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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제점 대학구조개혁평가,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정원감축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된 인문사회계열

 전국 대학들이 수시모집을 앞둔 지난 달 31일, 대학구조개혁평가의 결과가 공개됐다. 특히 평가에서 낙제점에 해당하는 D등급과 E등급을 받은 32곳의 대학 중 23곳에서 2016학년도 수시모집이 경쟁률이 대폭 하락하며 각 대학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고등교육 생태계 황폐화 및 대학사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하며, 3년을 주기로 대학을 A~E까지 다섯 등급으로 평가한다. 이 평가는  100점을 만점으로 채점해 결과에 따라 각 대학을 두 그룹으로 나눈다. A(95점 이상)·B(90점 이상)·C(90점 미만) 등급을 받은 학교는 ‘그룹I’, 그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학교는 한 번의 재심사를 거쳐서 D(70점 이상)·E(70점 미만) 등급으로 나눈 후 ‘그룹II’로 분류된다. 이 결과에 따라 정부는 A등급의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의 대학에 4~15%의 정원감축을 권고하고, 낙제점인 그룹Ⅱ에 해당하는 대학에는 국가장학금의 지급과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 대한 참여를 제한한다.
 그러나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의 결과가 발표된 후 이와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평가 방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 거점 국립대 중 유일하게 낙제점인 D등급을 받은 강원대는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교육부에 항의 방문해 ‘2015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에 대한 항의문’을 전달했다. 정성평가 시 현장방문평가를 생략하고 진로상담프로그램인 ‘꿈-설계 프로그램’에 대해 학점을 부여한다는 이유로 평가지표에서 배제한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신승호 강원대 총장은 지난 3일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도 했다. 경주대도 교육부 지침에 따라 그동안 컨설팅을 통해 대폭적인 구조 조정을 실시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순자 총장을 비롯한 보직자들이 전원 사퇴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지방대 죽이기’가 아니냐는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 평가 결과 A등급에 선정된 4년제 대학 34개교 중 서울지역 대학이 16개교로 서울 전체 대학의 47.1%가 A등급에 선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B등급 대학 73.21%, C등급 39.44%, D등급 69.23%, E등급 50%가 지방대학이라는 점에서 지방대학생이 대규모 감축될 것으로 예상돼 서울지역 대학생 집중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지난 21일 황우여 부총리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위원회 회의에서 “대학구조개혁평가 이후 어려운 여건에 있는 지방대학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낮은 등급을 받아 정원을 의무적으로 감축해야하는 대학들이 주로 인문·사회 계열을 감축한다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부가 조사한 ‘2012년, 2015년 4년제 대학 학과별 입학정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년제 대학들이 입학정원을 가장 많이 감축한 계열은 사회계열과 인문계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정원 감축인원 중 사회계열이 40%, 인문계열이 35%를 차지했다. 입학정원의 감소는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로 인해 전체 정원이 줄어든 가운데, 취업난 때문에 실용적인 학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학들이 이에 맞춰 순수학문계열의 입학정원을 감축한 것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이에 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이하 연 연구원)은 “대학이 어쩔 수 없이 감축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취업률 등 평가 지표에 낮은 점수를 받는 학과나 비인기계열을 축소하는 경향은 문제가 있다”며 “이는 실제로 대학이 좋아지는 쪽은 아니다. 법정지표를 강화해 감축을 공정하게 할 수 있도록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재고해야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국가장학금 지원 부분에서도 학생이 잘못을 해서 낮은 등급을 받은 것이 아닌데 학생에게 지원이 제한되는 것은 부당하다. 학생이 피해를 입는 것은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며 국가장학금 제한 등의 정책이 학생 부담으로 전가 되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박대림 교육부 대학평가과 과장(이하 박 과장)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등급마다 일정수준의 인원감축을 권고하는 것은 교육부의 방침이지만 어떤 방법으로 어느 부분을 줄이는 것은 대학의 자유”라며 “그것까지 교육부가 권고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며 인문 또는 사회분야의 인원이 감축되는 현상은 교육부의 의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교육부는 인문대학에 대해서는 인문학적 특성을 고려해 현재 취업률을 지표로 사용하지 않는 등 배려하는 정책을 펴고 있고, 인문학 강화를 위해 새로운 지원 정책을 필 예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또한 박 과장은 낮은 등급을 받은 대학들에 국가장학금 지원을 제한하는 정책에 대해 한정된 예산으로 모두를 지원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대학의 지원을 줄이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해당 대학의 평가 결과를 알고 입학한 신입생 또는 편입생에게만 국가장학금의 제한을 두어 학생 피해를 최소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바탕으로 교육부에서 내려진 컨설팅 과제를 성실히 이행할 경우 오는 2017년에 각종 제재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컨설팅 과제 이행이 미흡할 경우 더 엄격한 재정지원감축 등의 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교육부는 고등교육의 생태계를 보존하고 사회적으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대학으로 탈바꿈해 대학이 궁극적으로 대·내외적 여건 변화에 대응하면서도 지역사회의 사회·경제적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지속 수행하게 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와 관련해 본교 교수회는 지난 2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는 예고된 것이었으나 정치권과 자본은 무분별하게 대학을 신설하고 정원을 늘려 오늘의 위기를 앞당겼다”며 “이러한 외적 압력에 대해 총장과 본부는 분명한 철학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해원 기자  hhyun@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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