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말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대다수 학생들의 마음이 마냥 홀가분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옷깃을 여미어도 스며드는 찬 기운처럼, 학기말이라 그런지 유독 더 무겁게 느껴지는 가방처럼, 한 해가 저무는 2학기의 끝에서 만나는 감정은 후련함보다는 다소 버겁고 막막하고 불안하고 아쉬운 감정인 경우가 많다.

그럴수록 학생들은 자신의 지난 한 학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신이 학기 초에 세웠던 계획 혹은 소망했던 바가 무엇이었는지?(만약 계획을 세운 적이 없었다면 왜 그랬을까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다음 학기가 또 있으니까.) 학기 초에 세웠던 계획을 어느 정도 달성하였는지?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옮긴 바는 무엇이었는지? 혹여나 계획을 이루지 못했다면, 왜 그런 것 같은지? 본인이 계획한 대로 제대로 실천을 못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실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던 결과를 못 이룬 것인지? 후자라면 앞으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고 답을 구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개인적으로 막막하고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스스로를 잘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자신을 잘 아는 것, 즉 자기성찰이야 말로 현재를 알차게 살 수 있는 길이며, 미래를 능동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취업을 앞두고 가장 고민을 하는 일 중 하나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 분명한 전국의 대학생들과 비교해서 본인의 능력 및 잠재력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자기소개서를 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거의 겪어보지 못한, 아주 특별한 경험, 예컨대 강도를 잡아서 표창을 받은 적이 있다면 자기소개서를 술술 써내려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범한 대학생 중 그런 특이한 경험을 해본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의 학생들이 경험하는 일의 종류나 범위는 비슷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자기소개서의 내용 속에 개성을 담아 자기를 온전히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학생들이 종종 간과하는 점은, 경험은 비슷할지언정 경험의 깊이, 즉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깨닫고 배우고 느끼는 정도는 개인 별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깊은 고민과 자기성찰의 과정을 거쳐서 작성한 자기소개서와 그렇지 않은 자기소개서는 비록 비슷한 유형의 팀 프로젝트를 토대로 썼더라도 질적으로 크게 다를 수 있다.

요즘처럼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나 하나 잘 알고 파악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이겠나 싶을 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기회들을 너무 쉽게 획득하고 그 가치를 훼손하는 이들이 있으니, 좌절감과 무력감에 빠질 수도 있다. 실제 현실의 작동 원리가 책과 학교에서 배운 사회정의와 가치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일 때 스스로가 한없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중심을 잡고 있는 많은 “나”들이 보일 것이다. 무력감에 빠지기 보다는 촛불을 들고 혹은 여러 다른 경로를 통해서 자기가 고민하고 지켜온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내는 목소리는 나의 것이어야 하며, 다른 누군가나 그렇게 보여지는 여론이나 혹은 특정 언론에 휩쓸리는 목소리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이 혼란스러운 시기에도 역시,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들만이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따라서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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