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부속중학교에 다녔던 저는 그 시절 인하대에서의 한 장면을 기억합니다. 선배들 졸업식에 후배로 참여했었는데 졸업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이 행사에 참석다고 알려진 한 사람을 보기 위해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아이가 ‘저기 온다’하자 아이들은 우르르 그 곳으로 달려갔죠. 요즘처럼 무슨 인기 아이돌을 보기 위한 게 아니라, 인하대 조중훈 이사장을 먼발치에서나마 직접 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70년대 중반이었던 그땐 인하부중 졸업식을 대학 강당에서 치렀습니다. 그리고 제 기억으로는 졸업식 때만 되면 어김없이 이런 상황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조중훈 이사장에 대한 어린 학생들의 깊은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죠. 한진그룹 창업자로서 대학 재단을 맡고 있는 사람에 대한 제 또래 아이들의 관심과 선망이 이렇게 표출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저희 어린 학생들에게 고 조중훈 회장은 멀리서나마 한번 대하고 싶은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인하대학교가 지역사회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여러 의미 있는 활동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처음은 아닙니다만, 이번엔 대학이 이를 아주 중요한 사회활동과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신임 총장을 중심으로 대학 지도부가 여러 방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도 요즘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역 시민사회 일원으로서 매우 의미 있고 반가운 일입니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주요 논쟁적 사안마다 전문적인 식견을 제시할 수 있고, 대학 구성원들이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지역운동에 직접 나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역발전을 위한 중장기 구상과 실천 계획 수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지역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을 위해 다양한 교육활동과 멘토링 역할을 자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대학은 자신의 교육자원을 활용해서 지역발전을 위해 다양한 물리적·정서적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지역의 큰 ‘고유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대한 대학의 이러한 관심과 노력이 일정한 성과로 이어지려면 시민사회로부터의 긍정적 화답이 합해져야 할 것입니다. 대학의 관심과 노력 속에 시민정신과 시민의식이 발현되고, 시민사회의 따뜻한 반응이 더해지면 이 도시의 건전한 역동성이 훨씬 쉽고 다양한 방식으로 비등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지역의 다른 구성원들과의 진지한 네트워킹을 통해 지역사회 영역 전반에 이러한 노력과 화답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방략을 구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차제에 대학 구성원들의 진지하면서도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기대해 봅니다. 게다가 지역에 대한 지식인들의 진정성이 확실하게 엿보인다면 대학의 이러한 노력은 지역과 대학 모두에게 상생의 확고한 모멘텀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졸업식장에서 학생들이 재단 이사장에게 달려들었던 것처럼 시민사회가 대학을 그런 선망과 존귀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길 바랍니다. 인하대학이 그렇게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이용식(인천발전연구원)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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