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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거리로 나온 사람들...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응답10월 29일 박근혜 정부 비판 시위 열려… 3만 명 운집

헌정 사상 가장 큰 파장을 불러온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가 청계광장을 뒤덮었다. 지난 10월 29일 오후 6시경 청계광장에는 약 3만 명의 시민(경찰 추산 12,000명)이 모여 정권퇴진 시위를 벌였다. 시위 전 신고된 예상 참가 인원은 2,000~3,000명이고 주최 측은 약 3,000~4,000명 가량을 예상했으나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언론 등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위 참가자들의 연령대는 중고등학생부터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노년층 등으로 다양했다.

세월호 유가족, 철도 노동자들을 포함한 여러 인사들이 나와 대략 한 시간 정도 청계광장 일대에서 이날 시민들이 모인 이유에 대해 연설을 했다. 정현찬 백남기투쟁본부 공동 대표의 발언을 시작으로 27일 국회 기습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김영훈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노회찬(창원 성산, 정의당), 김종훈(울산 동, 무소속)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 등 여러 인사들의 발언이 있었다. 이 중 이재명 성남 시장은 발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 아니, 사퇴해야 한다. 탄핵이 아니라”라며 의견을 밝혔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자유로운 나라를 위하여, 전쟁의 위험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를 위하여 우리가 싸울 때”라며 시위대를 독려했다.

일부 진보단체 회원들이 사드(THAAD) 배치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지만 이날 시위는 진보성향의 시민들만 모인 현장이 아니었다. 몇몇 시민들은 오늘 나온 것은 박근혜 정권의 행태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 때문이지 그런 사항에 대해 의견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보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의 동요가 일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서로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주최측과 참가 시민들의 목소리로 금방 가라앉았다.

촛불을 든 이유… “미래 세대에게 떳떳하고 싶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의 참가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한 부부는 “나중에 자식 세대에게 이런 시국에 부모들은 무엇을 했냐는 물음에 떳떳하고 싶다”며 시위에 참가한 이유를 밝혔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한 여성은 “최근 뉴스를 아이들과 같이 보면서 정말 창피하고 화가 났다”며 심정을 밝혔다. 2012년 제19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한 할아버지는 “그 당시가 정말 후회된다. 미래 세대를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촛불을 든 이유를 전했다.

시위에 참가한 이유는 다양했지만 참가 목적은 같았다. 청계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여러 인사들의 발언 사이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발언을 하러 온 인사 중 일부 역시 시민들에게 구호를 외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오후 7시 20분경 시위대는 청계광장에서 종로2가를 지나 인사동으로 시가행진을 시작했다. 주최 측은 사전에 청계광장에서 북인사마당으로 이어지는 1.8km를 행진하는 루트를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차벽으로 길목을 막았고 이에 시위대는 광화문광장으로 우회해 경찰과 장기간 대치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면서 ‘인도로 올라가라’며 방송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2만 명이 넘는 인파가 인도에서 행진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명분상으로나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세종대왕상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살수차를 배치했다며 시민들에게 ‘합법시위’를 강조했다. 경찰은 캡사이신을 사용할 수 있다며 시위대를 자극하는 말을 방송했다. 실제로 시위대 중 일부는 경찰들에게 과격한 행동을 하기도 했으나 평화시위를 요구하는 다른 시민들에게 제지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들 역시 시위대를 자극하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물대포를 쏘지는 않았으며 살수차는 시위대의 시야에서 벗어난 곳에 배치돼 있었고 최근 몇 년간 반정부 시위 현장에 빠지지 않았던 버스 차벽조차 많이 보이지 않았다. 차벽을 배치하지 않은 덕분인지 국소적인 물리적 충돌을 제외하면 시위 현장은 굉장히 평화로워 보였다.

작년 11월 14일에 진행된 제1회 민중총궐기 당시 과격해진 시위대를 향한 과잉진압 논란에 휩쓸린 전력이 있는 경찰 측이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그 뒤에 여러 차례 있었던 민중총궐기는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시위로 마무리 됐고 이번 시위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시위대 역시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고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슈인 만큼 과격해지는 것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평화로웠지만 한국 시위에서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했다. 경찰의 무차별적인 채증은 여전했다. 또한 도로교통질서 라는 명분하에 시민들을 인도로 밀어내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나올 여지도 있었다. 경찰은 해산 방송으로 ‘국민 여러분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잘 알겠다. 이런 때일수록 경찰의 안내에 따라 더 이성적으로 행동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에 시민들은 ‘시위를 하는 것이 왜 비이성적인 모습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시위에는 학생회의 이름으로 참가한 대학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소재대학뿐만 아니라 한국과학기술원 등 지방소재대학들의 참가도

있었다.

시위 과정에서 성숙한 시민의식도 엿볼 수 있었다. 몇몇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집회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하기도 했다. 제1차 민중총궐기 당시에는 쓰레기 문제로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화활동으로 시위 현장은 청결했다.

줄어들지 않는 인파… 온라인 중계 보고 ‘늦게라도 참가하겠다’

시위 현장은 팩트TV, 오마이뉴스 등 언론사를 통해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됐고 공중파와 종편 채널을 통해 간간히 보도됐다. 또한 시위대는 공영방송에 대한 실망감도 내비쳤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파격적인 보도를 한 TV조선이나 JTBC,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대해 심층보도를 해온 SBS의 취재에는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대해 소극적인 보도만을 해왔다며 비판 받는 KBS와 MBC 등에게는 ‘권력의 앞잡이’라며 비난했다. 특히 MBC 취재진은 시민들의 항의에 쫓겨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날 시위는 늦게라도 참가를 하겠다고 한 사람들이 많아 인파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다. 미처 참가를 하지 않은 사람들도 온라인으로 생중계를 보며 시위대와 함께 했다.

29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시위는 다음날인 30일 오전 5시까지 이어졌다. 시위대는 ‘박근혜는 하야하라’라는 구호를 끊임없이 외쳤다. 장장 11시간 이상 길어진 시위 현장은 그 긴 기간과 많은 참여인원에도 본 시위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평소 집회나 시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도를 해오던 TV조선 등 보수언론에서도 이번에는 ‘원칙적으로는 불법의 여지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시위대가 외치는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는 논평을 했다. 새벽이 되자 인산인해를 이루던 시민들이 상당수 귀가하자 경찰은 남은 시민들을 인도로 유도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30일, ‘어제(29일) 행진 중 신고 된 코스를 벗어나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면서 일반 시민 등 참가 인원이 증가했고, 이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와 경찰 간에 몸싸움도 있었으나, 경찰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인내하며 대처했다. 시민들께서도 경찰의 안내에 따라 주시고 이성적으로 협조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 향후에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준법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도 시위대와 같은 의견이 많아 동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 한편, 말로는 불법시위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합법적인 평화시위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한 한 참가자는 ‘시위대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모임인데 시위대는 시민도 아니라는 말이냐’며 비판했다.

이 날 청계광장에서 시위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있었다. 이날 전주에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북지역 버스지부에서는 운영하는 시내버스 300여대를 동원해 오후 4시부터 3분간 경적을 울리는 ‘경적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다음날인 30일, 버스에 ‘박근혜 퇴진’이 적힌 피켓을 달고 운행했다. 울산에서도 약 1,000여 명(경찰 추산 800명)이 모인 가운데 시위가 벌어졌다. 의정부에서는 낮에는 피켓시위, 밤에는 촛불시위가 열렸다. 부산에서도 철도노동조합 조합원과 대학생이 참여한 거리행진을 벌였다. 제주에서도 오후 7시경 촛불시위가 열렸다.

주최측은 이 다음날에도 시위를 예고했다. 3만 명이 모인 29일 시위와 마찬가지로 소식을 접한 많은 시민들이 이어지는 시위에 참가했다. 학생의 날인 11월 3일, 전국 대학가에서 동시다발적인 시국선언 및 집회가 벌어졌다. 특히 최순실 비선실세의 딸인 정유라의 부정입학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이화여대에서는 학생과 교수회가 공동시위에 나섰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오는 11월 12일 제6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예고했다.

최창영 기자  sunmoon10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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