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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본교에 입학 후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과 다른 자치기구의 규모였다. 또한 신입생이던 필자의 눈에는 송도 캠퍼스 부지 결정을 위한 총투표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하던 자치기구 장의 모습도, 매일 열띤 토론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인하광장의 상황들도 전부 열정적이고 애교심으로 가득차 보였다. 그래서일까 필자는 알게 모르게 학생자치가 아주 멀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지난 2013년 학생기자가 돼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를 참관하고, 취재를 위해 학교 곳곳을 누비며 깨달은 것은 학생자치는 생각보다 학우 개개인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다는 것이었다. 특히 친구가 지난해 1학기에 구성됐던 비상대책위원회의 실수로, 약 일주일간 여학생휴게실이 개방되지 않자 공강 시간에 갈 곳을 잃은 불편함을 직접 겪는 모습을 본 뒤로 그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학생기자이자 본교의 한 구성원으로써 ‘학생자치’에 대한 관심이 보다 커지는 계기였다. 때문에 필자는 지난해 학제개편 논란, 대동제 취소 등의 사안들로 인해 총학생회와 기타 중앙운영위원들의 갈등이 심화되고, 중앙운영위원회에서 큰 소리가 오갈 때에도 비록 학생기자로서는 힘들지만 전반적인 학생사회를 고려해봤을 때 ‘침묵’보다는 ‘고함’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들로 인해 시끄러운 것이고, 모든 것은 결국 각 자치기구의 대표들이 각자의 생각과 방식으로 ‘학우’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과정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학우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논란이라면 관심이 부족한 학생자치기구 및 학내 언론에 일시적인 생기나마 불어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최근 총학생회가 지난해 2학기 감사에서 ‘예산정지 4주’라는 징계를 받아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는 논란이 가열되는 상황을 보니, 과연 이 논란이 학우들에게 어떤 이익으로 돌아갈지 의문이 든다. 후배 기자가 해당 사안을 취재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의문은 가중됐다. 논란의 핵심은 ‘대체 누구 때문에 징계를 받은 것인가’인데 전 총학생회도 현 총학생회도 모두 결정적인 책임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후배는 취재 후 결국 다들 ‘내 탓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어 황당하다는 말을 전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직책에 앉으면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뜻이다. 논란의 중심인 전 총학생회장과 현 총학생회장 모두 자치기구 장이라는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기에 양측 모두 불필요한 힘겨루기를 하기보다는 알맞는 책임을 져야한다. 그러지 못했다면 학우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 예산정지 4주의 징계로 피해를 본 것은 결국 학우들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서로의 책임을 인정하는 미덕을 보기 바라는 필자의 바람이 헛된 것이 아니길 희망한다. 학생자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심이 아니라 학우들의 이익이다.

강기쁨 부국장  glee93@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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