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인 K씨는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수여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시간과 돈을 투자했지만 요즘 ‘언제쯤 정교수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자주 느낀다. K씨는 시간강사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개선돼야함을 느끼지만 앞장서 요구할 용기가 나지 않아 현실에 순응한 채 살아간다.
 지난 27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대학교수의 수는 매년 늘어 올해 처음 9만 명을 넘겼다. 이처럼 대학교수 수가 증가하는 데는 대학가에 확산된 ‘비정규직 교수 채용 바람’이 자리 잡고 있다. 대학평가가 강화되면서 대학들은 1~2년 단위 단기계약 교수를 강의전담이나 연구전담, 산학협력 중점 등 각종 명목으로 채용했다.
 그러나 현재 시간강사들의 처우는 열악한 상황이다. 박인숙 의원실의 ‘2013년 전국 4년제 대학 전임교원 직급별 평균급여 현황’에 따르면 시간강사들의 평균 시급은 5.8만원으로 정교수의 29.2%에 불과하다. 이들의 한 학기 평균 강의 시간이 40.2시간임을 감안하면 월 평균 임금 93만원, 방학을 제외하면 연봉은 651만원에 해당한다. 이는 강의 준비 및 행정 업무 등에 소요되는 근로 시간은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 또 극심한 학교별 급여 차이도 문제점이다. 급여가 가장 높은 곳은 15만원, 적은 곳은 2만 5천원으로 무려 6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시간강사들은 해고에 대한 불안감에도 시달린다. 시간강사 대부분은 강의평가 점수에 몹시 민감한데 일정한 점수 이하로 평가받으면 해당 학교에서 다시는 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 대학의 경우 10점 만점에 8점 미만의 강의 평점을 받으면 1회 경고 조치 후 다시 그 미만의 점수를 받으면 퇴출당한다.
 다수의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공개적으로 채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본교 교원인사처에 문의한 결과 본교 역시 시간강사에 관한 일을 담당하는 부서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채용 또한 ‘강사위촉규정’에 따라 ‘정규 대학원의 박사학위과정 수료 이상인 자’를 학과에서 학과장과 교수회의를 거쳐 선임 후 학장에게 서류를 제출하는 식이다.
 지난 2010년에는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비관한 조선대 시간강사가 그간의 부당한 처우를 고발하는 유서만 남긴 채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이는 곧 이슈로 떠올랐고, 정부는 이듬해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간 ‘아르바이트생’ 취급 받던 시간강사를 학교 직원으로 인정하고, 6개월이었던 계약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당시 ‘교육공무원법, 사학연금법 등을 적용할 땐 강사를 교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있어 ‘무늬만 교원으로 인정해주는 껍데기뿐인 법’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그러자 국회는 법안 시행을 두 차례 유예해 시행 시기를 2016년으로 늦췄다. 하지만 교육부가 올해 10월 2일 예고한 개정안은 기존 법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학교육 정상화본부 김동애 본부장은 “가장 큰 문제는 ‘가르치는 사람’인 시간강사들의 낮은 자존감이다”며 말을 꺼냈다. 김동애 본부장은 “시간강사들의 법적 신분은 보장해주지만 실질적인 처우는 배제된 법”이라며 “앞으로는 이들의 처우도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둔 시간강사법, 본격적인 시행과 더불어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문규 기자  ansrbcjswo@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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