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산업, 그 무한한 가능성

흔히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곤충이 황금알을 낳는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는 곤충의 쓰임새가 애완, 의료, 농업 등의 분야로 빠르게 확장되며 높은 성장성을 보이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국내 곤충 시장은 올해 들어 약 2,980억 원으로 4년 만에 2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오는 2020년에는 1조 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농업기술원은 ‘곤충이 지구 상의 마지막 미개발 생물자원으로 재평가되면서 관련 산업이 급속도로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부도 곤충산업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비전 2020’을 통해 관련 산업을 오는 2020년까지 7,000억 원대의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수립했다. 이 같은 뜨거운 관심 속에 곤충산업의 유형 또한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애완곤충 인구는 15만 명 안팎, 현재는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 등이 애완곤충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종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요즘은 아름다운 소리가 곁들여진 왕귀뚜라미가 인기다. 또한 자녀의 감성·생태교육에 유익하다는 이유로 교육의 일환으로써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원국 한국애완곤충학습 연구소장은 “키우기 간편하며 기존의 애완동물과 달리 새로워서 인기”라며 “과거에는 곤충을 폄하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봤는데 이제는 곤충을 통해 유익한 가치들을 찾아낸다”고 전했다.

곤충은 고(高) 부가가치 산업인 신약 개발사업 및 의료 분야에서도 무한한 가치를 드러낸다. 세계미래학회가 제시한 20년 후 유망한 10대 미래 기술에도 곤충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포함되기도 했다. 꿀벌의 독에서 추출한 천연항생제의 효과가 인정됐고, 굼벵이를 활용한 간질환 예방·치료제 등 곤충을 이용한 다양한 의약품이 개발되는 중이다. 조유영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 연구사는 “누에고치의 경우 천연 단백질 성분이 있기 때문에 이를 인체조직 어느 곳에 써도 거부감이 없어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며 “현재 당뇨병 치료약품, 인공고막, 치과용 실크 차폐 마구, 의료용 봉합실 등등 많은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특허 등의 이유로 밝힐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많은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농업 분야에서도 곤충은 뛰어난 활용성을 자랑한다.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돕는 데 벌을 이용하면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하는 것보다 인력도 덜 들고 과실 역시 잘 맺힌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이 같은 화분(花粉) 매개 곤충을 이용할 경우 농가 소득이 약 5~10%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뒤영벌의 경우, 일반 꿀벌과 달리 저온에 강해 영상 5도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해 최근 사과와 복숭아 등 과수에서 수분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천적곤충으로 농작물 해충을 방제하는 농가도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천적 곤충으로는 ‘으뜸애꽃노린재’와 ‘진디혹파리’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하루 평균 9백여 마리의 모기를 잡는 ‘잔물 땡땡이’가 발견돼 일상생활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이같이 곤충산업이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효율성’이라는 이점이 크게 작용한다. 알맞은 환경만 제공하면 스스로 번식할 정도로 번식력과 생명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닐하우스 한 동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무당벌레는 수백만 마리로, 100마리를 500g 용기에 담으면 4만 원에 판매할 수 있어 적은 돈을 들이고 투자하더라도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곤충산업은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예측하기 어렵다. 자칫 잘못된 종을 풀어놓았다가는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서식하는 외래 곤충은 100여 종이나 된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 국내 사례로는 황소개구리가 대표적이다.

곤충자원은 21세기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기대되는 생물산업의 주재료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다. 아직도 농가들이 곤충 사육을 통해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으며, 유용곤충을 활용한 신약 및 신소재 개발, 식품원료 이용 등의 분야에서 미흡하다. 한국곤충산업협회 백유현 협회장은 “기성세대들과 달리 오히려 선입견이 없는 어린아이들은 곤충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며 “지속적인 개발 외에도 사람들이 곤충을 거부감 없이 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문규 ansrbcjswo@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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