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각박한 삶 가운데 슬로우 문화 각광받아…

전문가, “텃밭, 건물옥상 등의 공간을 넘어 빠르게 발전할 것”

30여 년의 직장생활 끝에 은퇴한 A씨는 최근 새로운 곳에 흥미를 붙였다. 아파트 베란다를 개조해 텃밭을 가꾸기 시작한 것. 직접 씨앗을 심고 기르고 재배해 식탁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에 빠진 그는 곧 장소를 넓혀 주말농장 운영 계획을 가지고 있다. A씨는 “텃밭 운영으로 삶의 여유도 찾고 아이들에게는 교육적 효과도 누릴 수 있다”며 만족했다.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가 내놓은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시농업 참여자 수는 1,084명으로 지난 2010년 기준 약 7배가 증가했다. 텃밭 면적 또한 668Ha로 지난 2010년 대비 6.4배 증가해 도시농업을 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시농업이란 도시에서 이뤄지는 작물의 생산 활동을 포괄하는 농업을 말한다. 도시농업의 종류로는 주택활용형, 근린생활권, 도심형, 농장·공원형, 학교교육형으로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근린생활권에 속하는 ‘주말농장’은 서울 근교의 농지 가운데 경치가 좋고 일손 부족으로 농사를 짓기 힘든 경작지를 도시민에게 1년 단위로 임대해,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 채소를 기르며 전원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곳을 말한다. 농업협동조합이 농어촌 소득증대 및 지역육성 계획에 따라 전국 110여 개의 농장을 도시민에서 연결해주고 있다.

  또 주택활용형의 일종으로 최근 KBS2 ‘인간의 조건-도시농부’편이 방영돼 주목을 받기도 했던 ‘옥상농장’은 삭막한 도시의 녹지구역에서 값싸고 건강한 농작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경제적인 이점은 물론, 도시의 생태계환경보호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이같이 칙칙한 옥상을 농장으로 가꿔 화제가 된 바 있는 인천 서부경찰서 가좌지구대의 박지희 순경은 “옥상에 그늘을 만들어 에너지 절감효과가 크게 나타났다”며 “벤치 등을 조성해 휴식 공간을 창출하고 호박, 옥수수, 상추 등을 심어 지역주민 분들에게 나눠드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지난달 울산시 남구에서는 ‘학교 텃밭 및 옥상 텃밭 조성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관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텃밭을 만들고, 이에 따라 학교교육형 도시농업을 함으로써 학생들이 체험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도시농업이 인기를 이유는 끄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농림부 자료에 의하면 풍요로운 삶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취미·여가 활동의 일환으로 농사체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문화‧환경생태 등 다양한 분야의 순기능을 포함하고 있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인천광역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도시농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문교육 및 실습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병수 도시농업팀 총괄담당자(이하 이 총괄담당자)는 “현재 운영 중인 도시농부 아카데미는 입문자를 위한 기초과정부터 전문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과정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며 “자연친화적인 도시환경조성으로 농촌과 도시의 상생 및 조화를 유도하고자 노력 중이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시에서도 이러한 도시농업의 흥행에 발맞춰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오는 2018년이면 주거지역 10분 이내 거리에 1,800개의 도심텃밭이 조성되며, 집이나 사무실에서 재배할 수 있는 상자 텃밭 13만 세트도 제공될 예정이다. 이처럼 도시농업은 현대인의 삶 속 더욱 깊숙이 들어와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괄담당자는 도시농업에 대해 “수많은 시민이 도시농부가 돼 앞으로는 도심의 빈 공간과 건물옥상, 아파트 베란다 등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주연 기자 babyeonn@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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