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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리스트] 신이라는 이름으로

지혜의 플레이리스트


앙드레 지드 - ‘좁은 문’

 누가복음 13장 24절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써라.’
 ‘좁은 문’은 예수가 예루살렘을 돌아다니면서 복음을 전파하던 중, 한 사람이 질문했던 “주여 구원을 받는 자가 적을까요?”에 대한 대답이야. 좁은 문은 말 그대로 매우 비좁기 때문에 쉽게 들어갈 수 없어. 신에 대한 귀의, 괜히 고행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냐. 소설 ‘좁은 문’도 이 문을 들어가고자 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신만이 나의 세계, 나의 전부가 돼야 하는 것. 주인공 제롬과 알리사에게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몰라. 제롬은 알리사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그녀가 인생의 전부였거든. 신 그 이상의 절대자, 제롬에게 있어 알리사는 그런 존재였어. 이런 제롬의 마음을 알게 된 알리사는 사랑하는 그가 자신 때문에 구원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 그녀는 절대자와 제롬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인 ‘자신’을 희생하기로 해. 특히나 여동생이 제롬을 연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모두를 떠나 수녀원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제롬보다도 ‘좁은 문’에 가까이 갈 수 없는 상대는 어쩌면 알리사였지 않을까. 그녀야 말로 사랑하는 사람의 구원을 위해 신도, 사랑도 모두 포기했잖아. 그녀의 행동은 마치 신에게 보다 가까이 가기 위한 희생으로 포장돼 있지만, 그녀의 절대자는 오직 제롬뿐이었어.
 ‘좁은 문’은 가혹한 문이야. 종교적으로 제롬이 절대자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보다 알리사를 사랑하는 마음은 큰 죄가 돼 버리니까. 하지만 절대자가 있다면, 정말 우리의 가장 소중한 무언가을 깨면서까지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바랄까? 제롬은 알리사의 죽음 이후, 그녀만 그리워하며 평생을 보냈어. 결국 제롬은 끝까지 좁은 문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이지. 그들은 사랑이라는 죄 앞에 ‘좁은 문’이라는 구원을 같이 누릴 수는 없었어. 정말 신은, 그리고 종교는 우리를 구원하는 것일까. 
 

강지혜 기자 jj030715@inhanews.com
 

해원의 플레이리스트 ‘월명사 - 제망매가’

 나는 특별히 신을 섬기지 않아. 특정한 종교도 없지. 하지만 나는 종교 자체에 대해서 인정을 하고 삼라만상, 삶과 죽음 모두를 초월하는 존재가 있다고 믿어. 그것은 ‘사후세계’라는 장소일 수도 있고 ‘신’이라는 존재일 수도 있어. 월명사가 쓴 ‘제망매가’는 종교적 시 중에서도 가장 내게 와 닿는 시야. 죽은 누이를 그리워하는 감정이 절절히 느껴지는 이 시의 화자는 죽은 누이에게 극락세계인 ‘미타찰’에서 다시 만나자고 해. 그곳에 가기 위해 자신은 도를 닦으며 기다리겠다고 말이야.
 제망매가를 아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듯, 나는 수능 공부를 위해 이 시를 처음 접했어.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종교적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외웠지. 이 시를 이해하게 된 건 시를 외우고 나서도 한참 뒤인 대학생 시절이야. 사랑하는 친구가 멀리 떠났을 때, 비로소 내가 종교를 찾게 됐거든.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든 신에게 빌었던 것 같아. 초월적인 어떤 공간이 있다면, 세상에 윤회라는 것이 있다면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말이야. 살면서 종교를 가져보지도 못하고 믿어본 적도 없는 나였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그 초월적 존재가 있기를 바랐어.
 그 일이 있고 난 후 나는 종교관이 바뀌었어. 난 종교가 사랑하는 마음에 기반을 둬 나온 것이라고 생각해. 월명사도 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미타찰을 찾았고 나도 내 친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초월적 존재를 찾은 거야. 같은 마음으로 종교를 열망한 거지. 이렇듯 어떤 것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현실의 벽과 부딪힐 때 그것을 뛰어넘는 존재를 찾는 것이 나아가 종교로 발전했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종교를 믿어. 증명할 방법도 없고 사람마다 믿는 형상도 다르지만 무언가 초월적 존재를 믿는 사실은 같잖아.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결국 ‘신은 하나다’라는 생각을 하게 돼. 본질적으로 하나의 신이지만 종교마다 바라는 것이 달라 다른 형태로 그를 구체화 하는 거지. 그러니 결국 모든 종교는 결국 사랑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닐까?

현해원 기자 hhyun@inhanews.com

강지혜, 현해원  hhyun@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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