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미칠 파장 주목돼…
‘성 인식 변화’, ‘세계적인 추세’가 근거

 지난 2월 26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간통법이 제정된 지 62년 만에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성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이 변했고, 처벌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간통법이 위헌’이라고 밝혔다. 이는 개인 사생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변화와 성 개방 풍조 등 시대상의 변화가 헌재의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합헌 결정을 내린 한 재판관은 ‘전 세계적으로 간통법이 폐지되고 있는 추세고, 더 이상 간통법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들에게 자유롭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통법이 정책상 예방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졌고, 공갈이나 협박 등 다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폐지 전 간통법으로 배우자를 처벌하려면 이혼을 해야 했다. 그러나 상대 배우자가 바람을 폈어도 아이들의 양육 문제 등을 고려해 이혼 의사가 없다면 간통법 자체는 의미가 없었던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한편, 간통법이 폐지되자 당일 증권가에서는 콘돔, 등산복 등 소위 ‘불륜 테마주’가 상한가를 치며 들썩였고, 지난 2008년 10월 30일 이후 간통 혐의로 기소되거나 형이 확정된 5,000여명의 사람들이 공소가 취소되거나 재심을 청구해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간통법 폐지를 긍정적으로 보는 한 대학생은 “민사로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국가권력이 개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단속하는 담당 경찰들, 수사하고 기소하는 검사들을 다른 업무로 돌릴 수 있게 돼 행정력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간 불륜 현장에서 증거를 잡아 형사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어 공권력을 이용해 개인의 사생활을 강압적으로 처벌할 문제가 아니라며 성적 자율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불륜을 조장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혼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오랜 시간 유지돼 온 간통법이 폐지됨으로써 혼인 관계에 있는 남녀가 바람을 피워도 더 이상 처벌대상이 아니게 돼 법의 실효성과 예방효과가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한 시민은 “간통법 폐지로 혼인 기능을 유지하도록 한 심리적인 경계가 사라졌다”며 “다른 나라들과 달리, 오랫동안 유교 사상의 영향을 받은 한국에서 이 같은 판결을 내린 헌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간통법 위헌 결정에 대해 국가가 형벌로 개인의 성적 의사 결정의 어느 부분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성호 이혼 및 가정 전문 변호사는 “헌재가 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했다는 것에 대해 사회의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간통죄 폐지로 인해 배우자의 부정을 처벌할 근거는 소멸했지만 그에 따른 위자료, 재산분할 다툼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의 판결은 7대 2로 위헌결정이 났다. 법리적인 판단에서도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던 사안인 만큼 개인적인 판단은 헌재와 다를 수는 있다”고 전했다.

이상우 기자  57sangwoo@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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