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알리는 대학의 3월, 무엇이 가 장 둥글고 신나고 자유로울까? 연한 잎새 에 가냘픈 꽃망울을 터뜨릴 매화며 진달래 며 벚꽃일까? 단색과 정형의 교복 대신 개 성 만점의 옷차림으로 낯선 교정과 강의실 을 가끔은 조심스럽게 가끔은 호기롭게 드 나드는 신입생들의 해맑은 웃음일까? 과연 그렇다, 지성과 아름다움과 낭만으로 울울 한 새내기와 꽃잎을 빼놓고 우리 어찌 대학 의 봄날을 함부로 운운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당신들이여, 그들의 새 물결에 충 분히 놀라고 기뻐하면서도 주위를 잠시 돌 아보시라.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플랜카드 와 대자보, 알림글이 대학 곳곳에 넘쳐나 지 않은가? 개중에는 국가장학금 신청, 토 플과 토익 선전, 대학구조조정 관련의 총학 생회 대자보도 어김없이 눈에 짚이나 역시 동아리 선전과 입회 요청에 신바람 내는 선 배들의 외침과 안내문이 대종을 이루고 있 지 않은가? 어찌 보면 3월은 동아리의 농사가 반 너 머 결정되는 파종과 수확의 동시적 절기인 지도 모른다. 어떤 동아리의 선전 문구는 신문방송에 오르내릴 정도로 참신한 재치 와 유머로 학생-대중들의 관심을 끈다. 그 래서일까. 비록 그곳 회원은 아닐지라도 봄 만 되면 그들의 선전 문구를 애써 찾아보 는 명랑한 눈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건장한 체격과 강골의 기개를 자랑하는 그들인지 라 거기서 쏟아지는 ‘웃음’의 말들과 기호 는 그들을 얼마나 유연하고 열린 존재로 단 련(?)하는가? 대학 동아리가 어떤 분야든 프로페셔널의 전문성과 세련성보다는 서 로를 둥글고 신나며 자유롭게 하는 취미와 취향의 아마추어리즘으로 존재해도 그만 일 이유가 여기 있겠다. 사실 내게는 시쳇말로 동아리에 대한 ‘로망’이 있다. 1980년대 중반 대학은 거의 최루탄의 나날이었으며 그런 만큼 역사현 실과 분리된 학회나 동아리 활동은 차라리 미안한 것이었다. 현대문학 전공임에도 시 와 소설보다 사회과학 서적의 탐독에 열중 하던 나의 대학 시절에 대한 후회는 아주 

최현식 국어교육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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