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과 도핑 테스트

도핑(Doping)이란 운동선수가 경기 능력을 일시적으로 높이기 위해 호르몬제, 신경안정제, 흥분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롯한 각 국제경기연맹은 도핑이 ‘인간 본래의 능력을 겨룬다’는 스포츠 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선수들의 신체가 극도로 피로해지고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도핑을 금하고 있다.
도핑 테스트는 1960년의 로마 올림픽에서 사이클 선수가 흥분제를 사용했다가 경기 중 사망한 것이 계기가 되어 1968년 그르노블 동계 올림픽 대회부터 정식으로 시행되었다. 도핑 테스트는 상위 입상자 또는 임의로 뽑은 선수의 소변을 채취해서 실시하는데,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지정한 공인기관에서 이뤄진다. 이는 ‘경기 기간 중’과 ‘경기 기간 외’로 나뉘어 시행되며, 전자는 경기 시작 12시간 전부터 경기 직후까지 진행되고 후자는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된다.
도핑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약물에 손을 대는 선수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2014년 박태환 선수의 도핑 사건은 우리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2014년 아시안게임 직후 실시한 박태환 선수의 도핑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규정에 따라 박태환 선수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메달을 모두 박탈당했으며 자격 정지 2년의 징계를 받았다. 또한 올해 4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최경철 선수가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여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KADA의 제재가 최종 결정되면 최경철은 금지약물로 징계받은 역대 7번째 선수가 된다. 이처럼 스포츠에서 도핑과 관련한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도핑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박태환 선수가 투약한 ‘네비도’는 지구력 향상과 근육 발달에 효과적인 약물로 투약 시 매우 높은 운동량을 소화할 수 있다. 또 일부 양궁 선수들은 부정맥 치료제를 통해 심박동 수를 떨어뜨려 집중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약물은 장기간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따르며, 앞서 언급하였듯이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약물 복용은 경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국제경기연맹은 도핑에 대해 매우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적발 시, 일정 기간 선수 자격이 정지되고 해당 경기와 관련된 일체의 메달, 점수, 포상, 경기 기록 등이 몰수되며 제재 받은 선수의 실명이 1년 이상 웹페이지에 게시되어 일반에게 공개된다. 또한, 도핑 테스트를 회피하는 행위만으로도 4년간 자격이 정지된다.
그러나 엄격한 규정과 까다로운 테스트에도 불구하고 도핑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로 뇌를 자극해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브레인 도핑’까지 등장했다. 브레인 도핑 장비는 뇌가 과부하를 막기 위해 남겨 둔 힘의 여유분을 경기 동안 모두 쓸 수 있도록 뇌를 자극한다. 미국 스키 및 스노보드협회는 스노보드 점프 선수 7명을 대상으로 전극을 통해 뇌에 전기 자극을 준 결과, 전기 자극을 받은 선수들의 점프력과 균형 감각이 70~80% 향상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브레인 도핑은 기존의 수준 높은 검사로도 적발되지 않고 이와 관련된 어떠한 규제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도핑 테스트 기법이 발달함과 동시에 도핑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는 것이다.

도핑을 권하는 사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도핑을 단순히 선수 개인의 책임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올림픽 시즌 중계방송은 메달 색깔에 대한 언급으로 가득 찬다. 선수들은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고 본선에 진출해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이유로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다. 선수 개인이 갖는 욕심과 비도덕성이 도핑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과정이 아닌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역시 선수들에게 ‘1등만이 의미 있다’는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올림픽 헌장에 따르면 올림픽의 목적은 스포츠의 기반이 되는 육체ㆍ도덕적 자질의 향상을 도모하는 데 있다. 그러나 선수들의 도핑은 이 같은 원칙이 무시된 채 국위선양과 기록 경신만이 맹목적으로 우선시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는 미국의 한 스포츠 잡지가 국가대표 육상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선수들에게 “당신은 이 약을 복용하면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대신 부작용으로 7년 뒤에 사망합니다. 이 약을 복용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충격적이게도 80%의 선수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 결과는 약물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또 다른 예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 남자 역도 선수 아티코프의 사례를 수 있다. 그는 도핑 행위가 적발되어 메달을 박탈당했는데 그가 복용한 약은 쥐약의 주성분인 ‘스트리크닌’이라는 약물이었다. 이 약물은 극소량만 복용해도 죽음에 이를 수 있다. 결과에 대한 압박을 이기지 못해 직접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약물을 복용한 것이다.
약물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고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는 해외 격투기 종목에서 두드러진다. 격투기 선수들 사이에서 도핑 행위는 공공연하게 여겨지며 ‘약물 브로커’의 활동도 횡행하다. 약물 브로커는 약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의약품의 정보를 제공하거나 해당 약품을 구매하여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약물은 금지 성분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약물 브로커에서 더 나아가 ‘도핑 디자이너’라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의 상당수는 의사 출신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최신 약품을 제공한다. 금지 약물의 체내 잔류 시간 등을 전문적으로 계산해 도핑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약물의 복용 주기를 설계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도핑 행위 적발 시 처벌은 선수 본인에게만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핑의 유혹은 프로 선수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체육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약물에 손을 대는 미성년자들도 있다. 어린 선수들은 판단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약물에 손을 대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미성년 선수들의 약물 오남용보다 이를 제재하지 않는 부모님과 코치들이 더 큰 문제다. 어린 선수들을 제대로 교육해야 할 어른들이 도핑을 권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스포츠 전체에 넓게 퍼져있는 도핑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도핑을 한 선수뿐만 아니라 도핑을 부추기고 눈감아주는 자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어야 한다.

도핑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도핑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 입장을 지닌 사람들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어느 정도의 약물 복용은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도핑을 금하는 이유는 크게 공정성 문제와 선수들의 건강 문제 때문인데 이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도핑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핑은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스포츠 세계에는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는 사회적 가치인 ‘스포츠 정신’이 존재한다. 즉 사람들은 스포츠에서 자신의 신체와 그 신체를 단련한 노력의 결실을 찾는 선수에게 환호하는 것이지 발달된 기술의 도움을 받아 우수한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를 찾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이 혹독한 훈련을 기꺼이 감수하며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려는 노력이야말로 스포츠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에 도핑은 스포츠 정신이라는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다. 또한 도핑은 스포츠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약물이 일부 허용된다면, 선수들은 재정 상태에 맞추어 약물을 선택하게 될 것이고 더 비싼 약물을 투약할 수 있는 선수가 더 높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커진다. 도핑의 허용은 금권이 스포츠의 공정성이라는 근본 가치를 침해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선수들의 건강 문제를 들 수 있다. 도핑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약물을 통한 적정 수준의 신체 능력 향상을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이는 매우 이상적이다. 처음부터 도핑만을 위해 개발된 약물은 많지 않다. 도핑 금지 약물은 선수들이 해당 약물이나 해당 성분을 ‘치료’라는 원래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오남용하기 때문에 금지된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치료 목적으로 복용한 약물이더라도 장복할 경우 해롭지 않은 약물은 없으며, 한 번 약물을 사용함으로써 효과를 본 선수들은 지속적으로 약물을 사용하고자 하기 때문에 장복을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근거로는 도핑을 용인할 수 없다.
이 외에도 도핑에 대한 여러 찬반 주장과 근거가 있지만, 도핑 허용을 주장하는 대부분 사람은 약물 자체에 대해 가치 판단보다는 선수들의 약물 복용 동기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이유에서 약물을 복용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핑엔 건전한 동기가 없다. 치료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하는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면, 승리를 위한 도핑만이 존재한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어느 정도의 약물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선수들을 약물 중독의 길로 내모는 것일 수 있다.

도핑으로부터의 해방

도핑은 어떤 방식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도핑의 부정함을 알더라도 약물의 유혹을 뿌리치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유혹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이 중요하다. 올바른 스포츠맨십을 함양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인 청소년기 선수들에게는 스포츠맨십에 대한 교육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약물 복용 시 해당 약물이 선수 본인에게 미치는 악영향과 건전한 경기 태도의 중요성 등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건전한 스포츠 정신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과 동시에 모든 선수가 같은 출발선에 서기 위해서 더욱더 엄격하고 철저한 테스트가 이뤄져야 하며 기술적 발전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발전보다도 선수들이 스스로 약물에 대한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도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수들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공정성의 가치를 높게 사고 선수들의 노력 과정을 알아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메달 색깔이나 실적만 보고 선수들을 평가하는 행위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
사회개인적 요인들로 인해 발생하는 선수들의 도핑 행위는 자신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위험한 행위이자 다른 선수들에게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비겁한 행위다. 도핑이 만연한 사회에서 무엇이 진정한 스포츠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라는 올림픽의 의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인하교지편집위원회 손지민  jiminid.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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