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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은 달라도, 가는 길은 하나로

 지난달 15일 이른 아침 필자는 친구와 함께 뚝섬유원지로 갔다. 목적은 서울특별시, 대한육상경기연맹, 동아일보사, 스포츠동아가 공동 주최하는 ‘서울국제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마라톤은 42.195km를 달리는 최장거리 종목이자 지구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경기로, 기원전 490년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에서 그리스의 승전보를 알리기 위해 휘디피데스라는 병사가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40km나 되는 거리를 달린 것이 그 기원이 됐다.

꼭 이루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마라톤은 대학 입학 전 수험생 시절, 힘들 때마다 인생에서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둔 나만의 버킷리스트 목록 중 하나였다. 있었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마라톤은 최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즐기게 됐지만 당시만 해도 마니아층에 국한된 스포츠였다. 보다 색다른 도전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남들보다 수험생활을 길게 한 탓인지 대학 입학했을 때 그토록 바라고 이루고자 했던 버킷리스트에 대한 기억은 뒤로 밀려났다. 2년 연속 함께 참가한 친구의 제안이 없었다면 언제 실행했을지 모른다.

서울국제마라톤에 대해
 매년 3월 중순 전후로 열리는 서울국제마라톤은 ‘국제’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만큼이나 외국인들도 많이 참가하는 규모가 큰 마라톤이다. 실제로 남녀·국적 불문한 다양한 모습들이 보였다. 참가부문은 42.195km 풀코스와 10km 두 가지로 나뉘었다. 참가인원은 총 2만 5천명이었는데 풀코스는 2만 명, 10km는 5천명으로 선착순 마감으로 진행됐다. 개최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신청했다. 조기 마감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삼 마라톤의 인기를 실감하며 ‘어느새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참가한 부문은 10km 코스로 뚝섬유원지에서부터 잠실주경기장까지 달리는 코스였다. 참가비는 4만원으로 처음엔 조금 비싸게 느껴졌지만 장애인을 위한 병원 건립이나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기금으로 쓰인다고 해, 마라톤과 기부를 동시에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아깝지가 않았다. 1시간 30분 이내 10km 완주 가능한 자면 누구나 참여 가능했다.
 번호표를 부착하고 신발 끈에 기록계측용 칩을 장착한 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집합장소로 가니 준비운동을 했다. 그 뒤 출발하고자 하는 순서 구역으로 들어서자 출발 신호탄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완주를 한 뒤엔 신발 끈에 묶은 칩을 반납하고 이후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기록과 번호를 검색하면  달리는 도중 찍힌 사진을 찾아볼 수 있다.

어느덧 마라톤 2년차가 되다
 지난해 처음 참가했을 땐 완주 조건에 시간제한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막연히 1시간 안에 완주하자는 목표만을 세운 채 준비했다. 매일 아침 친구와 함께 ‘마라톤타이머’ 어플을 키고 3.5km씩 달렸다. 운동을 안 한지 오래 돼 처음엔 무척 힘들었지만, 금방 적응해 57분 도착으로 겨우겨우 목표한 바를 이루었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연습을 게을리해 달리는 도중 무척 힘들었고 머릿속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기록은 작년과 비슷했다. 지난해와 다른 태도로 임했으면서 목표 기록은 왜 45분으로 욕심냈는지. 결국 ‘노력 없이 성과 바라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다. 다음엔 이전보다 발전된 기록을 세우길 희망한다. 완주 후엔 메달과 허기를 채울 간식을 주는데 그때 먹은 바나나와 이온음료는 정말 꿀맛이었다.

참가자들의 어우러진 모습은 하나의 샐러드
 참가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정말 다양했다. 가족단위부터 연인, 친구, 마라톤 동호회원, 직장 사모임 등등. 화목해 보이는 가족들, 연인 간에 이색적인 경험을 나누는 사랑스러운 모습, 필자와 같이 친구랑 달리며 끈끈한 우정을 다지는 모습들이 보였고 마라톤, 동호회원과 직장 사모임을 보고서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인상 깊은 참가자 부류는 연세가 지긋하신 노인 분들이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체격과 밝은 외모로 땀을 흘리며 풀코스를 완주한 한 할아버지를 보고 ‘꾸준히 건강관리를 해야겠다, 멋있게 살고 싶다’는 것을 느꼈다.

다채로운 행사들에 즐거움은 두 배
 완주를 하고 경기장 밖으로 나오니 가수들의 공연이 시작됐다. 올해는 가수 박현빈과 걸그룹 EXID가 왔다. 한편에서는 포토타임촬영이 진행됐고, 각종 기념품 추첨 행사도 있었다. 줄이 너무나 길고 붐비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너무나 즐거웠다.
 완주 후 허기진 배를 달래느라 시간을 다소 지체시킨 필자 때문에 EXID 공연을 놓치게 된 친구는 얼굴에 실망감이 역력했다. 친구의 쓸쓸한 표정너머 가수 박현빈의 신나는 멜로디의 트로트가 들린 것은 정말 웃겼다.

큰 교훈을 안겨준 마라톤
 앞서 말했듯이 순간순간 느낀 교훈들이 있었지만 마라톤을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자신감과 ‘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구호에 대한 필자만의 해석이다. 경기 시작 직후 체력을 아끼고자 천천히 달린 필자는 거의 끝에 있었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계속 달리다보니 앞섰던 참가자들을 제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속도가 늦춰지면 뒤에 있던 참가자들이 필자를 앞섰다. 달리는 도중 ‘인생은 정말 마라톤. 천천히 달릴 때가 있으면, 빠르게 달릴 때도 있다. 중요한건 의지와 꾸준함이다’라는 깨달ㅇ름 하나를 얻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서 뛰어난 학벌, 스펙들을 갈고 닦으며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재수, 삼수로 시간에 뒤쳐지고 변변찮은 스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열심히 달리고자 하는 의지와 꾸준함이다. 빠르게 달리는 사람이 자만하는 순간 역전당하는 때가 오며, 느리게 달리는 사람이 포기하지 않는 한 역전하는 순간이 온다. 마라톤을 통해 인생의 굴곡순환을 몸소 배우는 경험이 됐다. 필자는 남들보다 뒤늦은 대학 입학을 했지만 마라톤을 한 후에 어떤 속도를 유지하고 얼마나 꾸준한가에 따라 격차는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매 순간 소중하게 보내고자 최선을 다한다.
 달리는 도중 얻은 또 다른 깨달음 하나는 혼자 외롭게 달릴 땐 더 힘들었는데, 많은 사람들 속에서 달리면 덜 힘들다는 것이었다. 누군지 서로 모르지만 같이 고생하고 이겨내고자 하는 무언의 행동양식들을 느끼며 위안이 됐다.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멀리 돌아볼 필요 없이 주변만 둘러봐도 그렇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저마다의 개인적인 사정을 가슴에 안고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곁에 있기에 조금 더 힘을 내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첫 도전 이후 마라톤의 매력에 빠지고 인생의 큰 인식 변화를 불러일으킨 경험을 했다. 같이한 친구 덕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우정 또한 더욱 돈독해지게 돼 기쁘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 한 계속할 생각이고 언젠가 풀코스를 완주하고 싶다.
 이 글을 보는 독자 누군가가 마라톤을 시작하게 되면 필자가 느낀바 혹은 그 이외의 흥미로운 것들을 느끼리라 자신한다. 일상에 여유가 생긴다면 건강도 챙기고 유익한 교훈을 안겨주는 마라톤을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상우 기자  57sangwoo@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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