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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해안선을 따라, 태어난 땅으로 가는 길인하대에서 송도까지, 자전거 기행


인하대 앞바다를 찾아서
 교가에서는 분명히 이곳이 “오대양이 통한 곳”이라고 했지만 바다는 저 멀리 인천역에나 가야 있다. 하지만 과거 우리학교 옆에 진짜 바다가 있었다. 지금의 교통방송 사거리는 해안선이었고, 본교의 서쪽에 있는 용현동 우성로얄아파트에는 해변이 있었다.인천은 간척도시다. 갯벌 매립을 통해 말 그대로 땅덩이를 키워갔다. 지금도 송도에서는 한창 매립이 진행중이다. 서구의 절반가량은 매립으로 탄생했고, 연수구의 반 이상은 간척지다. 하지만 분명 땅이 바다였던 시절의, 바다가 인천 구석구석을 파고들어 사람 옆에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도 분명 있다. 짠내나는 인천의 옛 이야기를 찾아 1946년에 만들어진 항공사진을 더듬어 사라진 해안선을 따라 송도신도시까지 가봤다.

 인하대의 서쪽으로는 수인선이 지난다. 옛날에도 그랬다. 지금의 경인고속도로 약간 위쪽에 있던 용현역(현 인하대역)을 출발한 열차는 인하대 옆을 지나 지금의 교통방송 사거리에 이르러서는 다리로 바다를 건넜다. 그러고는 해변을 끼고 송도역으로 산과 논밭을 끼고 달렸다. 과거엔 OCI와 공업단지가 들어서고 지금은 택지개발중인 이 곳에서 옛날의 정경을 상상해봤다. 폐공장의 파이프가 도로 위를 가로지르고, 지하철 공사로 바닥엔 복공판이 깔려 있는 이 곳엔 작은 바닷가 마을과 기찻길이 있었다는 사실이 잘 상상되지 않았다. 상전벽해, 아니 벽해상전이다.


 옥골사거리를 지나 비류대로를 타고 바닷가 자전거도로 방향으로 달렸다. 나는 아직 옛 해안선을 따라가고 있었다. 서쪽으로 나있는 곶을 지나고 있었다. 내 북쪽엔 택지개발중인 인천남구야구장부지가, 남쪽엔 석산이 있었다. 과거 채석장이었지만 채석이 중단되고 그대로 남았다. 옛날에는 옹암(翁巖)이라고 불렸다. 바위 앞 사거리 이름이 옹암 사거리다. 하지만 최근 묘한 이유로 유명해졌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이 천송이의 목숨을 구해준 장소로 등장하며 ‘별 그대 절벽’이라는 별칭까지 얻고, 이곳을 둘러보는 중국인 대상 관광 코스까지 생겼다. 수천년 동안 바다에 둘러쌓여 파도를 맞았던 이 석산은 이제 땅 한 가운데 서서 한 발 물러 바다를 조망하고 있다. 석산에서 본 바다는 반쪽이었다. 절반엔 인천 남항과 공업용지로 매립된 땅이 보였다. 송도 매립이 완료되면 나머지 절반도 땅으로 변할 것이다. 바다는 땅과 땅 사이 좁은 강처럼 남게 된다.
 석산을 지나쳐 드디어 진짜 바다를 끼고 달리기 시작했다. 바로 앞에 인천대교 진입로와 송도가 보였다. 그리고 “진짜 송도”도 보였다. 수인선 송도역이 지나는 원래의 송도 말이다. 송도의 옛 이름은 따로 있었다. 지금의 송도는 과거 옥련, 능허대 등으로 불린 지역들이다. 능허대 바로 밑에는 중국으로 가는 나루터가 있었다. 물론 지금 나루터의 흔적은 사라졌고, 능허대 자리엔 ‘능허대 공원’이 만들어졌다. 일제시대에 수인선 철도가 부설되고, 일본인들이 이곳에 들어오며 이름이 바뀐다. 그들은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하며 부르기 쉬운 일본식 명칭인 ‘마쯔시마(송도, 松島)’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들은 청량산 너럭바위 위에 올라 경치를 감상하며 이를 ‘인천 1경’으로 칭했고, 능허대 바로 옆 송도해수욕장에서 풍광을 즐겼다. 이후 주변이 매립되며 송도해수욕장은 바다와 멀어졌다. 하지만 인공 해수욕장으로 명맥을 유지했고, 송도유원지로 개발돼  인천 시민들과 함께했다. 인천 토박이라면 누구나 송도 유원지에서의 추억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작은 놀이동산에 동물원까지 있어 지금의 에버랜드 인기 못지않았다. 2011년 송도유원지 폐장을 앞두고 수많은 인파가 몰려 송도유원지의 마지막을 함께 했을 정도다. 지금 능허대 주변에는 꽃게거리가 유명하다. 이것도 바다를 끼고 있던 옛 송도의 모습과 관련이 깊다.
  “백제의 사신들이 배를 타고 중극을 향해 왕래하던 능허대 아랫마을에는 여자들이 해녀처럼 조개와 꽃게를 따오고 있다. 서울손님들이 즐겨찾는 이곳 명물 조개탕은 거의가 송도 아주머니나 아가씨들의 손을 거쳐오게된다.” - 1976년 7월 20일 경향신문, 김길봉 인천문화원장.
 70년대 까지만 해도 송도가 꽃게의 주요 산지 중 하나였다. 당시 송도 주민들은 바다에서 직접 꽃게 등의 해산물을 가져와 요리했다. 40년이 지난 지금, 그런 바닷가 마을의 정취는 사라졌지만 꽃게거리만은 남아있다.
 옛 송도에서 송도신도시로 내달리다 보면 아암도라는 섬이 있다. 35년 전까지만 해도 진짜 섬이었던 곳이다. 하지만 80년 해안매립으로 육지와 연결됐다. 인천에서 얼마 되지 않는 자연해안을 느낄 수 있는 곳 중 하나였기에 바다가 그리운 시민들의 쉼터가 됐다. 하지만 송도신도시가 아암도의 앞바다를 가리웠다. 더 이상 아암도에서 너른 바다를 볼 수 없다. 아암도 앞 버려진 관광안내소가 아암도의 처지를 말해주는 듯 했다. 그래도 썰물에 맞춰 섬 밑 갯벌을 걷는 사람들이나, 낚시꾼을이 보여 아직은 바다를 느끼려 아암도에 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섬을 지나 곧 송도신도시로 향하는 다리가 보였다.


미추홀이 꾸는 꿈, 송도신도시
 사실 송도엔 몇 번 와봤지만 자전거를 타고 송도를 자세히 둘러본건 처음이다. 평평한 간척지 위에 미래상상도에서 튀어나온 듯 그려진 송도는 미추홀이 꾸는 꿈 같았다. 현재 인천의 이미지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동인천 등 구도심의 침체, 낮은 고등학생 학업 성취도, 재정위기 등으로 인천은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도신도시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인천이 향후 백년을 걸고 있는 인천의 희망이자 꿈이다.
 나는 인천의 해안매립사와 관련한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컴팩스마트시티’로 항했다. 해안매립과 함께 성장한 인천, 그리고 사라진 섬들을 중점적으로 조명한 최초의 전시회다. 인천 간척의 역사는 길었다. 인천으로 편입된 강화군에서는 고려시대부터 농지를 위한 간척이 잦았다. 간척 전 강화도의 해안은 매우 복잡했다. 강화도는 서울을 방어하는 하나의 군사적 요충지이자 요새였다. 또한 인천은 간척과 함께 발달한다. 인천이 팽창하며 인천 깊숙이 파고들던 물길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연안은 매립돼 바다가 땅이 됐다. 과거 남동공단과 주안역 북쪽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지만 지금 이들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동인천의 배다리, 가좌의 인천교 등 지명으로나마 약간 남아있는 정도다. 물길은 맨 처음 염전이 되었다. 현재의 십정동에서 처음 시도한 천일제염이 성공을 거두자 주안역 북부 지금의 공단자리에 염전이 들어서고, 지금의 남동공단과 소래 일대에도 염전이 들어선다. 이후 염전은 공단으로 바뀌어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끈다. 인천상륙작전의 무대였던 인하대 서쪽 용현동 일대와 그 앞의 낙섬은 주택가가 되었다. 낙섬에 대한 흔적은 사라져, ‘낙섬 사거리’라는 지명만이 남아있다.
 전시를 보고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다. 아시안 게임 홍보 영상에서 본 신기한 건축물들, 관광용 운하가 있는 센트럴 파크가 마냥 신기했다. 구름에 가린 고층 빌딩, 내가 알던 인천과 전혀 다른 도시 같았다. 인천의 꿈과 상상을 그대로 옮긴 듯 했다. 반쯤 꿈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사실 지금 인천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난으로 서울시보다 약 두배 가량의 세금을 내야 한다. 간혹 인터넷상에서 “마계 인천”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정돈되지 못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송도는 인천이 현재의 어려움을 타파하고, 다시 비상하기 위해 펼친 하나의 꿈이자 희망 같았다. 인천은 개항을 맞아 크게 발전했다. 한양 못지 않은 많은 재외공관이 들어섰으며, 최초의 철도는 인천에 부설됐다. 인천은 근대화와 함께 거대 도시로 성장했다. 다시 한 번 인천은 송도를 통해 국제도시로의 재비상을 꿈꾼다.

땅에서 파도소리를 상상하며
 인천은 간석지 매립을 통해 발전했고, 현재 인천의 미래를 책임지는 송도와 영종, 청라 신도시 또한 간척지다. 여태껏 계속된 간척을 통한 발전 속에서 인천은 해안선까지 뒤바뀌어 버리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우리가 몰랐던 옛 인천은 바다와 더 친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은 한때 바다였고, 해변이었다.
박현호 기자


 

박현호  mediacircusing@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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