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더 큰 화(火)를 당한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종종 인용되곤 하는 ‘삶은 개구리 증후군’은 지난 1872년 과학자 하인즈만이 시도한 실험에서 유래했다. 당시 그는 수조에 개구리를 넣고 섭씨 21도인 물을 37.5도까지 90분에 걸쳐 아주 천천히 데웠고, 온도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개구리는 결국 물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해 죽고 말았다.
 유사한 사례로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삶은 개구리 요리가 있다. 버너와 냄비를 가져다 놓고 손님이 보는 앞에서 개구리를 산 채로 냄비에 넣고 조리하는 것인데, 처음부터 물이 뜨거우면 개구리가 튀어나오기 때문에 개구리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의 물을 미리 부어 둔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냄비의 물을 데우기 시작하는데, 아주 느린 속도로 가열되기 때문에 개구리는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이처럼 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 감정의 기폭 없이 무뎌지는 증상에 대해 우리는 ‘비전상실증후군’ 또는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라고 일컫는다. 특별한 것 없는 일상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혹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그저 그런 하루를 살아감을 뜻한다.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현대인 6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인들 중 약 74%가 스스로를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피로감으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뜻하는 ‘번 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라 답하며, ‘무력감’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미뤄보아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어떠한지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수의 직장인들은 진급이나 성과 달성을 위해, 입시를 앞둔 10대는 더 나은 대학진학을 위해, 20대는 학문이 갖는 참된 의미는 잊은 채 오로지 취업만을 목표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와 같이 한 사회전반에 퍼져있는 분위기와 인식에 취해 어쩌면 수동적으로 행동하고 있진 않는가.
 열정이 결핍된 채 목표를 향해 달리는 일이 값어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수동적으로 움직이며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변화에 둔감해지고 결국 도태되기 마련이다. 어느 날 변화가 도래했음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경우가 많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변화의 실체를 미리 감지하지 못한다면 안타깝게도 삶아진 개구리의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나쁘지 않은 온도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평주연 기자  babyeonn@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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