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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창의력의 한계, 표절

표절에 대한 정의

표절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이용해 타인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법적으로는 오마주, 패러디 등 사회적, 문화적으로 인정되는 표현 방식이라도 저작권자의 허락이 없으면 저작권 위반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런 창작물 역시 창작자에게 저작권은 인정된다. 즉, 저작권자가 특별히 불허를 하지 않는다면 불법 여부를 따질 수 없다.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했더라도 대중이 사회적, 문화적으로는 오마주나 패러디로 인정한다면 표절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학술적인 분야에서 표절은 자기 자신의 것을 썼더라도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자기 표절로 판정된다. 따라서 논문이나 보고서의 작성을 하면서 자신의 글을 인용할 때에도 출처 표기를 반드시 해야 한다.

 

표절과 혼동되는 오마주, 패러디, 모티브의 개념

패러디: 코메디의 일종으로서, 인용 대상이 된 원작을 아는 사람들에게 지적 유희를 제공하는 것.

오마주: 위대한 작품 혹은 작가에 경의를 표하고, 그의 영향력 아래에 있음을 알리는 의미로서 인용하는 것.

모티브: 창작의 시작이 되는 것. 해석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표절로 거론되기도 한다.

 

국내외 표절 사례

국내

가장 최근에 한국 가요가 법원에 의해서 표절 판정을 받은 것은 10년 전인 2006년 10월 20일이다. 가수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는 ‘더더’의 ‘It’s You’를 표절한 것으로 판정됐다. 그 이후 표절시비가 붙었던 사례는 전부 의혹 수준에서 끝나거나 저작권자와의 합의로 마무리 됐다.

2013년에는 가수 겸 프로듀서 ‘프라이머리’가 네덜란드의 재즈 가수 ‘카로 에메랄드’의 곡을 표절해 논란이 된 바 있었다. 특히 이 표절 시비에 대해 카로 에메랄드의 매니저이자 수석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슈울러스는 “(표절한 부분이) 스윙 장르의 유사성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부분들은 우리의 곡과 편곡을 명백하게 베낀 것(Clearly copied)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프라이머리 측은 이 입장에 대해 슈울러스가 표절을 부정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에 슈울러스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당신들이 표절을 했다고 생각한다. 수익은 받을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원작자 측은 법적 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결국 프라이머리는 카로 에메랄드와 공동 저작권자에 합의했다. 이로써 표절논란은 마무리 됐지만 당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프라이머리는 이번 사건에 대한 대처에서 대중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겼다. 후에 나온 앨범 역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며 ‘표절 작곡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게 됐다.

 

2016년 6월 16일, 소설가 신경숙의 소설 ‘전설(1994)’이 일본의 국민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우국(1961)’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경숙 측은 해당 작품은 알지 못한다며 표절을 부인했다. 그러나 결국 6월 23일, 표절을 시인했으나 의도한 것이 아니라며 항변했다. 문화평론가 정문숙은 미시마 유키오가 극우 파시즘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며 신경숙 본인이 그러한 사고방식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사상과 문학세계까지 베껴온 셈이라고 비판했다.

 

표절 시비는 전통적인 문화작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때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모바일 게임 ‘다함께 차차차’는 2009년 출시된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의 PSP(소니에서 출시한 휴대용 게임기)용 미니게임, ‘스트레스 팍! 레이싱(スッキリ!レーシング)’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다함께 차차차’의 서비스를 담당하는 CJ E&M에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CJ E&M은 “서비스 중단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대중들은 CJ E&M이 모바일 게임의 수명이 짧은 것을 생각해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계속했다.

 

한 때 ‘천재소년’이라고 불리며 국민들의 눈길을 끌었던 송유근 씨는 해외 유명 저널 중 하나인 Astrophysical Journal(ApJ)에 투고한 논문이 표절 판정을 받아 게재 철회됐다. 이로 인해 박사학위 취득을 놓치게 됨은 물론, 학계로부터 보이콧이 예상된다. 2015년 11월 15일, 해당 논문에 대한 자기 표절 의혹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최초 제기됐다. 이는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됐고 송유근 씨의 지도교수인 박석재 박사는 표절이 아니라며 일축했다. 이어 논란이 된 수식이 송 씨가 유도한 것이라며, 만약 같은 수식이 자신의 것을 포함한 논문에 있다면 연구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 제기를 한 네티즌들은 직접 수식을 유도해 2002년 박석재 박사의 보고서를 자기 표절한 결과임을 밝혔다. 동아사이언스 역시 두 논문의 전체적인 글의 흐름은 물론, 수식까지 80% 이상 동일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며 송 씨는 표절, 박석재 박사는 자기 표절 처리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결국 미국 천문학협의회(AAS)에서 ‘박석재 박사의 2002년 논문과 송 씨의 2015년 논문 사이에 겹치는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공지를 게시했다. 결국 해당 논문은 수석 편집자의 요청으로 게재 철회됐다.

 

해외

비틀즈의 전 멤버 조지 해리슨은 비틀즈 해체 이후 발표한 자신의 솔로곡 ‘My Sweet Lord’가 미국의 걸그룹 ‘The Chiffons’의 1963년 곡 ‘He’s So Fine’을 표절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조지 해리슨은 의도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법원도 표절의 의도성은 없었던 것을 인정했지만, 결과물이 같으므로 표절이라고 판결했다.

 

영미권 대중음악계에서 친분이 있는 아티스트끼리의 표절은 서로간의 긍정적 교류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1990년대 전성기를 보낸 영국의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Oasis)’는 ‘비틀즈(The Beatles)’의 광팬으로 멜로디와 코드 진행을 채용해서 썼다. 하지만 비틀즈의 전 멤버, 폴 매카트니는 오아시스에게 문제제기를 하기는커녕 전성기 시절 자신들을 보는 것 같다며 자랑스러운 후배라고 칭했다.

 

2016년 1월 20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중국의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탱크’는 벨라루스의 게임 ‘월드 오브 탱크’의 일부를 표절했다. ‘월드 오브 탱크’의 제작사인 워게이밍넷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냉전시대까지 개발된 차량들을 등장시키지만 일부 순수 창작 차량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클래시 오브 탱크’는 이 워게이밍넷이 창작한 차량들을 게임에 등장시켜 표절이라며 비판 받는 중이다. 그 외에도 아이템 강화, 플레이 방식 등 시스템이 ‘전함제국’이라는 중국의 모바일 게임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표절을 하는 이유

가수 고(故) 신해철은 N.EX.T시절 표절 논란에 대해 “이미 비틀즈가 오선지에서 가능한 모든 멜로디를 다 써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운 멜로디가 나올 수 없다”는 말을 했다. 이러한 점은 학술 분야가 아닌 문화 예술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모바일 시장은 유행이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표절을 당해도 저작권자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된다. 위 사례 중 ‘다함께 차차차’나 ‘클래시 오브 탱크’의 경우 소송을 제기해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므로 소송이 끝났을 때에는 승패 여부와 관련 없이 수익을 올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자금력이 부족한 경우 현실적으로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 방법은 표절 밖에 없다는 변명도 있다. 실제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법적인 해석과 관련 법규

-저작권

국내 법에는 ‘표절’이라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판결상 표절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경우는 저작권법에 의해 판결된 것이다. 한국에서 저작권법은 원칙적으로 친고죄가 적용된다. 저작권자가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법이 개정되면서 영리목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할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검찰에 송치될 수 있다. 이런 법을 이용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저작권 위반을 감시할 수 있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직접 저작권 위반이 의심되는 사람들을 단체로 고소를 취하하는 명목으로 합의금을 받아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일컬어 ‘저작권 팔이’ 또는 ‘합의금 장사’라고 한다. 최근 이에 따른 피해가 늘어나자 2016년 4월 1일 인천지방법원은 한 소설 저작권자가 토렌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소설 저작물을 다운받았다고 주장한 231명에게 1인당 500만원의 손해배상을 구한 민사소송에 대해 소 각하 판결을 선고했다.

 

2차 창작도 표절인가

2차적저작물에 관해서는 일반적으로 저작권자가 이용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에는 저작권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저작권자의 허락 여부와는 관련 없이 2차 창작물의 저작자 역시 저작권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2차 창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문화예술계 대부분의 저작자들은 자신의 저작물을 이용한 2차 창작물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저작권자의 의도에 반하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2차 창작에 대해서는 법적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또한 몇몇 저작권자는 아예 2차 창작을 허용하지 않기도 한다.

-닌텐도 포켓몬 2차 창작 만화 고소사건

1998년 일본에서 당시 20대였던 여성 A씨는 포켓몬이 등장하는 2차 창작 만화를 판매했다. 문제는 이 만화에 성행위 장면이 담겨 있었고, 당시 중학생인 여성이 특별한 절차 없이 이 만화를 구매했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2차 창작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던 중학생의 보호자는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포켓몬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닌텐도 본사에 항의했다. 닌텐도는 A씨가 2차 창작물을 판매한 증거를 수집했고 이를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다음 해인 1999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체포했다. 닌텐도는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이 깨지는 것을 개발자가 원하지 않는다’며 입장을 밝혔다. 이 점을 토대로 법원에서는 해당 만화가 닌텐도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해 A씨에게 벌금 10만 엔을 선고했다.

-디즈니의 깐깐한 저작권 보호

흔히 월트 디즈니 컴퍼니(이하 디즈니)는 저작권 보호 괴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사의 저작권 보호에 적극적이다. 동그라미 세 개만 그려도 법무부서에서 고소를 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떠돌기도 한다. 검색엔진에 디즈니 캐릭터를 검색해도 자사의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콘텐츠가 먼저 노출되도록 하는 식으로 이미지 보호에 신경을 쓰고 있다. 2차 창작에 대한 태도 역시 엄격해 업계에서는 디즈니 작품을 패러디 하는 것이 일종의 금기 사항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심지어 디즈니의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날 시기가 되면 미국의 저작권법이 개정돼 보호기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원래 미키 마우스의 저작권 보호 기간은 2003년까지였지만 디즈니에서 강력하게 로비를 한 결과 저작권법 보호 기간 연장법이 통과된 것으로 모자라 이례적으로 소급 적용됐다. 따라서 미키 마우스의 저작권 보호는 2023년까지이며 현재 미국의 저작권 보호기간은 저작자의 사후 70년간이며 업무상 저작물은 최초 발행 시점부터 95년간 또는 창작된 해로부터 120년간 중 먼저 종료되는 시점까지 존속된다. 그러나 디즈니 자사의 저작권에 대해서는 이렇게 편집증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타인의 저작권은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4년 디즈니는 미국의 유명 전자음악 아티스트인 ‘데드마우스(deadmou5)’의 마스코트인 쥐 가면이 자사의 미키 마우스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데드마우스 측은 ‘10년이 넘도록 사용해 온 마스코트인데 이제 와서 표절이라고 한다’며 정면 반박했다. 심지어 디즈니가 데드마우스의 곡을 무단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많은 비판을 받았다.

 

창작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표절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에서 암묵적 합의와 합리적인 법규 적용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송유근 논문 게재 철회 사건의 경우 당시 송 씨를 두둔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네티즌들은 열등감에 트집을 잡는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객관적 사실만을 보도한 동아사이언스에 대해서도 ‘한국은 천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비이성적인 논리로 비난 받았다. 심지어 논문 게재 철회가 된 현재도 송 씨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도 있다. 문화예술과는 다르게 학문 논술의 경우 여섯 단어 이상 연속으로 일치하면 표절로 인정되는 등 객관적인 기준이 있기 때문에, 표절로 판명이 난 이상 그를 두둔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최창영 기자  sunmoon10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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