'에서 70, 80대의 배우들이 자유여행을 하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웹 동영상 콘텐츠에 할머니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바로 71세의 박막례 할머니다. 기획과 촬영, 편집은 손녀의 몫이지만, 영상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박막례 할머니고 독자들은 할머니를 보기 위해 동영상을 찾는다. 박막례 할머니는 노인의 사회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개별적인 주체성을 표출한다. 젊은 콘텐츠 소비자들은 할머니를 보면서 노인에게도 삶을 즐기는 욕망이 있음을 인식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노인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것은 박막례 할머니가 '노인'이라는 계층이 아니라 그저 박막례라는 하나의 개인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가능했다.

누구나 한 번쯤 당할 수 있는 연령차별

나이가 많기 때문에 또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당연히 이래야 혹은 저래야 하는 정당한 이유는 없다. 우리는 어린이였고, 청소년이었고 또 나이가 듦에 따라 노인이 될 것이다. 즉 우리도 언젠가 ‘급식충’이었고 언젠가 ‘틀딱충’이라는 혐오적인 발언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생각보다 편견과 혐오는 무의식적이게 나타난다. 혐오라고 해서 무조건 싫어하는 태도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소외된 약자들이 겪는 문제를 내 일이 아니라고 가볍게 넘기거나 당연하게 여기는 것 또한 편견이고 혐오다. 때문에 우리는 사회에서 한 인간에 대해 나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는 태도가 차별적인 시선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인하교지편집위원회 전수린  soorin.je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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