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의 봄은 진달래도, 개나리도 아닌 학생들의 웃음과 활기찬 몸짓으로부터 시작된다.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캠퍼스 여기저기 모여앉아 아직 남아있는 추위의 흔적들을 털어버리고 서로의 따뜻한 온기로 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 웃음소리를 뒤 이어서 봄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각종 포스터이다. 대학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동아리를 비롯하여 대학생활의 알림판 같은 포스터들이 담쟁이 넝쿨처럼 학교 건물 벽마다 타고 오른다. 이를 두고 혹자는 시끄럽다, 난장판이라고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쩌랴. 봄이란 원래 그렇게 호들갑떨 듯  흐드러지듯 요란을 피우며 와야 제 맛인 것을.
 그러나 흐드러지다 못해 홍수처럼 불어난 봄물에 캠퍼스의 봄이 떠내려가고 있나보다. 급기야는 총무처에서 ‘아름답고 쾌적한 캠퍼스 조성’에의 동참을 호소하고 나섰다. 포스터들이 장악한 캠퍼스 건물의 벽면은 한 폭의 실험예술처럼 장식되어 있어 눈길을 사로잡지만 정작 서로 경쟁하듯 고함치는 그 홍보내용 하나하나는 시선에 들어오지 않는다. 광고 효과가 거의 없는 셈인 것이다. 이렇게 하다간 캠퍼스의 봄은 요란하기만 할 뿐 내용은 없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끝나버릴 것 같다.
 매년 반복되는 이러한 봄 행사에 대해 행정적인 지도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학생들의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광고의 홍수시대에 학생활동이 겪는 고충을 이해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과 병행하여 이루어져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회나 각 동아리들이 주체가 되어 각종 홍보의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경제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난장판’이 아니라 홍보를 하나의 ‘대학문화’로 만들 수 있는 개성있고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캠퍼스에서의 홍보는 단순히 천편일률적인 공지가 아니라 대학생들의 참신한 상상력이 서로 겨루는 문화의 공간이 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외부의 광고이다. 학과와 대학의 게시판을 외부의 홍보물이 점령한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외부 홍보물은 대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마냥 통제할 수는 없다. 다만 무작위로 이루어지는 홍보들에게 대해  「교내 게시물 부착 원칙」에 의거하여 학교의 적극적이고 상시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도 통제나 지도를 앞세우기 전에 적절한 지점에 홍보를 위한 게시판의 확충이나 홍보의 계절적 수요에 맞추어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이동식 홍보대를 설치하는 등의 지원이 함께 이루어 질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정보서비스 차원에서 홍보 내용의 성격에 따라 학생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주제가 있는 게시판 설치나 홍보공간을 설정하여 안내하는 등의 노력도 생각해 볼만한 아이디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대학은 지역의 교육공간이자 문화공간이다. 대학이 관광명소가 되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캠퍼스 자체가 깊은 사고와 창조적인 상상을 자극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는 것도 또한 대학문화의 한 부분이자 대학 경쟁력의 한 요소이다. 이는 많은 돈을 들여 캠퍼스를 화려하게 치장하자는 것이 아니다. “아름답고 쾌적한 캠퍼스”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함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인하대학은 학생 및 교직원의 수에 비해 휴식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는 캠퍼스내 공간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더 주요하게는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문화적 공간이 부족한 것이다. 캠퍼스 여기저기에 여전히 남아 있는 어두운 구석과 빈 터들, 물리적 공간은 있으나 문화가 없는 공간들을 바꾸어, 보다 많은 사람이 즐겨 찾아가고 싶은 산뜻하고 쾌적한 작은 공간들이 곳곳에 ‘널려있는’ 캠퍼스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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