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비룡논단
<비룡논단> 익명성을 갖고 당당함으로
  • 조병준 (프랑스문화 전공)
  • 승인 2004.12.07 00:39
  • 댓글 0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e-Learning 학습방법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 이런 사이버 강좌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학생들의 수업참여 태도다. 전통적인 면대면 강좌에서 우리 학생들은 매우 수동적이다. 자발적인 질문이 거의 없으며, 선생님의 질문에도 대답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e-Learning 강좌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수업에 대한 질문은 물론, 학생들끼리 자발적인 토론을 벌이는가하면, 심지어는 시험문제에 대한 이의도 서슴치 않고 제기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그리스 신화를 읽다보면, 디오니소스 제전 때 참여자들에게 가면을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가면은 얼굴을 가리는 것이며, 그것은 곧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이 내가 누군지 모를 때, 우리는 평소에 할 수 없던 짓을 과감하게 행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든 그 행동의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면은 이처럼 억눌려 있던 인간의 야성에 힘을 실어준다. 인터넷 강좌가 학생들에게 발언의 용기를 주는 것은 아마도 인터넷이 이런 가면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인터넷 토론방에 가보면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가명을 사용한다. 바람님, 꽃님, 조랑말, 말똥가리... 등등 벼라별 명칭이 다 동원된다. 이 가명 하에서 어떤 참여자는 평상시면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서슴치 않는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토론장이 폭언장으로 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인터넷이 많은 사람들에게 손쉽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어떤 사람들에게는 몰상식함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서 이제 가면을 벗어 던지는 것은 어떨까? 자기가 누구라는 것을 밝히고 책임있는 발언을 하도록 노력하기 위해서 말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토론문화의 중요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크다. 사회의 중요한 현안문제를 올바르게 처리하는데 민의의 반영이 중요하기 때문이리라. 효과적인 학습방법을 위해서도 토론하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의견 교환을 통해 교사는 학생들의 이해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학생 스스로는 발언의 기회를 통해서 학습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말하는 예절도 배우게 된다고 생각된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말하는 예절은 꼭 필요하다. 이것이 지켜져야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화란 자신의 의견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의견도 들으면서 보다 객관적인 진리를 함께 추구하려는 노력이 바로 대화다. 이처럼 우리가 대화를 통해서 객관적 진리에 보다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면, 이 대화술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수업시간에 입을 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 수업이 자신의 얼굴을 보이지 않는 인터넷 수업이 아니라, 면대면 수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면대면 수업에서 학생들이 발언을 자제하는 이유는 두려움과 부끄러움 때문일 것이다. 틀린 내용을 언급하다가 학우들의 비웃음을 산다거나, 아니면 교사로부터 꾸중을 듣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 학생들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이제 그런 두려움일랑 떨쳐버리도록 노력하자. 앞으로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가 될 대학생들이기에, 이런 노력은 꼭 필요하다. 왜냐하면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서 정확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는 학생이 사회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병준 (프랑스문화 전공)  webmaster@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