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는 지금 고등교육의 대중화, 지식정보화, 세계화 등 전반적 교육환경 변화란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다. 초중고 교실의 정원은 줄고, 노인과 외국인이 느는 등 교육환경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하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대여건에 맞는 고등교육체계 수립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의 육성이란 과제는 21세기 우리나라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맞닥뜨린 냉엄한 현실이자 극복해야 할 ‘미션’이다.

이 같은 도전에 대한 응전은 교육의 질 제고, 노동시장에서의 적합성 강화, 평생교육의 확장, 지역발전 주도 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들이 이 같은 ‘솔루션’을 스스로 실천하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학령인구 감소와 정원감축, 등록금 동결·인하 등으로 대학들은 재정난을 겪고 있거나 앞으로 닥쳐올 재난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상황이다. 대학들이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2016년 대학재정지원사업비는 1조864억 원이 집행됐다. 이 가운데 상위 20개 대학이 전체 예산의 45.1%를 가져갔다. 2015년의 경우 인하대는 'ACE', 'LINC'는 선정되지 못 하고 'CK' 'BK21' 사업에서만 48억여 원을 받아 62번째를 기록했다.

문제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취업률을 주요 지표로 삼는 바람에 대학을 취업센터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입학과 학사관리 문제가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는 정부가 대학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지원 사업을 악용했다는 사실마저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은 인적자원의 경쟁력 강화와 고등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주요 선진국들이 장기전략 사업으로 시행하는 것은 대학 스스로 불가능한 부분을 뒷받침해주어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대학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 경쟁력인 것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란 말처럼,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면 새끼는 안에서 바깥으로 쪼고, 어미 새는 바깥에서 안으로 쪼아주어야 한다. 하나의 새 생명이 서광을 보려면 때로 어미의 도움이 절대적일 수도 있다. 대학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다른 누군가의 지원 없이는 대학들이 처한 위태로운 교육환경을 극복하기란 불가능하다.

최순자 총장이 얼마 전 인천의 한 경제단체가 연 포럼에서 'University-인하대가 인천산업에 기여하는 길'이란 주제의 강연도 이 같은 맥락과 맞닿아 있다. 최 총장은 포럼에서 지역인력 양성, 산학협력, 지역사회 기여를 인하대의 역할이라 강조했다. 아울러 "인하대의 성장이 100년, 1000년 뒤 인천시 위상을 결정하는 핵심"이라며 지역사회와 대학의 동반관계 인식을 통한 관심과 애정을 호소했다.

하와이이민자들이 독립운동자금으로 세운 '민족사학' 인하대가 지역발전을 견인하려면 지역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 산학협력강화, 지역인재영입과 배출 등이 선순환구조로 정착돼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인하대가 더 좋아지면 인천은 더 발전할 수밖에 없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은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시정부가 함께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앙의 지원은 '줄 세우기'가 아닌 우리나라 대학들이 균형 있게 발전해 세계의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지역의 지원은 대학이 지역에서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각각 진행돼야 한다. 인하대는 여전히 300만 도시 인천성장의 중심축이자 인천의 중요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김진국 인천일보 편집국 부국장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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