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이 코앞에 닥친 2월 말, 운동부를 소개하는 기획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동기 기자의 말에 작년 야구부 주장 이동건씨의 진심 어린 글이 인상 깊었던 기자는 몸소 야구부 취재를 자처했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속 취재를 하러 가는 길, 교통 편이 없어 택시를 타고 송도를 지나 다리를 통해 바다를 건너 몇십 분이 흘렀을까, 목적지인 LNG 스포츠센터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코치님과 만나 대략적인 취재 내용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동한 야구장, 당연히 주 경기장으로 들어갈 줄 알았지만 지나쳐 보 조경기장으로 향했다. 이유를 묻자 코치님은 “아… 그쪽은 뒤에 LNG 가스 송출 공장 때문에 냄새가 너무 역해서 그나마 덜 한 여기 쓰고 있어”라고 답해주셨다. 그제야 주 경기장 바로 뒤편에 있는 커다란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오전부터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가운데 머쓱하게 들어간 기자는 인사를 드린 뒤 괜히 이리저리 한참을 둘러보다 감독님께 말을 붙였다. 몇 마디 나눈 후 민감할 수도 있는 야구장 관련 질문을 조심스레 꺼내봤다. 이에 감독님께서는 “학교에서 지원을 받고 있고 또 일하는 입장에서 많이 난감하지…”라며 “원래 처음에 주차장으로 쓴다고 했을 때는 당연히 이해가 안 됐지, 근데 설명을 듣고 나니까 뭐 나중에 수익사업으로 쓴다고 하더라고. 학교에 수입이 전혀 없더라고… 이 해는 돼”라며 말씀을 꺼내셨다. 이어 “사실 말하자면 지금은 임시로 임대해서 쓰고 있는 상황이라 많이 열악하지. 일단 운동해야 되는데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사회인 야구부 때문에 여길 못써. 그리고 여기 임대료도 만만치 않아. 연습장이 하루 6만 원이고 또 이동도 학교 버스가 아니고 신세 계 대형버스라서 돈 들어…”라며 안타까운 속마음을 말씀하셨다. 감독님은 지난 4년간 교내에 야구장이 있다는 이점을 활용하며 직접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등 온갖 노력을 통해 야구부를 정상의 자리에 있게끔 하셨다. 그러나 이제는 입시제도가 바뀌며 지원한 선수들을 받아야 하고, 학교의 사정상 임대 연습장을 사용해야 하며, 정원이 감축된다. 3연타를 내리 맞은 야구부는 이제 스리런 홈런을 맞기 직전이다. 거기에 이번 1학년은 6명 중에 4명이 부상이다. 이제 1년에 6명을 뽑는데 야구 경기의 정원은 25명, 부상자를 생각한다면 참 막막한 인원이다. 오전 연습이 끝난 후 함께 식사하러 스포 츠타운 내 식당으로 이동했다. 자그마한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야구 성적이 대단하다며 말을 꺼낸 기자에게 감독님은 “이제 못 해”라며 씁쓸한 농을 하셨다. 선수 인터뷰는 그래도 주장과 신입생이 좋을 것 같다는 기자의 부탁에 식사를 마친 후 근처 건물 안에서 인터뷰를 마저 진행할 수 있었다. 이번 년도 새로이 주장이 된 김두환 씨는 기자의 야구장 관련 질문에 “야구장이 바뀌며 많이 피곤해졌다”라며 차분히 말을 꺼냈다. “학교 안에 야구장이 있었을 때는 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고 분위기도 좋았는데 요즘에는 이동할 때 피곤해서 버스에서 자주 잠들어요. 더불어 몸도 잘 안 만들어지고요, 또 회비도 거두기 시작했고요, 운동양도 확실히 줄었고…”, “학점이 2.0을 넘어야 시합을 뛸 수 있는데 여기 오면 수업을 못 들어가니까”라며 그동안의 온갖 걱정을 털어놓았다. 이어진 기자의 아쉬운 점은 없냐는 질문에는 수업을 들어가지 않아서 친한 사람이 없어 좀 친해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운동을 제외하고 학교생활에서 고민이나 힘든 점이 없냐는 질문에 운동을 제외하면 학교생활이 없다는 말이,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에 그저 밥 한 끼 하고 싶다는 그 말이, 내심 안타까웠다. 취재를 마치고 “오후 운동 끝나고 같이 가자”는 감독님의 친근한 말씀을 사양한 뒤 학교를 향하는 길 내내 야구부가 기자의 머릿속을 떠나지 못했다. 전체 대학 야구 선수들의 프로구단 입단율은 50% 미만, 그러나 우리 학교 야구부는 작년 8명 전원이 프로에 입단했다. 10년 이상 대학 야구 최약체 팀이었다는 야구부, 2012년부터 정말 피나는 노력으로 우승과 준우승을 반복하며 지금의 정상 자리에 도달했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유달리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왜일까. 이성적으로는 “영 화관 및 상가, 지하 주차장 등 야구장에 대한 전면적 개발 계획이 진행 중이며 3000평에 이르는 야구장을 야구부 30명만 쓰기는 비효율적이니 이해와 배려를 바란다”는 총장님의 말씀이 이해가 됨에도 마음 한편 짙은 안타까움이 남아 있는 것은 아마도 기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문규 기자  ansrbcjsw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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