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부터 일명 ‘갑질’이 연이은 화제에 올랐다. ‘땅콩회항’ 사건은 말할 것도 없고, 고용논란부터 사회 고위층의 성추행 문제까지 각양각색이다. 심지어는 ‘갑과 을’을 소재로 한 코미디 프로그램까지 등장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트렌드였던 ‘썸’을 잇는 단어가 '갑질'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국민들은 갑질에 분노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 갑질은 과거부터 사회에 만연해왔던 일인데 말이다.
  흔히 소신도, 주관도 없이 군중심리에 의해 쉽게 달아올랐다가 쉽게 식어버리는 현상을 두고 ‘냄비근성’이라고 부른다. 보통 우리나라 국민성을 두고 폄하하는 의도로 자주 사용되는 단어인데, 이번 갑질과 관련된 사건들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땅콩회항 사건이 터지자 국민들은 분노했다. 마치 자신이 피해자가 된 마냥 한 사람을 조롱하고 비판하며 한국사회의 모순된 구조에 불만을 토로했다. 언론에서도 이와 같은 여론에 힘입어 다양한 갑질 관련 기사들을 앞 다퉈 보도하기에 바빴다. 언론사들은 정확한 진실보다는 국민성에 기대어 이슈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위메프 고용논란 사건 또한 국내의 냄비 근성이 만들어낸 피해사례 중 하나다.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수의 누리꾼들은 분노하며 갑질을 한 위메프 측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였고, 진실이 밝혀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잠잠해졌다. 고용노동부의 조사결과, 위메프 측의 주장대로 정규직 채용이 맞았고 불법해고는 없었다.
 잘못된 사회 부조리와 불의를 보고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데 있어 조금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영화 ‘나를 찾아줘’에도 자극적으로 조작된 언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나와 경각심을 일깨운다. 언론 보도를 일말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고 분노하는 영화 속 국민들의 모습은 마치 우리나라 사회를 보는 듯 했다.
 이러한 냄비근성을 단순히 국민성이라 치부하고 넘기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국민들에게는 보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력이 요구되며 언론에게는 언론인으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성욱 기자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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