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종합
파업을 통해 파리의 ‘똘레랑스’를 보다

 

  프랑스 파리는 항상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국제연합세계관광기구(UNWTO)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외국인 관광객을 가장 많이 유치한 국가로 프랑스가 꼽혔으며, 그 중 파리는 단연 프랑스 관광산업 부흥의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필자가 현지에서 마주한 파리는 세계 최고의 관광도시라고 하기에는 여러 문제점들이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파리가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원인을 프랑스의 국민성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았다.

 

파리는 파업 중

  지난 626,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한 건 저녁 열한시 경. 일행이 묵을 숙소는 공항과는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지리에 익숙하지 않고 오랜 시간 비행에 지친 타국인들에게 택시는 단비와 같은 존재다. 어두운 심야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공항에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공항안내소에 물어보니 오늘은 택시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유럽은 밤에는 택시도 영업을 하지 않는구나하는 얕은 생각만을 뒤로 한 채 일행은 지하철로 몸을 실었다. 그런데 두 정거장이나 갔을까 지하철 또한 고장이 잦았다. 서너 번 정도의 임시 점검으로 인한 운행 정지가 이어지고 사람들은 도중에 다른 지하철로 갈아타는 진귀한 광경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에 반응하는 현지인들의 표정은 매우 의연했다. 아마도 이런 일이 잦거나 시민들이 상당히 여유롭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관광객들에게 이와 같은 잦은 사고들은 도시의 이미지에 있어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한다. 특히나 지하철이 잘 발달 돼 있는 한국 관광객들이 이와 같은 광경을 마주하게 되면 난감하기 짝이 없다. 이날처럼 택시가 없는 날은 더 그럴 것이다. 신혼여행 차 파리를 방문했다는 한 한국인 관광객 커플은 파리의 이와 같은 일 때문에 비행기를 놓쳤다며 난감해했다. “오늘이 프랑스 택시 파업하는 날이래요. 그래서 지금 여기서 내리셔도 택시가 없어요. 저희도 그것 때문에 비행기를 놓쳤어요그제야 공항에 택시가 없던 이유를 알게 된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여곡절 끝에, 택시를 타면 30분도 안 걸려 숙소에 도착할 것을 우리는 3시간도 더 걸려서 숙소에 도착했다. 그 이유에는 택시 파업이라 해봤자 그들 중에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택시도 있을 거야라고 생각한 한국식 착각도 한몫했다. 파리의 지하철은 12시면 끊긴다. 그래서 우리는 갈아타야 할 곳에서 갈아타지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만 했다. 레옹역에 내려서 택시를 찾으려던 우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늘어선 택시 여러 대와 밖으로 나와 있는 장신의 택시기사들이었다. 말을 붙이려던 찰나, 운행하던 택시가 손님을 태우고 지나가다 그들의 포위망에 걸렸다. 그리고 그들은 몸으로 그 택시를 강력히 제지했다. 욕설과 과격한 몸짓이 오갔다. 생각지 못한 광경에 깜짝 놀란 일행은 양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걸어서 숙소까지 가야만 했다. 그렇게 우리는 그로부터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숙소에 도착한 것이다.

  다음 날 프랑스의 한 일간지에는 이와 같은 파리 택시 파업이 1면 탑 기사로 보도 돼 있었다. 우버 택시에 대한 단속 강화 문제로 일 년에 한번 하는 단체 파업이 일행이 프랑스에 도착한 바로 어제였다는 것에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와 같은 프랑스의 파업은 지금까지의 전과로 돌아볼 때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5월에는 에펠탑 노조가 소매치기 단속 강화 요구안을 들고 파업을 하기도 했으며, 이에 앞서 2013년에는 파리 루브르박물관 경비직원들도 소매치기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하루 동안 파업을 벌이기도 했었다.

  파리를 여행하다 보면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이 얼마나 멋진 관광 명소인지 알 수 있다. 이러한 멋진 관광명소들을 파업 때문에 가 볼 수 없게 된다면 관광객 입장에서는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프랑스 국민들의 파업이 잦은 이유에는 노동자들의 인권을 중요시하는 시민의식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영화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에서는 파업하는 노동자들 때문에 길이 막혀 귀가가 늦었다고 불평하는 여자 주인공에게 어머니가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불쌍한 간호사들은 파업도 못하니? 여긴 미국이 아니야.”

 

그들만의 국민성, ‘똘레랑스

  이와 같은 시민의식의 배경에는 흔히들 말하는 똘레랑스(관용)’가 그들에게 녹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똘레랑스의 의미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이다. , 상대방의 정치적 의견, 사상, 상대방의 이념 등을 존중하여 자신의 사상, 이념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로는 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되는 자유가 있다. 첫 번째 말뜻이 다수와 소수 사이의 관계에서 나와 남을 동시에 존중하고 포용하는 내용을 품고 있다면, 두 번째 말뜻은 권력에 대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의지를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권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금지되는 것도 아닌 자유라는 것이다.

  임헌 본교 프랑스언어문화과 교수는 프랑스 유학시절, 시민들에게 잦은 파업 때문에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그들의 대답은 우리도 언제든 할 수 있는 파업이라고 생각하기에 존중한다는 것. 이 대답이 어쩌면 그들의 똘레랑스를 한 번에 설명해 줄 수 있는 말이지 않을까.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프랑스 파리는 200여 년이 지났고 현재 근대 시민 사회는 성숙해졌다. 그래서 프랑스의 파업은 폭력시위가 다분한 우리나라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고, 대화를 통해 타협을 관철하는 시민의식이 잘 발달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파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있었다. 파업 때문에 지하철이 멈춰도, 택시가 없어도 불평 없이 제 길을 가고, 그로 인해 길에서 관광객들이 길을 헤매면 먼저 다가와 안내해준다. , 저녁에는 파리를 가로지르는 세느강 주변으로 맥주병을 한 손에 든 현지인들이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모인다. 간단한 파티를 하며 춤을 추기도 하는 그들은 세느강 유람선을 향해 자연스런 미소로 손을 흔들기도 한다. 이러한 여유 넘치는 모습은 타인에 대해 개방적이지 않은 나라의 관광객들에게는 사뭇 인상 깊은 광경이었다.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는 19604.19 혁명을 기점으로 볼 때, 50여 년의 세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경제적인 면에서도 급성장을 이루어 문화적인 시민의식 면에서 상대적으로 뒤떨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가 아직 관광국가로서 입지를 굳히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셈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프랑스와 같은 관광 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민주사회를 관철함과 동시에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와 시민의식이 빨리 정착돼야 할 것이다.

김성욱 편집국장 journalist_u@inhanews.com

김성욱  journalist_u@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