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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이란 장막에 가려진 사람들

  언제부턴가 페이스북에 △△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대나무숲과 같은 페이지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지인들이 각자의 학교 관련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르면서 뉴스피드에 보인 것. 그러던 와중 우리학교에 대한 페이지도 있을 것 같아 검색을 해봤고, 처음 알게 된 교내 페이스북 커뮤니티가 인하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였다. 학우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종종 기자도 궁금해 하곤 하는 질문이 올라오기도 하고 해당 글에 학우들이 댓글을 달아 정보를 얻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하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페이지도 눈에 띄었다. 이 페이지의 경우 오로지 연애 관련 제보만이 올라온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같은 제보를 역으로 받았을 때 기분이 좋다가도 나쁠 것 같다. 누군가 관심을 표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동시에 게시글에 태그돼 모르는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 과정에서 제보자 A씨는 B씨를 알게 되지만, 연락이 없을 경우 B씨는 제보자 A씨를 모르는 것이 불쾌할 것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점에서 반쪽짜리 소통은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사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정도의 정보 침해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페이지가 많은 관심을 받는 것에 굳이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다. 다만 쾌와 불쾌를 오가는 아이러니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에 모든 사람이 만족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기사를 쓰며 왜 우리는 익명에 기댈까라는 강한 의문이 들었다. 질문을 한다고 굳이 익명으로 전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때로는 실명 제보로 글이 더러 올라오긴 하지만 드문 경우다. 관심 있는 이성에게는 직접 다가가 마음을 전달하면 되지 않을까. 말 못할 고민상담은 주위의 자신을 잘 아는 사람에게 조언 받는 것이 더 마음에 와 닿을 것이다.

  커뮤니티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이원재 KAIST 교수에게 대학 커뮤니티의 익명 페이지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여쭤봤는데 이 같은 원인으로 기술의 발달로 인한 개인주의 심화 현상을 꼬집었다. 예전과 달리 인터넷상에서 얼마든지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익명성의 특징과 자신의 생각을 내비쳤을 때 악플 등으로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사람들을 쉽게 접하면서, 비판받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로 오프라인의 지인에게 조차 고민과 속마음을 터놓기 어렵다는 것을 들었다. 이는 자신감의 하락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보는데, 문명의 혜택이 사람과 사람사이를 나타내는 인간(人間)을 더 소외되게 만드는 위험성을 우리 모두 경계해야 되지 않을까. 직접적인 만남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며 살아있는 표정으로 진실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어려운 세상이 된 것만 같아 마음이 쓰리다.

이상우 기자 57sangwoo@inhanews.com

이상우  57sangwoo@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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