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 효과란 생태계의 쫓고 쫓기는 평형관계를 뜻한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속편 ‘거울을 통하여’에서 붉은 여왕이 한 말에서 비롯됐다.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고 말한다. 죽어라 뛰는데 제자리에 있다니 무슨 말일까.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주변 세계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열심히 뛰어도 좀처럼 몸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어떤 대상이 변화를 하더라도 주변 환경이나 경쟁 대상이 더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뒤처지게 되는 원리다. 그래서 죽어라 뛰어야 겨우 제자리에 위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붉은 여왕 효과는 주로 진화론이나 경영학의 적자생존 경쟁론을 설명할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는다, 승자만이 모든 것을 쟁취한다‘. 인간은 태고적부터 끊임없는 경쟁에 놓여 이제껏 진보해왔다. 그것이 진화론의 골자이며 적자생존이 주장하는 장점이다.
 하지만 현재 심각할 정도로 경쟁 사회다. ‘대학생’ 입장인 내 위치로 입장을 돌려보자. 요즘의 20대들은 포기하는 것들이 많다. 연애, 결혼, 출산부터 취업, 인간관계, 희망, 내 집 마련 등등에 이르기까지. 3포 세대부터 이제는 9포 세대까지 존재하게 될 정도로 여유와 낭만이 없다.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해 각종 스펙을 쌓느라 다른 것들은 차 순위로 밀려난다.
 한 문화평론가는 기형도 시인의 ‘대학시절’을 현 세태에 대입했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고시원과 학원가로, 더러는 어학연수를 위해 뿔뿔이 흩어진다. 시와 글을 쓰던 후배는 입사 시험과 면접을 보고 왔다고 털어놓는다. 또 연간 1000만 원에 육박하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알바현장과 생활비를 보태기 위한 과외 등 아르바이트로 바쁘다고 얘기한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났지만 미취업으로 인해 졸업유예니 휴학을 하기가 다반사로, 5~6년 대학생활은 이제 일상이다. 취업준비 장기화로 청춘은 외톨이가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우리 모두 뒤처지지 않고 보다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죽도록 달린다. 그러나 우리들의 경쟁자들은 열심히 뛰어서 제자리인 것만 같다. 제자리에 있기 위해 죽어라 달리는 것인지. 우리 모두 멈춰보자. 주변을 둘러보자. 쳇바퀴 속은 달리거나 달리지 않거나 그대로 서있다. 20대 청춘들이 온전치 못한 사회의 돈(crazy)키호테가 아니라 아닌걸 아니라고 용기있게 말 할 수 있는 돈(dont)키호테가 되길 바란다.

이상우 기자  57sangwoo@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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