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같은 수업을 듣던 남학생 9명으로 구성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1년간 지속적으로 성희롱적인 발언을 해 온 가해자 8명에 대해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1일, 그들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가해자 8명 중에 양성평등 서포터즈, 새내기 새로 배움터 성평등 지킴이 등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줬다.

 이 사건은 내부제보자가 피해 여학생 2명에게 해당 단체 채팅방의 내용 일부를 전달하며 드러났다. 고려대학교 카카오톡 대화방 언어 성폭력 사건 피해자 대책위원회(이하 피대위)가 채팅방의 전문을 확인한 결과 내부제보자는 언어 성희롱에 가담하지 않았다. 최초로 사건을 접한 피해자 2명과 내부제보자는 다른 소속 피해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피해자 10명과 내부제보자는 해당 사건을 소속 공동학생회에 신고했다.

 고려대학교 내 대자보에 따르면 문제제기가 된 이후에도 가해자들은 주기적으로 채팅방을 나갔다 들어오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한다. 피대위에 따르면 이러한 행위는 ‘자신들의 발언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증거 자체를 인멸하려는 시도’라며 비판했다. 피대위는 이어 피해자들이 헛소문에 시달리며 2차 가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7월 17일 열린 임시 회의에서 가해자에 대한 징계 수위는 ‘전원 제명’으로 가결됐다. 이들은 총학생회에서 제명됨에 따라 학생회 선거에 나올 수 없다. 고려대학교는 이들에 대한 징계와 더불어 예방대책을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고려대 총학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 ‘총학이 무슨 권한으로 개인정보를 공개하느냐’는 논란이 고려대 학생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법적으로도 총학이 가해학생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냐는 것이다. 총학의 결정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잘못된 처사’라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6월 14일 상정된 징계 내용에는 ‘가해지목인의 이름을 익명으로 한 사건공개’를 하는 것으로 나와 이를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위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 전 고려대학교 한 단과대학 남학생 약 30 여명이 페이스북 비밀그룹을 통해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과 몰카 등 불법 음란물을 공유했다는 주장이 지난 8월 초 제기됐다. 양성평등센터에 신고가 들어오면서 알려진 이 주장에 대해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되려 피해자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알려달라”며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과문에도 “문제된 게시물들은 지난해 1학기에 올라온 것”이라며 “이후 필터링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가해 사실을 축소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고려대학교 측은 징계에 대해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014년 국민대학교 한 학과의 소모임 단체 채팅방에서도 여학생들에 대한 음담패설과 성희롱을 1년 넘게 지속해와 주동자 6명이 성폭력이 아닌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은 전례가 있다. 이번 고려대 단체 채팅방 성희롱 사건 역시 국민대 때와 유사한 양상으로 전개된 것으로 보아 비슷하게 마무리를 지을 것으로 보인다. 피대위는 이에 대해 국민대학교 사건으로부터 달라진 게 전혀 없다며 개탄했다.

최창영 기자  sunmoon1021@gmail.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