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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잃은 청춘, 누구를 위한 삶인가

  얼마 전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며 이색적인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더위가 꼬리를 내리는 파리의 저녁 무렵, 세느강 주변으로 현지인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주말을 맞아 간단한 파티를 하고 춤을 추며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그들 주변으로 세느강 유람선이 지나가자 배를 향해 자연스런 미소로 손을 흔들기도 했다. 필자는 면식 없는 그들의 손 인사에 답례로 본인의 손을 흔들며 우리사회가 잊고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우리사회가 잊고 있었던 것, 그것은 바로 여유였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의 경쟁을 강요받았다. 한창 한글을 손으로 자연스레 쓸 수 있을 나이가 됐을 때 쯤, 우리는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창 뛰어 놀 나이에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간 학원에서 영문도 모른 채 숫자를 공부한다. 중학생이 돼서는 고등학교에 갈 준비로, 고등학생이 돼서는 입시준비로 추억조차 만들 겨를 없이 공부한다. 언제부터인지 서열화 된 대학의 상위권에 가기위해 우리의 얼굴은 순수했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딱딱하게 굳어가며 표정은 사라져간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끝이 아니다. 남들보다 더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각종 스펙 쌓기, 토익 공부, 이력서에 적기 위한 봉사활동 등으로 대학생활마저 앞을 향해 쉴 틈 없이 달려간다. 주변을 돌아볼 여력 따위는 없다. 마치 우리에게는 위로 향하는 삶의 방식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OECD 가입 국가 중 10, 20대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거머쥔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청춘일지도 모른다. 금메달이 아니면 방송조차 보내주지 않는 TV를 보며, 등수별로 자리를 나누는 학교 선생님들을 보며 우리는 경쟁을 어쩌면 당연시 여겼을 지도 모른다. 여유를 즐기고 남들보다 천천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을 패배자로 낙인찍는 교육환경 속에서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배웠으며, 그로 인해 행복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아니, 행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다 우리들 잘 되기 위함'이라는 그들의 말을 따른 우리가 마주한 것은 청년 실업률 9.4%라는 수치와 대학생 취업난으로 인한 졸업 유예, 그로인해 쌓여만 가는 학자금 대출과 같은 암담한 현실뿐이다. 우리 20대의 청춘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진정 누구의 것인가.

  이 글을 읽는 독자들만이라도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본인들의 삶의 주인공이 누구이며 본인들은 누구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말이다. 여유를 가지고 삶을 돌아볼 때, 비로소 본인의 가치와 주변 사람들의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김성욱 편집국장  inha@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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