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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는 거 아니에요. 안 하는 거예요."- 비연애와 비혼
  • 인하교지편집위원회 손지민
  • 승인 2017.04.2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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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친구 있어?”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일상적으로 듣게 되는 이야기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이름과 나이를 말하듯 하나의 절차처럼 연애에 관한 질문도 오가게 된다. 만약 연애를 한다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사귄 기간은 얼마나 되었는지’와 같이 사적인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연애를 하고 있지 않더라도 과거의 연애를 말하게 되거나 빨리 연애하라는 말을 듣는다. 일정 나이가 되면 이러한 대화의 주제가 연애에서 결혼으로 바뀌어버린다. 이처럼 연애와 결혼은 중요한 주제이며 우리에게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처럼 여겨지고 있다. 우리는 반드시 연애, 그리고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일까.

어느 순간부터 불편해진 연애에 관한 질문

 

  영화 <연애경험>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29살이 될 때까지 연애경험이 없는 ‘모태솔로’이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 “남자친구는 있냐.”, “결혼은 언제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으며, 그러한 이야기가 술자리 농담으로까지 오가기도 한다. 소극적이며 자신감이 없는 그녀는 연애와 결혼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더욱 주눅이 든다. 주변 사람들이 연애를 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잘못된 것처럼 말하기 때문이다. 회사와 모임에서의 능력이 연애와 관련 없음에도 그녀의 가치는 연애 여부로 평가되어버린다.

  이렇듯 연애 여부는 개인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다. “저런 사람도 연애를 하는데.”, “네가 그러니까 연애를 못 하지.”와 같은 표현은 개인의 문제를 연애 여부로 돌리는 발언이다. 또한, 연애를 하는 사람은 더욱 매력적인 사람으로,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은 무언가 결여된 사람으로 여겨지게 된다. 우리에게 연애는 마치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주변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도 우리에게 연애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있다. 커플을 위한 상품과 소개팅을 시켜주는 방송과 행사, 이성과의 만남을 도와주는 앱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TV에서는 못생기고 뚱뚱한 사람이 이성에게 거절을 당해 어쩔 수 없이 솔로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커플천국 솔로지옥’이라는 표현처럼 커플은 부러움의 대상이고, 솔로는 무능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연애가 ‘필수 스펙’처럼 여겨지는 가운데,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불안감에 빠지기도 한다.

  연애를 권유하는 것을 넘어 강요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은 연애에 관한 질문을 재미 삼아 던지기도 한다. 개인의 사적인 부분을 묻고 이를 평가하는 것은 지나친 사생활 침해가 분명함에도 이러한 일은 우리 주변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연애에 대한 권유는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며, 성적 지향을 무시할 수도 있는 발언이다.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주인공인 썸머는 남자친구가 없으며 그 이유를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그녀의 직장동료는 곧바로 “동성애자냐.”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는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그릇된 시각이 존재한다. 연애하지 않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람을 보면 무언가 결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거나 멋대로 성적 지향을 규정해버린다.

  연애는 우리의 주된 관심사이며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다. 그래서 연애가 모두에게 당연하고 필수적인 관계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연애가 귀찮고 번거로운 존재로 느끼는 사람들에게 연애는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 되었다. 연애는 우리가 사회에서 쌓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 중 하나일 뿐이다. 연애가 아닌 다른 일이나 관계에서 충분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피로함을 느끼게 되었다.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는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집단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개인주의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연애와 결혼을 하지 않는 개인의 삶이 무시되고 있다. 연애에 관한 사회적인 요구가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되며, 개인의 가치와 자유로운 선택이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미혼 아닌 비혼, 그 실태와 원인

 

  연애를 선택하지 않거나 포기해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족’도 증가하고 있다. 비혼에 대한 관심은 언어 표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는 뜻을 가진 ‘미혼(未婚)’을 대신하여 혼인을 하지 않겠다는 주체적 의지가 담겨있는 ‘비혼(非婚)’이라는 표현의 증가가 바로 그 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의 분석 결과, 5년 전보다 SNS에서의 비혼 언급량이 700%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비혼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15년에는 혼인 건수와 조혼인율이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2015년 혼인은 30만 2천8백 건으로 전년보다 2천7백 건 감소했으며, 조혼인율은 5.9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다. 또한, 우리나라 1인 가구가 전체의 27.2%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가구 형태 중 제일 많은 비율로, 이제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된 것이다. ‘비혼 세대’가 증가하면서 결혼을 하지 않고 홀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혼인율이 낮아진 이유를 단순하게 분석해보면 성비의 불균형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 이어진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하여 출생성비의 불균형이 나타났고, 그에 따라 현재 결혼 적령기에 놓인 인구의 성비 차이가 발생했다. 남성의 숫자가 월등히 많아지면서 신붓감을 찾기 어려운 농촌 총각들은 심지어 돈을 지불하고 외국 여성을 데려와 국제결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단순히 성비 문제뿐만 아니라 결혼을 자발적으로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이 증가하여 나타난 결과다. 최근 비혼이 증가하는 것은 ‘골드미스’와 ‘알파걸’과 같이 여성의 사회진출로 인한 결혼 거부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해석된다. 과거와 달리 여성들은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결혼으로 인해 많은 제약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결혼을 거부하는 것은 남성에게도 나타난다. 맞벌이 가정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남성이 가장으로서 가정을 부양해야 한다는 기대가 존재한다. 이러한 인식에 부담을 느낀 남성이 비혼을 결심하기도 한다.

  또한, 가족의 중요성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과거, 가족은 생업을 같이 하며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왔다. 또한 우리나라 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결혼은 개인의 일이라기보다는 집안의 결합처럼 여겨져 왔다. 특히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여 결혼 후에는 당연하게 출산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사회가 급변하면서 가족의 가치와 역할은 이전과 달라졌다. 사회 집단이 증가하고 그 기능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찾아 가족이 분리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가족의 기능은 축소되고 중요성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드시 결혼을 통해 가족을 꾸려야 한다는 생각도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으로 결혼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소위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사람들은 결혼문제를 놓고 기성세대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다. 기성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부담스럽게 느껴 결혼을 회피하는 젊은 세대들을 비정상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왜 이들이 연애와 결혼, 출산을 선택하지 않게 되었는지 혹은 선택할 수 없게 되었는지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는 바라보지 않고 있다.

 

하지 않을 자유

 

  사회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젊은 세대들에게 연애와 결혼은 사치이며 불필요한 것이 되었다. 연애와 결혼이 아름답고 낭만만 가득한 것이 아닌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혼을 결심한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을 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결혼해.”라는 대답이 이어지며, 비혼 선언은 농담이나 철없는 소리로 취급받는다. “일등 신붓감이다.” 혹은 반대로 “그렇게 해서 시집은 가겠냐.”와 같이 개인의 행동은 결혼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관한 기준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아직도 많은 사람은 결혼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연애와 결혼을 할 자유가 있는 것처럼 당연히 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여러 형태의 생활 방식이 등장하는 가운데, 일정 나이가 되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 인식이다. 비연애주의자와 비혼주의자들이 증가하고 이들의 모습은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었다. 편하고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는 개인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사회적인 문제로 취급하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현재 상황에 맞는 사회적 분위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양화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우리의 ‘하지 않을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인하교지편집위원회 손지민  jiminid.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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