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독자투고
유행과 개성 사이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에서 ‘요즘 유행하는 신발’이라는 제목의 글을 본 적이 있다. 별다른 내용 설명 없이 한 장의 사진이 게시돼 있었는데, 지하철 같은 칸에서 사람들이 같은 브랜드의 신발을 신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사진에 나온 사람들이 대여섯 명 정도 됐는데, 그 중 같은 신발을 신은 사람이 세 명이었다.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민망해서라도 칸을 옮겨서 타거나 모르는 척 휴대폰이나 보며 딴청을 피웠을 것이다. 나와 똑같은 제품을 쓰고 있다는 멋쩍음과 내 개성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 받지 못한 듯한 불쾌감 혹은 창피함 때문이다.
평소 유행에 별 관심이 없고 특히 신발 욕심이라면 더욱 없는 나지만 카페에서 본 그 게시글이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러한 까닭에 요새 학교 가는 길이라든가 지하철 안, 또는 시내에서 친구들과 길을 걸을 때 지나가는 사람들의 신발을 유의 깊게 보는 습관이 생겼다. 아침에는 혼잡한 지하철을 타느라 다른 사람들을 주의 깊게 볼 여유가 없지만 앉아서 집에 가는 길에 사람들을 관찰할 때 꼭 한두 명쯤은 같은 신발을 신고 있는 걸 목격한다. 처음에는 유행이라는 게 뭘까 싶어서 신기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싫증이 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심지어 최근 친구를 만나는 도중 대형 스포츠 매장 전광판에 그 신발 광고를 봤는데 출시된 지 꽤 지난 상품이었는데도 유행이 다시 찾아오는 모습을 봐 ‘유행의 본질’에 관해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유행과 개성이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사전에서 정의하는 유행은 그대로 ‘특정한 행동 양식이나 사상 따위가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의 추종을 받아서 널리 퍼짐. 또는 그런 사회적 동조 현상이나 경향’이다. 반대로 개성은 ‘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으로써, 굳이 사전을 찾아보지 않더라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두 개념은 상대적인 관계다.
몇 년 전 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현대 사회의 특징이라고 하는 가장 핵심적인 변화를 다원화라고 배웠다. 21세기의 사람들은 기존 생산 방식인 소품목 대량 생산을 벗어나 다품목 소량 생산의 선택 안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개인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실제로 DIY 제품이나 리폼 등으로 본인의 용도에 맞게 무언가를 고쳐 쓰는 행위는 확실히 개인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이 모두 한때 ‘리폼 열풍’ 등으로 미디어에 홍보되고, 우리 사회에서 유행한 것이었으며, 단지 시간이 지나고 일부 사람들이 그것의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생활 양식으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을 생각해야 한다. 결국 특별함, 혹은 개성을 위한 어떤 행위 또한 사회적으로 공유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졌을 때 개성이 되는 것이다.
유행이 개성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 아직도 명쾌하게 답하지는 못하지만 평소 내가 직관적으로 개성과 유행의 개념을 상대적인 관계로 여겼던 것과 달리 개성 또한 어떤 사회적 의미에 의해 종속돼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유행과 개성을 가르는 기준은 단순히 시기와 보편성에만 달려 있는 것일까? 또한 유행을 쫓는 그들을 개성이 없다고 비난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개성 또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내의 어떤 행위나 양식일 뿐 결코 유일무이한 어떤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이다현(사교·3)  inha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