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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소방공무원을 둘러싼 불편한 현실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직업, 소방공무원. 이는 본교 사범대 김흥규 명예교수와 학생생활연구소 이상란 박사 연구팀이 2014년부터 고교생과 성인 1,240명을 상대로 한 한국인의 직업관 조사를 통해 나타난 결과다. 1996년 처음 실시된 이 조사에서 소방공무원(소방관)3위를 기록했지만, 이후 실시된 2001, 2009, 2016년 세 차례 조사 결과 모두 소방공무원이 1위를 차지했다.

소방공무원이 오랜 시간동안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이유는 대형 재난 현장에서 보여준 소방공무원의 투철한 직업의식과 헌신적 자세가 언론에 자주 보도된 영향으로 분석됐다.

소방공무원은 화재를 예방·경계하거나 진압하고 화재, 재난·재해, 그 밖의 위급한 상황에서의 구조·구급 활동 등을 통해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는 공무원을 말한다. , 소방공무원은 소방대원, 구조대원, 구급대원으로 분류된다.

소방대원은 소방의 고유 업무인 화재에 관한 일을 수행하는 소방공무원으로서 화재의 예방과 화재발생 시의 진압을 주 업무로 한다. 구조대원은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수행하는 소방공무원으로서 재난현장에서의 인명 검색과 구조를 담당하는 일을 주 업무로 한다. 구급대원은 부상자나 생명이 위독한 자를 응급처치하고 동시에 의사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소방공무원을 말한다.

36524시간 내내 국민의 안전을 위해 다방면으로 힘쓰며 모든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소방공무원에 대한 정부의 처우는 어떨까.

 

일러스트-최효정 기자

소방공무원의 건강과 복지 실태

정부는 소방·경찰·우정 등 위험직무나 현장근무 공상공무원의 장기요양 및 재활치료 관련 요양비 자부담을 경감할 필요성을 느껴 공무상 특수요양비 산정기준을 일부 개정했다. 이 개정안은 위험한 현장에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의 상병치료에 중점을 두고 개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1992년도에 처음으로 언급된 소방전문병원에 대한 논의는 진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2년에 소방병원추진위원회까지 출범했지만 결국 재원의 문제로 아직까지 건립이 지연되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여기저기서 소방병원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식으로 말을 꺼내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오리무중이 되는 악순환이 아직까지도 반복되고 있다.

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수면장애 및 우울장애 등을 겪고 있는 소방공무원은 전체 소방관의 6.3%, 일반 국민에 비해 약 10배가량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진단을 실시한 결과, 전체의 31.1%가 정신건강 유소견자로 판정받았다. 유소견자 중 고위험군에 속한 소방공무원은 37.1%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안전처에서 발표한 소방관 1인당 심리치료비 지원 현황에 따르면 2012년에 363명이었던 치료인원은 2015년에 6,050명으로 약 17배가량 늘어난 반면 1인당 진료비는 146천원에서 61300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지금까지는 소방공무원이 화재현장에서 유독가스, 유해물질 등의 환경에 노출돼 건강에 이상이 생겨 산재를 신청하려고 하더라도 질병과 업무의 연관성에 대해 본인이 이를 직접 입증해야만 했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소방관들이 자신의 건강에 해를 끼칠만한 요소를 신경 쓸 겨를이 있을 리 만무하다.

사고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다 숨진 순직문제 역시 갈 길이 멀다. 만약 순직이 인정되더라도 유족들에게 지급되는 연금은 약 115만 원으로 3인 가족 최저 생계비인 143만 원에 못 미친다. 하지만 순직으로 인정받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故 김범석 소방관은 혈액육종암 판정을 받고 7개월간 투병을 하다가 끝내 숨졌다. 故 김범석 소방관은 7년 동안 현장에 출동해 온갖 유독가스를 들이마시며 수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정부는 병사로 판단해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728일부터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돼 희귀 암과 백혈병 등 특수 질병과 업무 연관성의 입증을 공무원 본인이 아닌 작업환경측정 전문병원의 자문을 받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또한 인사혁신처에서는 지난달 위험직무 순직의 인정 요건을 확대하고 순직공무원에 대한 재해보상 수준을 현실화하는 공무원재해보상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방공무원을 비롯한 위험직무 공무원을 위해 새로운 법이 제정되는 것은 당연히 반가운 소식이지만, 새로운 법이 제정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미지수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소방공무원의 앞길을 막는 제도적 장치들

현재 대한민국의 소방공무원은 국가직 공무원과 지방직 공무원으로 나눠져 있다. 지방직 소방공무원의 경우 지자체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 소방 장비나 개인 장비에 지원되는 예산에 차이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지역별로 소방서비스의 질에 차이가 나게 된다. 또한 대형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현장에 출동한 소방공무원이 중앙소방본부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지 아니면 지자체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지 혼란을 겪기도 한다. 지난 4·13 총선에서 여러 국회의원들은 지방직 소방공무원을 모두 국가직으로 전환해 이원화된 소방공무원 체계를 하나로 통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으나 아직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응급 상황이 발생해 구급차가 출동하다가 중앙선 침범이나 신호 위반 등으로 교통사고가 나게 되면 현행법에 따라 구급대원이 처벌을 받게 된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긴급 차량의 우선 통행이 보장돼있지만, 사고가 나게 되면 교통사고 처리특례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 발생한 구급차 교통사고는 천 건이 넘고 그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응급환자 이송 과정에서 사고가 났지만, 책임은 온전히 구급대원이 져야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영국은 긴급차량의 경우 △신호 위반 △과속 △중앙선 침범 △역주행까지도 허용하고 있으며 면책범위도 한국에 비해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긴급차량의 업무 중 사고에 대한 소방공무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면책 추진 방침을 밝히고 관련 법률안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

 

이현지 기자  gvgusw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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