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끝날 즈음이면 으레 찾아가는 곳이 있다. 꼭 이 맘 때가 아니더라도 1년에 2-3번은 들리는 곳인데, 바로 자동차 정비업소이다. 처음 자동차를 샀을 때는 3-4번 다니다가, 이제 차량도 인간으로 비유하면 환갑이 넘은 터라 문제도 더 자주 발생하지만 오히려 그렇거니 하며 무시하듯하다 마지못해 가는 형편이 되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면 자동자 하부에 달라붙은 염화칼슘으로 인한 부식이나 자동차 몸살을 살필 겸 진단을 받으러 다닌다.
단골처럼 자주 다니는 정비업소를 가면 주치의처럼 자동차를 돌봐는 주는 사람이 있다. 늘 도맡아 정비를 해 온 차량이라 어디 좀 봐 달라는 말이 필요없이 금방 전체 상황을 꼼꼼히 점검해 준다. 정비 대기시간이 길어서 그렇지, 막상 정비시간은 30분을 채 넘기지 않는다. 그리고 늘 수명이 짧은 부품 3-4가지의 교체와 점검을 받고 나면 정비 계산서를 받게 되는데, 그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공임비이다. 30분정도 점검받고 나면 대략 2만5천내지 3만원 정도의 공임비가 붙어 나온다. 그 기사분의 숙련된 노동력에 대한 대가인 셈이다. 시간으로 따지면 5-6만원 쯤 하는데 기사분의 노동력 가치를 계산할 능력이 없는 나로서는 비싼 편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노동의 성격이 다른 만큼 비교할 수 없다하더라도, 그럼에도 병원에 가서 5-10분간 진료받고 특진 진료비로 1만여 원 정도 내는 것과 비교해도 결코 싼 편은 아니다.
그런데 공임비 내역을 볼 때마다 좀스럽기는 하지만 시간 강사료를 떠올리게 된다. 기사분의 노동력과 시간강사의 노동력의 가치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공임비도 정비소마다 차이가 있는 것처럼, 대학강사의 강사료도 천차만별이다. 심하게는 2-3만원에서 8만원까지 그 차이가 너무 크다. 그러나 내가 다니는 정비소의 공임비를 이와 비교하면 대학강사료의 평균치를 넘어설 것 같다. 특히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강사료와 비교하면 정비소 기사분의 노동력의 가치가 훨씬 더 높게 평가받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공임비를 볼 때 마다 늘 마음이 불편하다. 공임비가 너무 비싸서라기보다는 강사료가 턱없이 싸기 때문이다.
2011년 기준으로 보면, 인하대학교 강사료 수준은 전국 188개 대학 가운데 64번째 정도였다. 순위는 아주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금액만으로 보면 딱 중간수준이었다. 가장 낮은 수준에 비해 2만원 정도 높고, 가장 높은 수준에 비해 2만원 정도 낮았으니 말이다. 참고로 내가 다니는 정비업소의 공임비는 최고 수준의 강사료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4년 전국대학 강사료를 보면 인하대학의 수준은 크게 뒤처지는 것 같다. 그 동안 많은 대학들에서 강사료를 1.5-2배정도 인상하면서 기본적으로는 거의 나의 단골 정비기사의 공임비보다 높거나 비슷해지는 동안 인하대학의 강사료는 전혀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금은 인하대학과 비교대상으로 거론되는 대학들에 비해 너무 많이 뒤처지게 되었다.
새로운 부임한 최순자 총장님의 첫 번째 화두는 바로 “학생들을 잘 교육하는 대학”이다. 대학에서 특별히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을 주요 화두로 삼는다는 것은 대학교육이 제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그러나 1년에 30,000여 시간 이상이 강사 선생님들에 의해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학생을 잘 가르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강사 선생님들의 높은 열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실제로 지금도 선생님들의 그러한 열정에 의해서 인하대학교 교육의 질적 수준이 이 만큼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의 질적 제고를 강조하기 전에 강사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열정에 대한 인하대학의 보답 수준에 대해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혹시 강사 선생님들께 지나친 열정페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차태근 중국어문화학과 부교수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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