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에서는 바퀴벌레로 만든 음식인 '프로틴바'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빙하기를 맞은 지구에서 17년째 무한궤도를 달리는 열차안의 대다수 인간은 곤충을 대체식량으로서 지급받는다. 영화 속에서처럼 곤충을 먹는 것은 국내 대중화에 아직 낯설지만 최근 곤충산업 분야 중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는 ‘식품’이다. 지난 2013년 유엔에서는 식량 농업 기구 전문가들의 연구를 토대로 곤충을 미래 식량으로 천명하는 공식 문서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지구상에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곤충 가짓수는 1,900여 개라고 소개한 바 있다.

세계 미식가들이 꼽은 차세대 식재료도 곤충이다. 지난 7월 미국 요식업협회의 설문 결과, 1000명이 넘는 미국 셰프들은 올해의 식품 트렌드로 곤충을 꼽았다. 이에 국내에서도 식용곤충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음식재료로 쓸 수 있는 곤충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흰 점박이 꽃무지와 갈색 거저리가 식용으로 한시적으로 인정됐다. 올해는 장수풍뎅이와 귀뚜라미가 식용 인정을 앞두고 있다. 앞서 메뚜기와 누에번데기까지 합쳐 국내에서 식품원료로 등록되거나 등록예정인 곤충은 모두 6종이다. 이들은 특별한 문제없이 3년 동안 식품으로 사용되면 일반 식품으로 전환 등록된다.

또한 지난 5월 곤충에 대한 거부감을 덜기 위해 농진청에서는 식용곤충인 갈색 거저리와 흰 점박이 꽃무지 애벌레의 애칭을 공모하기도 했다. 그 결과, 각각 고소한 맛을 낸다는 의미의 ‘고소애’, ‘꽃’자와 ‘굼벵이’의 ‘벵이를 더해 만든 합성어 ‘꽃벵이’로 각각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식용곤충 음식과 음식 재료 130여 가지를 개발했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처음 ‘빠삐용의 식탁’이라는 식용곤충 전문 음식점이 문을 열었다. 엽기 요리 정도로 여겨졌던 곤충 식품이 최근 영양과 맛이 우수하다는 사실이 퍼지면서 식용곤충 산업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식용곤충연구소의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이 식당에서는 파스타, 빵 등에 고소애 가루가 들어가 있다.

박주원 한국식용곤충연구소 연구원(이하 박 연구원)은 “2050년 예상 인구는 90억 명으로, 지금보다 식량난이 심해질 것이다. 이에 대체식량이 필요한데 식용곤충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즐겨먹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방향이 이상적이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사료 100㎏을 소비해야 고기 10㎏을 생산할 수 있는 비효율적인 생산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경적 측면에서도 곡물과 육류 생산을 위한 경작지와 목초지가 필요 없고, 에너지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대적으로 미미하기 점을 감안하면 곤충은 그야말로 친환경식이다.

그러나, 박 연구원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아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하며, “최근 쿡방 열풍에 힘입어 음식자체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으므로 대중화되는 시기가 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식용곤충에 대한 등급별 전문화 및 도매시장 형성틀을 뒷받침 해준다면 앞으로 큰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새우, 게 등의 갑각류 알러지가 있는 분들은 섭식을 하면 안된다”는 유의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