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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마음 조리법

최근 한 책에서 ‘좋은 글 조리법’이란 글을 접했다. 단 세 문장인 좋은 글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밤에는 영감을 받아 글을 써두고, 그다음 하룻밤 잘 재워둔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재워둔 글을 맑은 이성으로 잘 다듬는다. ?글에 진심이 잘 들어가 있는지 확인됐다면 완성.’이란 짧막한 글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새벽의 감성에 취해 글을 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명 ‘새벽 감성’으로 쓰여진 글은 완벽하다. 다음 날 아침에 보기 전까지는. 따라서 좋은 글 조리법에서 말하는 1번부터 3번의 과정은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찾아내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신문사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글에 대한 책임이다. 즉, ‘부드러운 논리’를 펼치는 것이 어렵다. 용기만 있고 유함이 없으면 비논리적이고 억지스러워진다. 사실 마감에 임박해 정신없이 글을 쓰다보면 ‘내 맛도 네 맛도 아닌 글’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감성만 있고 이성은 없는 기사가 나오기도 하고, 기자의 논리 없이 취재원에 휘둘리는 기사가 나올 때도 있다. 때문에 몇 번이고 자세를 고쳐 앉으려 노력한다. 아마 이에 대해 반성문을 쓰면 신문 8면을 거뜬히 채울 수 있을 것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 요즘은 글에 대한 무게를 실감한다. 글로 인해 외상보다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인터넷 악플이 무서운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인하광장이나 학교 사이트 등에서 자신의 의견을 남길 때, 같은 맥락의 글이라도 배려가 느껴지는 글이 있는가 하면, 비아냥거리며 타인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빤히 보이는 것도 있다. 대학을 다니는 ‘지성인’들의 글이 맞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고슴도치처럼 삐죽한 가시를 세우고 제 밥그릇만 챙기려고 하는 게 과연 참다운 지성인의 모습일지 되돌아봤으면 싶다. 사실 이러한 모난 글들은, 모난 마음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실 글에서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려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냉정과 이성을 찾고 열정과 감성을 소홀히 하지 않는 법을 터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글을 쓸 때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는 글을 쓰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삶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리더십이 중시되는 것처럼, 이성과 감성의 조화가 이뤄진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단단하고 곧은 사람이다. 이와 관련돼 앞서 언급한 ‘좋은 글 조리법’과 비슷하게 ‘좋은 마음 조리법’을 만들 수 있다. ‘?밤에는 영감을 받은 마음을 하룻밤 잘 재워둔다. ?아침이 되면 재워둔 마음을 맑은 이성으로 잘 다듬는다. ?마음에 진심이 잘 들어가 있는지 확인됐다면 완성.’처럼.

백종연 편집국장  jy_100@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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