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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공동체의 기무치
건강에 좋다면 귀가 얇아지는 것은 우리 나라뿐만이 아닌가 보다. 2000년대 한류붐과 더불어 일본에도 김치 붐이 일어난 적이 있다. 건강은 물론 미용에도 좋다는 애기가 돌면서 더 많은 사람이 김치를 찾던 시기가 있었다.
김치, 멀리는 삼국시대부터 먹기 시작했다고 하나, 역시 우리가 아는 김치는 임진왜란 이후 고추가루를 사용한 김치일 것이다. 김치는 뭐니뭐니 해도 익은 김치가 제격인데, 익은 김치의 맛은 절인 포기배추와 고춧가루와 마늘 등의 양념이 섞이고 상호 발효되면서나는 젖산의 맛 과 유산균, 그리고 갖은 양념의 조화가 빚어내는 매운 맛이다.어떤 재료로 김치를 담그냐에 따라서 물론 조화로운 맛도 천차만별 다양하다.배추김치, 오이소박이, 파김치, 깍두기, 동치미 등등 이루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이 젖산의 신맛이 일본 사람들의 입맛에는 전통적으로 거시기 한 맛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절인 포기배추대신 조각낸 배추에 화학첨가료, 인공감미료 등을 넣고 버무린 달착지근한 맛의 기무치가 탄생하였다. 김치가 고팠던 많은 출장객들에게조차도 이것은 김치가 아니라 겉절이거나 일본식 야채절임(아사즈케)의 변형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듣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대학의 식당의 김치를 먹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우리 식당의 김치는 김치가 아니라 기무치라는 불평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평소에 반찬투정을 하는 사람들도 아니다. 또한 이러한 불만은 아마도 김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국과 찌개는 포기한지 오래라고도 한다. “국과 찌개는 우리나라 음식에서 그 비중이 매우 크며 유구한 역사만큼 깊은 맛을 내는 중요한 음식이지만, 많은 교직원들이 국과 찌개를 외부에서 가져다 데워주는 것이라는 오해까지 할 정도로 현재 교직원 식당에서 제공하는 국과 찌개에서는 이러한 깊은 맛을 찾기 힘들다” (인하대학교 교직원직당,인하대교수회보, 20151호 참조) . 케이터링 전문업체에 식당 운영권이 넘어가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갖은 불만족의 표현일 것이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주요리가 아니면서도 김치의 맛에 따라 밥상의 느낌이 좌우되기도 한다. 대중식당의 경우에도 배추김치, 깍둑이 등의 맛에 따라 주요리의 평판이 달라지고, 김치 맛은 그 집 요리의 완전성과 평판도까지도 좌우한다. 그런데 그 김치가 혹평을 당하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하대학교는 다른 대학과 다른 독특한 문화가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교직원들이 학교식당에서 식사를 주로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중앙의 특정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점심, 저녁 그리고 통근차가 없어지기 전에는 아침까지 삼시 세끼를 하는 사람도 있었던 독특한 식당이다. 출퇴근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학교이다 보니 외부에 나가 식사를 하는 것의 비경제성도 한 몫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학교식당 밥이 그런대로 먹을 만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뭐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정해진 식단대로 먹으면 대만족은 아니어도 보통은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과의 교수님들과도 알게 되고, 교직원들도 보게 되고, 강의하러 나오는 분들도 접하게 되고 그들의 표정도 보게 되고 안부도 묻게 된다. 나아가 각각의 그리고 다른 학과의 근황을 알게 된다. 밥상공동체인 셈이다. 우리사회에서는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관계만큼 소중한 것이 없지 않던가.
그런데 이 밥상 공동체에서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식기의 교체, 음용수의 동선변화 등이 있었다고는 하나, 정작 중요한, 국과 찌개는 포기한지 오래이고 김치마저도 기무치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인가 식당에 교직원들의 수가 많이 줄었다. 예전이면 금요일 점심에나 나타나던 한산함이 목요일 점심부터 나타나는 것은 물론이고 화요일 수요일에도 한결 듬성듬성해진 식당 모습을 본다. 인터리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직원 식당은 적은 비용으로 구성원의 사진 진작에 큰 효과를 제공하는 교직원복지의 최전선이다. 나아가 인하대 교직원 식당은 인하대 밥상공동체의 최전선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다음과 같은 기무치의 평판도를 더 이상 인하대학교 교직원 식당에서 듣고 싶지 않은 것은 혼자만의 소박한 소망일까. “기무치는 절임배추에 화학첨가물을 넘어 감칠맛을 내기 때문에 뒷맛이 깔끔하지 않고 맛이 단조롭다. 김치에 라면스프 같은 걸 왜 끼얹나, 비주얼만 김치다. 아니다 보기만 해도 김치에 손이 안간다, 수입한 중국김치라도 좋으니 제때 익혀서라도 내라”. .

이경주 교수  inha@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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